62년 동안 없었던 핵전쟁 그 가능성은?

미·북 지도자가 이성적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결함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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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월 16일 남한을 방문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1945년 이후 어느 나라도 핵폭탄을 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성이다(That reason is, well, reason).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핵공격으로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볼 만한 환경은 거의 없었다.

1950년대~1980년대 핵폐기는 단순히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개연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그 시절 버섯구름은 TV 드라마, 책 표지, 음반 자켓에 흔히 등장하는 일반적인 이미지였다. 네빌 슈트(‘앨리스 같은 도시’)부터 존 윈덤(‘트리피드의 날’)까지 많은 소설가들이 핵의 재앙을 묘사했지만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은 소설가뿐이 아니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CP 스노(영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미국 천문학자) 같은 당대 최고의 저명인사도 핵전쟁으로 문명이 끝장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도 자신과 가족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연쇄작용의 뇌관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복당할 위험이 너무 컸다.

실제로 핵강국들은 핵 없는 적대 국가들을 협박하지 않았다. 미국은 베트콩에, 소련은 아프간 반군에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았다. 포클랜드 분쟁에서 영국의 재래 전력이 패배할 경우 전술핵으로 아르헨티나를 공격하는 편이 합당하다는 제안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스티븐 핑커가 자신의 명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에서 주장했듯이 상상할 수 없었다. 1945년 이후 핵무기 사용을 둘러싼 금기가 점차 커지면서 사용하지 않는 해가 늘어날수록 더욱 힘을 받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북 간 대치국면은 어떤가? 문제는 쌍방의 지도자가 이성적인 행위자들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결함 있는(psychologically flawed)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위험스런 허세와 오판을 거듭하다가 발사 단추를 누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대선 캠페인 도중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발끈하는 성향과 자제력 부족을 비꼬았다. 트위터에서 신뢰 받지 못하는 사람은 핵발사 암호도 믿고 맡길 수 없다고 오바마는 비아냥댔다. 그러나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성을 어떻게 보든 그는 권력이 분산되고 제한된 민주주의의 울타리 안에서 활동한다.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심지어 가족 친지도 처형하는 냉혹한 성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숱하다. 그가 이끄는 북한이 난폭하게 행동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지만 보복당하지는 않았다. 비행기를 폭파하고, 함정을 침몰시키고, 정부 각료를 살해했다. 김정은이 거기서 더 나아가 전면전도 불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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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지도 처형하는 냉혹한 성향을 지닌 김정은이 거기서 더 나아가 전면전도 불사할까?

실제론 김정은의 행동은 겉모습과 달리 더 이성적이다. 그의 관심사는 비참하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과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가 이끄는 북한은 지난 1만 년 동안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인간 조직체였던 노예국가다. 그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그의 권력도 사라지지 않는다. 고대 황제처럼 자신의 궁궐·가두행진·아방궁에서 호사스럽게 생활하는 동안 백성의 참상을 외면할 수 있다.

북한 독재자들의 관점에서 핵 프로그램은 이미 먹혀들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와 같은 운명은 김씨 왕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리 별 볼일 없더라도 수백 만 명을 몰살시킬 수 있다는 위협이 그들을 향한 일종의 외경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남북한에는 어떤 희생을 초래할까? 북한이 1990년대 대기근을 겪은 건 익히 알려졌다. 하지만 은둔 국가 북한이 모든 문제에서 그랬듯이 구체적인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이 언젠가는 세력 균형을 무너뜨려 북한이 남한에 대해 더 공세적으로 나오게 만들리라는 것도 뻔한 사실이다. 지금껏 미국의 신중한 억제 정책은 그 과정을 저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어조를 바꿨다. 그는 지난 4월 16일 남한을 방문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 의미를 확인시켜주듯 미국이 시리아의 표적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했고 아프가니스탄에 세계 최대의 비(非)핵폭탄을 투하했다고 덧붙였다.

안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펜스 부통령의 속뜻을 알아차릴 수 있다. “김정은 당신이 핵을 개발하는 동안 우리가 계속 비위를 맞춰주리라는 생각은 버려라. 이쪽에도 당신만큼이나 정신이 불안정한(might just be as crazy as you are) 성깔 있는 별종이 있다. 당신이 핵물질을 운반하는 메커니즘을 손에 넣었다 싶으면 그것(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불쌍한 나라까지)을 지옥으로 날려버릴 것이다.”

모든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이런 전술에는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라. 워싱턴 정부는 분명 성능 좋은 핵기술을 김정은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계산한 듯하다.

어떤 해법에든 북한의 주요 보급품을 모두 통제하는 중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베이징 정부는 핵무장한 독재자가 문 앞에 있는 건 원치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지배를 받는 통일 한국은 더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세계의 양대 강국이 이 위험한 무기를 어떻게 무장해제할까? 핵개발 프로그램의 중단 선언이 이성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김정은에게 설득시키는 방법뿐이다. 다시 말해 그가 계속 핵 대륙간탄도탄(ICBM)을 확보하려 할 경우 자신의 기념비·아방궁(그리고 필시 그의 목숨도)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설득시키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필시 먹혀들 것이다. 김정은은 다른 도전자들의 시체를 밟고 북한 정치 권력의 정상에 올랐다. 북한 같은 체제에서도 기본적인 손익분석 없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김정은이 백악관으로 시선을 돌릴 때 실제로 자신을 날려버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인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현 상태를 유지할만한 수단을 모색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 핵무기가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됐다고 판단한 뒤에 말이다.

– 대니얼 해넌

[ 필자는 1999년부터 유럽의회 의원(잉글랜드 동남부)이었으며 유럽보수·개혁

파연합 사무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