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다

2017년 5월 8일 2017.05.08 [1272]

영국의 애시드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 7년 만에 새 앨범 출시… 디스코와 펑크를 초현대적으로 재해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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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로콰이는 지난 3월 31일 8집 앨범 ‘Automaton’을 발표했다.

영국의 애시드 재즈 펑크 밴드 자미로콰이는 지난 7년 동안 앨범을 내지 않고 음악의 변화 추이를 주시해 왔다.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컬리스트 제이 케이를 중심으로 한 이 밴드는 음악 소비자가 단순한 드럼 루프(loop, 반복적인 테마)나 기본적인 가사의 단조로운 노래를 뛰어넘는 뭔가를 원하는 시점에 컴백했다. 올해는 애시드 재즈 펑크를 구사하는 자미로콰이가 컴백하기에 더 없이 좋은 때다. 귀청을 때리는 음악에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기분이 좋아지도록 디자인된 자미로콰이의 새 앨범 ‘Automaton’은 디스코와 펑크를 초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난 2월 타이틀 곡 ‘Automaton’이 대중에 공개됐을 때 자미로콰이가 요즘 유행하는 전자 음악에 편승하려고 너무 애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영국인이 자랑으로 여기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밴드가 다른 뭔가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고 나서는 이 곡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미로콰이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하려고 집어넣은 곡 같았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보면 이 곡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켄드릭 라마가 ‘Backseat Freestyle’을 발표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곡 역시 ‘g.o.o.d. kid m.A.A.d. city’ 앨범의 일부로 듣기 전에는 딱딱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Automaton’ 앨범은 빠른 현악기와 미끄러지듯 이어지는 신시사이저 연주, 나일 로저스 스타일의 디스코 기타 섹션 등 프로듀싱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춤추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주말이 왔음을 알리는 앨범이다. 클럽에서 로봇 춤을 추든 집안에서 팔짝팔짝 뛰다가 계단 난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든 ‘Travelling Without Moving’(1996년 발표된 자미로콰이의 3집 정규 앨범)이 나왔을 때가 떠오른다. ‘Virtual Insanity’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제이 케이의 율동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애쓰던 때를 기억하는가? 이번엔 노래가 ‘Superfresh’와 ‘Vitamin’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애시드 재즈의 선구자인 자미로콰이는 다른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자미로콰이가 대프트 펑크, 비지스, P. 디디 등에게 영감을 받은 대목들이 눈길을 끈다. 일례로 ‘Nights Out in the Jungle’의 도입부를 들은 뒤 P. 디디가 피처링한 페이스 에반스의 ‘All Night Long’의 도입부를 들으면서 두 곡의 템포가 같다고 상상해 보라. 의도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P. 디디와 에반스의 영향이 분명히 감지된다.

‘Automaton’은 음악적으로 과거와 미래, 양쪽 방향으로 여행한다. ‘Carla’나 ‘Hot Property’ 같은 곡들은 우리 자손들이 100년 후에 호버카(SF 소설에 나오는 공중부양차) 안에서 들을 것 같은 분위기인 반면 드럼 소리가 기분 좋은 ‘Summer Girl’은 1970년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봉고와 소방울 소리, 격렬한 브라스 섹션이 소울 팝의 거장 베리 화이트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제이 케이의 보컬은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첫 곡 ‘Shake it On’의 첫 음을 노래하는 순간부터 가슴에 와 닿는다. ‘Virtual Insanity’든 ‘Too Young to Die’든 혹은 그 이전의 곡이든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가슴을 뛰게 한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처음 그때의 감정을 상기하게 된다.

케이는 자신이 여전히 음악의 전사이며 예술의 옹호자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Shake it On’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음악은 여전히 나를 감염시키고 / 음악은 여전히 나를 보호하네.’ 그와 그의 밴드는 한동안 우리에게서 멀어졌을지 모르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고 첫 곡은 그의 진심을 알릴 절호의 순간이었다.

자미로콰이의 앨범은 보통 다른 아티스트들이 최고의 노력을 쏟아부은 앨범보다 더 훌륭하기 때문에 그들이 컴백한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하물며 이번 앨범은 ‘Travelling Without Moving’ 이후 최고로 꼽히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초현대적이면서도 펑키한 ‘Automaton’은 자미로콰이의 과거 앨범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만약 디즈니가 ‘트론’ 시리즈 3편을 제작한다면 이 앨범이 사운드트랙으로 제격일 듯하다.

– 윌 라빈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