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병적인 대화

록 밴드 사운드가든의 크리스 코넬 사망…‘Superunknown’ 앨범은 그런지록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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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세상을 떠난 크리스 코넬의 노래에는 자기파괴와 슬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 사진·WIKIPEDIA.ORG

1994년 사운드가든(시애틀 출신 그런지록 밴드)의 크리스 코넬은 죽음과 파멸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사망한 지 얼마 안 돼서였다. 당시 사운드가든의 걸작으로 불리는 ‘Superunknown’ 앨범은 수백만 장이 팔려 나갔고(이 앨범은 1994년 베스트셀링 앨범 13위를 차지했다) 거기 수록된 ‘Black Hole Sun’은 라디오를 장악하고 있었다.

코넬은 죽음이 음악과 뮤지션들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우드(시애틀 출신 록 밴드 ‘마더 러브 본’의 앤디 우드)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난 약 2년 동안 그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노래 가사는 그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내 가사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병적인 대화라고나 할까? 우드 같은 작곡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그가 쓴 가사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샅샅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코넬은 지난 5월 17일 세상을 떠났다(사망 원인은 자살로 추정된다). 이제 와 보니 그의 말이 옳았다. 그것은 병적인 대화다. ‘Superunknown’의 구석구석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Mailman’은 상관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남자의 병적인 심리상태를 조명한다. 마지막 곡 ‘Like Suicide’는 새 한 마리의 죽음을 반추한다.

‘Spoonman’에는 ‘내 친구들은 모두 해골(All my friends are skeletons)’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별로 과장이 아니다. 코넬의 가까운 친구이자 룸메이트였던 우드는 1990년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코넬이 펄 잼 멤버들과 추진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Temple of the Dog’은 우드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Superunknown’은 코베인이 주검으로 발견된 후 정확히 한 달 뒤 발매됐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 음악은 자기파괴나 슬픔과 동의어가 돼 있었다.

‘Superunknown’은 사운드가든의 빛나는 업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앨범은 너바나의 ‘Nevermind’처럼 선동적이거나 펄 잼의 ‘Vs’만큼 격한 감정을 이끌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우울과 절망을 정면으로 파고든다는 점에서 90년대 초 최고(결국 사상 최고라는 의미)의 그런지 앨범으로 꼽을 수 있다. 코넬의 절망적이면서도 예리한 가사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큰 몫을 했다.

이 앨범에는 굉장한 히트곡이 많다. ‘Black Hole Sun’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만화경 같은 작품이며 ‘The Day I Tried to Live’는 레드 제플린에 비견되는 보컬의 절정을 보여준다. 4분의7박자 리프(반복악구)로 유명한 ‘Spoonman’은 숟가락을 악기로 사용한 곡 중 유일하게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

‘Fell on Black Days’는 킴 테일의 기타 명연주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코넬에 따르면 이 곡은 많은 사람이 겪는 정신적 혼란의 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인생이 행복하고 모든 게 잘 돼간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자신이 지극히 불행하다는 자각이 밀려오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Fell on Black Days’의 마지막 대목에서 코넬은 ‘내 운명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How would I know that this could be my fate)?’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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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가든의 2010년 공연 모습. / 사진·WIKIPEDIA.ORG

록 앨범에 이런 히트곡이 1곡만 있어도 성공적인데 ‘Superunknown’에는 4곡이나 든 셈이다. 게다가 펑키하고 원초적인 느낌의 ‘Kickstand’와 어두운 아르페지오가 매력적인 ‘Limo Wreck’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Superunknown’은 러닝타임이 70분이나 되지만 끝까지 김빠지는 느낌은 없다. 곡의 배열 덕분이다. 너바나의 ‘Nevermind’부터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Millennium’까지 1990년대의 히트 앨범 대다수는 히트곡을 앞쪽에 배치했지만 ‘Superunknown’은 중간중간에 끼워 넣었다.

이 앨범의 노래들에서는 절망과 고립감이 묻어난다. 사운드가든의 드러머 매트 캐머런은 “ ‘Superunknown’의 노래 가사는 매우 내향적이고 어둡다”고 말했다. “세상을 조롱하는 외침이자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애원이다.”

코넬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슬프다. 중년에 세상을 등지는 록 스타 대열의 최근 사례다. 최근 들어 40~50대의 때 이른 죽음으로 활동기간이 20~30년 단축되는 팝 스타가 꽤 많았다.

이런 죽음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요절하는 팝 스타보다 낭만적으로 묘사하기도 더 어렵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인 57세에 사망한 프린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활기 넘치고 나이를 안 먹는 듯 보였던 팝 아이콘으로서 매우 갑작스럽고 때 이른 죽음이었다. 또 다른 1980년대의 아이콘 조지 마이클도 지난해 12월 53세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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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그런지록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는 ‘Superunknown’에서는 절망과 고립감이 묻어난다. / 사진·WIKIPEDIA.ORG

그런지 록계에는 코넬보다 앞서 세상을 등진 스타가 많다. 코베인과 레인 스테일리, 스콧 웨일랜드 등이다. 그룹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싱어였던 웨일랜드는 48세 때인 2015년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당시 음악 평론가 스티븐 토머스 얼라인은 “웨일랜드는 전성기가 아니라 얼룩투성이의 긴 황혼기에 꺾였다”고 평했다.

코넬의 황혼기는 전성기보다 빛이 바랬을진 모르지만 그렇게 암울하진 않았다. 그가 2010년부터 추진한 오디오슬레이브와 사운드가든의 재결합은 성공적이었다. 난 2014년 이 밴드가 ‘Superunknown’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앨범 전곡을 공연하는 걸 지켜봤다.

이 공연은 처음에 나이 든 팬들이 모여 옛 추억이나 떠올리는 자리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밴드가 ‘Let Me Drown’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그런 조롱은 자취를 감췄다. 코넬의 실력은 빛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노래했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가고 없다.

‘그는 이제 그의 음악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코넬의 말마따나 “‘Superunknown’ 속에 살아 숨쉰다’”고 말하면 훨씬 더 멋있지 않을까?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