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다 디자인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는 모듈 방식 통한 다양한 버전의 디자인이 눈길 끌지만 스마트 기기로서는 애플 워치와 비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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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모듈러 45는 태그호이어가 내놓은 두 번째 스마트워치다. / 사진·IBTIMES UK

스마트워치는 존재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편리성에서 볼 때 스마트폰보다 업그레이드된 점이 별로 없다. 알림 기능이 손목에서 울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보다는 접근이 쉽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운동 기록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 용도로는 피트니스 트래커가 더 저렴하고 간편할 뿐 아니라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럼 스마트워치의 스마트한 측면에 중점을 두지 않는 제품이라면 어떨까? 새로운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시계를 좋아하는 고객의 마음을 끌 만한 제품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 제품이 스위스제라면? 애플 워치나 삼성 기어 S 시리즈가 아닌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이하 모듈러 45)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모듈러 45는 태그호이어의 1세대 스마트워치 ‘커넥티드’를 대체하는 2세대 제품이다. 이 새로운 시계의 가장 큰 물리적 변화는 모듈 방식이다. 시계줄을 쉽게 빼내 다른 스타일로 바꿀 수 있고 시계를 구입할 때 다양한 색상의 베젤과 러그(시계 본체와 줄을 연결해주는 부분)를 살 수 있다. 또한 스마트워치답게 다이얼의 색상과 세부사항을 고객의 마음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모듈러 45에는 56가지 버전이 있는데 시계줄과 러그의 색상까지 감안하면 총 4000여 가지의 버전이 나올 수 있다.

모듈러 45는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웨어 2.0 운영체제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또한 512MB의 램과 블루투스 헤드폰을 통한 음악 청취를 위해 4GB의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다. 지름 35.4㎜의 스크린은 사파이어 글래스 코팅으로 스크래치 방지 효과를 높였다. 해상도는 400×400, 화소밀도는 287pp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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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 스튜디오 앱을 이용해 다이얼을 원하는 대로 맞춤 설정할 수 있다. / 사진·IBTIMES UK

케이스의 지름은 45㎜(모듈러 45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두께는 13.75㎜로 보통 기계식 시계보다는 부피가 더 크다. 하지만 IB타임스 직원들이 시착해본 결과 2일 정도 지나자 익숙해졌다. 태그호이어 CEO 장-클로드 비버에 따르면 오는 10월 케이스 지름을 39.5㎜로 줄인 유니섹스 모델이 출시된다.

모듈러 45는 수심 50m 방수 기능이 있으며 걷기와 달리기 기록을 위한 GPS가 탑재됐다. 또한 비접촉 결제를 위한 NFC 기능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와이파이와의 연동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스피커가 없어 손목에 대고 이야기하면서 통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디자인 측면에선 태그호이어 오리지널 커넥티드와 하우스 스타일을 고수했다. 커넥티드에 비해 부피가 약간 더 커졌고 다이얼은 태크호이어의 다른 시계들을 흉내 낸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설정할 수 있다. 다이얼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배터리 절약을 위해 블랙 앤 화이트 모드로 단순화되지만 시간은 언제든 볼 수 있다.

시착 당시 충전 없이 하루 종일 사용이 가능했고 간혹 이틀까지 배터리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엔 절전 모드가 실행되면서 스크린이 꺼져 크라운을 눌러야만 시간이 나타났다. 스마트워치에서 시간 확인 외에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알림일 듯하다. 페이스북 메시지나 이메일, 뉴스 속보 등이 도착하면 진동으로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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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배터리 절약을 위해 블랙 앤 화이트 모드로 단순화되지만 시간은 언제든 볼 수 있다. / 사진·IBTIMES UK

솔직히 말해 태그호이어 커넥티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안드로이드 웨어다. 구글의 업데이트가 기대에 못 미쳐 스마트워치 제조업체들은 일관성 없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제한된 앱 선택으로 고심한다. 다행히 태그호이어의 명성과 디자인이 안드로이드 웨어의 취약점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모듈러 45를 기계식 다이얼 대신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유용한 알림 기능이 있으며 맞춤 설정 기능이 많은 스위스제 시계로 인식한다. 하지만 기술 면에서는 애플 워치와 비교가 안 된다고 여긴다.

우리는 모듈러 45를 시착하는 동안 결제나 날씨 정보 확인, 운동 기록, 구글 어시스턴트 사용 등의 기능에 금세 흥미를 잃었다. 2일 정도 지나자 앱 리스트를 전혀 보지 않게 됐고 다만 손목에 태그호이어 시계를 차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정도면 성공 아닐까? 모듈러 45를 구매하는 주된 이유는 태그호이어를 소유한다는 뿌듯한 기분과 다양한 맞춤 설정 기능을 이용하는 재미에 있다. 하지만 태그호이어 같은 명성이 없고 훨씬 더 저렴한 안드로이드 웨어 시계를 만드는 회사들을 위해서는 구글이 해결해줘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태그호이어라는 브랜드의 명성과 모듈 방식, 물리적 디자인을 빼면 모듈러 45에서 남는 건 별로 없다는 말이다.

– 알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