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규제’ 싱가포르에서 배워라

유연한 규제 시스템으로 세계의 많은 핀테크 업체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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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는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자리 잡고 5대 스타트업 업종 중 금융업체가 22%를 차지한다. / 사진 : IBTIMES

지난 5월 하순 수많은 창업가, 벤처자본가, 비트코인 수집가,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제1회 토큰 서밋(Token Summit,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관련 경제·규제·관행을 탐구하는 컨퍼런스)이 열린 뉴욕대학 강당을 가득 메웠다. 외부는 우중충하고 낮게 깔린 구름으로 답답했지만 전면 유리문 안의 강당에선 열기가 뜨거웠다. 디지털 전문 투자은행 아곤 그룹의 엠마 채닝 법률고문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창업과 최초코인공모(ICO) 실시에 최적지는 싱가포르라고 청중에게 말했다.

방청석의 대화로부터 무대 위 패널 토론에 이르기까지 규제와 관련해 미국이 배워야 할 게 아직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리콘밸리 중견 기업가 대니얼 자크리슨은 ‘블록체인 규제감독’에 관한 패널 토론 중 “스타트업들이 창조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견에는 대다수 기업 지도자들과 입법자들이 블록체인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일반의 정서가 반영됐다.

와이어드 잡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개월 동안 약 60개 스타트업과 프로젝트가 ICO를 통해 2억5000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토큰 기반 자본조달은 그 밖의 블록체인 트렌드들과 함께 여전히 구시대적인 규제 시스템에 발목 잡혀 있다. 월스트리트로부터 실리콘밸리까지 모두가 열광하지만 특히 미국의 블록체인 규제가 까다롭다.

토큰 서밋 공동기획자 윌리엄 모게이어는 지난 5월 25일 오후의 패널 토론에서 해외에서 또 한번의 컨퍼런스를 열어야 하는지 청중에게 물었다. “싱가포르나 홍콩 중 어디에서 할까요”라는 그의 질문에 청중은 “싱가포르!”라고 일제히 답했다.

스타트업 리서치 업체 오드업(Oddup)은 싱가포르에는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자리 잡고 5대 스타트업 업종 중 금융업체가 2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대단히 유연한 규제 시스템이 세계의 많은 핀테크 업체를 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거주했던 엘리 슈워츠는 ‘싱가포르는 세계의 금융 허브 자리를 두고 뉴욕·홍콩·런던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핀테크 분야에선 경쟁자들을 저 멀리 따돌리고 선두를 달릴 수 있게 됐다’고 결제처리 서비스 듀닷컴에 썼다.

핀테크뿐 아니라 다양한 블록체인 혁신가들이 싱가포르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대상의 스웨덴 기반 네트워킹 스타트업 코파운드닷잇(Cofound.it)은 1년 가까운 준비작업 끝에 6월 초 싱가포르에서 ICO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얀 이사코비크 공동창업자가 IB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미국보다 싱가포르의 환경이 훨씬 더 명확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규제당국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다. 따라서 스타트업들은 제품 개발과 사용자 기반 확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법률 문제에 따르는 “위험의 최소화에 매달린다”고 이사코비크 공동창업자가 말했다.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아이디어가 법제화되는 데는 종종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예컨대 뉴욕은 가상화폐 사업 대상의 비트라이선스 규제 초안을 2014년 작성해 2015년 법제화했지만 2016년 여름 2건의 허가를 내주는데 그쳤다. 퍼킨스 코이의 변호사 조슈아 보엠은 “면허를 신청하는 기업들은 마냥 대기상태로 기다려야 한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NYC스타트업스에 따르면 뉴욕시에만 38개 비트코인 업체 외에 현재 이더리움과 유사 가상화폐 관련 스타트업들이 있다. 퍼킨스 코이의 동료 변호사 세라 호디는 “법규를 신설한 뒤 현실에 적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호디 변호사의 고객 한 명은 굼벵이처럼 느린 입법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지역 규제당국자로부터 사업 운영 관련 지침 서한을 받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사코비크 공동창업자도 회사 ICO를 실시할 때 똑같은 문제에 부닥쳤다. 미국 법에서는 현재 싱가포르의 최근 규제와 달리 ICO 토큰을 증권, 하나의 전통적인 금융자산으로 간주한다. 그런 차이 때문에 토큰이 지닌 기능과 가치, 구매자의 자격조건, 자본조달 캠페인에 허용되는 광고방식이 달라진다.

이사코비크 공동창업자는 “뉴욕의 문제점은 현재의 보안 프레임워크가 극히 모호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게 많다. 뭔가를 시도하다가도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일이 틀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형사 범죄가 될 수 있다.”

호디와 보엠 변호사가 찾아낸 대안은 법률 시스템 전반의 합리화에는 못 미치지만 규제당국이 신기술 스타트업에 호의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디 변호사는 “미국이 다양한 모래상자를 만들어 놓고 ‘이 테두리 안에서만 활동하면 불법으로 판정 받을까봐 겁먹을 필요가 없지만 우리 레이더망을 벗어나선 안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런던 모두 핀테크·블록체인 스타트업 대상의 구체적인 법률적 ‘모래상자들’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의 모래상자를 가리켜 기업들이 일시적 규제승인의 우산 아래 실험하는 방편으로 정의했다. 이 시스템에선 스타트업들이 당국에 등록하고 업데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규제당국과 정기적인 소통은 서로에게 유익하며 더 완벽한 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엠 변호사는 “규제당국과 업계의 교류가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한편 규제당국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는 정부 웹사이트에 가이드라인과 답변을 발표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주는 현재 블록체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비트코인 친화적인 주로 손꼽힌다. 가상화폐 거래를 보호하는 수정안이 상정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디 변호사는 텍사스 주의 몇몇 법률 웹사이트에 스타트업들이 진화하는 규제환경을 헤쳐나가도록 돕는 간단한 문서나 Q&A 섹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법률 입안자들이 어떤 솔루션을 선호하든 시대변화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난 1년 사이 가치가 상승하면서 보급이 확대되는 블록체인 화폐가 많아졌다. 이사코비크 공동창업자는 “(규제) 기관들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분야를 파악해 도전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와 같은 규제방식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