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눈도 즐거운 디자인

알바르 알토가 1933년 건축한 ‘파이미오 요양소’는 핀란드 독립과 내전의 이야기 담긴 역사적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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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르 알토가 1933년 완공한 핀란드 남서부의 ‘파이미오 요양소’는 현재 아동복지연맹이 사용한다.

핀란드는 약 100년 전인 1917년 12월 6일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전이 시작됐다. 레닌의 10월 혁명을 추종하는 사민당의 지원을 받는 적위군과 칼 구스타프 만네르헤임 장군이 이끄는 보수 진영의 백위군이 맞서 싸웠다.

만네르헤임 장군의 진영에는 당시 건축학도였던 알바르 알토가 있었다. 지금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아 헬싱키의 아테네움 미술관에서 유기적 디자인과 모더니즘을 결합한 알토의 작품을 기리는 회고전(오는 9월 24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내전 직후 핀란드인의 사망원인 1위는 폐결핵이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할 때 알토가 ‘파이미오 요양소’(1933년 문을 연 폐결핵 환자 치료 센터) 건축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요양소가 완공됐을 때 그의 나이는 35세에 불과했다. 핀란드 남서부의 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이 새하얀 강화 콘크리트 건물은 핀란드 건축의 혁명을 의미했다.

이 건물은 알토와 그의 첫째 부인 아이노가 하나부터 열까지 세부사항을 챙긴 진정한 종합예술 작품이었다. 몸의 치유뿐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디자인 목표에 포함됐다. 남향의 옥외 테라스에서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환자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햇볕을 쪼일 수 있었고 병실 벽에는 소음을 흡수하는 벽지를 발랐다. 건축 평론가들은 이 건물이 개성 있고 진보적인 신생 독립국의 빛나는 상징이라고 칭송했다.

1940년대에 항생제의 등장으로 폐결핵 치료의 길이 열리면서 이 요양소는 서서히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이후에는 화려한 원양여객선처럼 실내 디자인을 바꿔 만네르헤임 아동복지연맹(만네르헤임 장군의 누이이자 간호사였던 소피가 1920년 설립했다)이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현대 건축과 자연, 혁신적인 의료, 핀란드 독립과 내전의 이야기가 뒤섞인 역사적 상징물이 됐다.

– 조너선 글랜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