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에 휩쓸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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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윌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피터 윌리엄스(왼쪽)가 런던 카나비 거리에 있는 매장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국 프레피 패션 브랜드 ‘잭 윌스’의 창업자 피터 윌리엄스(42)가 CEO로 컴백한 지 18개월이 지났다[프레피(preppy) 패션이란 미국의 명문 사립고 학생을 연상시키는 단정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말한다]. 윌리엄스 CEO는 지난 1월 여성 스포츠웨어를 출시한 데 이어 5월 중순에는 남성 스포츠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IB타임스에 따르면 버밍엄 교외 에지배스턴 출신인 윌리엄스 CEO는 사업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새 매장을 11~12개 더 열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윌리엄스 CEO는 23세 때인 1999년 대학 동창 로버트 쇼와 함께 잭 윌스를 창업했다. 데번 주의 해변 도시 솔컴에서 단 1개의 매장으로 시작했다. “그 도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윌리엄스 CEO는 말했다. “언젠가 휴가 때 여자친구와 그곳에 갔었는데 매일 해가 나고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거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잭 윌스 그룹은 현재 영국 내에 60여 개를 비롯해 중동과 미국,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9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윌리엄스 CEO의 할아버지 이름은 딴 이 그룹은 웹사이트에서도 후드티(60파운드), 블레이저(200파운드) 등 클래식한 제품들을 126개국에 판매한다. “이번엔 CEO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생각”이라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됐던 일들이 해결됐고 사업이 잘 돌아간다.”

잭 윌스가 심각한 재고 부족 사태를 겪은 후인 지난해 10월 윌리엄스 CEO는 런던 리버티 백화점의 사모펀드 소유주인 블루젬 캐피털 파트너스와 손잡고 인플렉션 사모펀드를 인수했다(당시 인플렉션 사모펀드는 잭 윌스의 주식 27% 소유하고 있었다). 블루젬 캐피털 파트너스는 또 개업 당시 25%의 주식을 받은 쇼의 지분과 소액 주주들의 주식까지 모두 사들였다. 이렇게 해서 블루젬 캐피털 파트너스와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한 윌리엄스 CEO가 잭 윌스의 공동 소유주가 됐다.

2012년 CEO 자리를 내놓고 회사를 떠났던 윌리엄스는 3년 만인 2015년 9월 제자리로 돌아왔다. 잭 윌스는 2014년 9월 외부 업체에 유통을 맡긴 뒤 심각한 재고 부족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 사태는 재고 관리 전반에 영향을 미쳐 2015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연중 최고의 대목인데도 각 매장에 필요한 상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었고 그 후유증은 이듬해 전반기까지 지속됐다고 윌리엄스 CEO는 말했다. “소매업체로서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참 힘든 시기였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3년 전엔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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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카나비 거리에 있는 잭 윌스 매장 전경.

잭 윌스는 지난해 1월 유통을 다시 자체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해 지금은 “부드럽게 돌아간다.” 하지만 유통을 외부 업체에 맡겼다 다시 되돌리는 과정에서 든 비용과 매출 손실이 여전히 회사에 영향을 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2016년 1월까지의 회계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익이 3.8% 올라 1억2570만 파운드에 이른 반면 세 전손실은 거의 2배로 뛰어 1150만 파운드에 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지난해 전반기에 3.9% 하락했던 매출이 윌리엄스 CEO의 새 리더십 아래 후반기엔 3.9% 올랐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CEO는 회사를 떠나 있는 동안 런던 노팅힐에서 남부 시골 마을 코츠월즈의 저택으로 이주했다. 그 곳에서 그는 부인과 함께 2남1녀를 돌보며 빨간색 매시 퍼거슨 트랙터로 땅을 갈기도 했다. 윌리엄스 CEO는 미국 농기구업체 AGCO에서 나온 그 트랙터를 디자인의 고전으로 여긴다. “한동안 일을 쉬었는데 곧 싫증이 났다”고 윌리엄스 CEO는 말했다. 그는 소기업의 창업을 돕는 일을 해보려고 생각하던 중에 잭 윌스의 CEO로 컴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회사를 떠났던 이유 중 하나는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었다. 창업 후 13년 동안 회사를 키우느라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았다. 또 회사가 점점 커지고 있어 관리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가 운영을 맡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유통에 문제가 발생한 뒤 내가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윌리엄스 CEO가 잭 윌스의 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건 런던 유니버시티 컬리지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은 직후 ‘코바’라는 그룹에서 관리 컨설턴트로 일할 때였다. 윌리엄스 CEO는 그 후 약 2년 동안 컨설턴트 일을 계속하면서 친구 쇼를 설득해 동업하기로 하고 친척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포함해 4만 파운드의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난 랄프 로렌이 영국적인 분위기를 세계에 판매한 방식에 감명받았다”고 윌리엄스 CEO는 말했다. “하지만 진짜 영국적인 버전을 만들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세련미를 더하지 않은 뭔가를 말이다.”

윌리엄스 CEO는 창업 후 한동안 솔컴 매장 위층에서 쇼와 함께 기거했다. 3년 동안 지지부진한 매출을 견디면서 세 번째 매장을 열었을 때 마침내 그들의 디자인과 경험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창업 2주년 즈음에 5만9000파운드에 불과했던 매출이 1년 후엔 25만9000파운드로 늘었다. 윌리엄스 CEO와 쇼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음을 직감했다.

윌리엄스 CEO는 최근의 패션 트렌드를 유심히 살핀다. “요즘 사람들은 프라다와 프라이마크(아일랜드에 본부를 둔 초저가 의류·생활용품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입기를 좋아한다”고 그는 말했다. “둘 중 어느 한쪽만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 경향 때문에 트렌드를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하청업체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은 시장에서 최고급으로 꼽힌다.”

윌리엄스 CEO는 앞으로 상당 기간 잭 윌스를 이끌 것이며 패스트 패션의 밀물에 휩쓸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 로저 베어드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