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자란 ‘친환경 쇠고기’

배양육 개발 앞두고 바이오테크 신생업체들의 경쟁 치열…심장병 예방 등 기능성 인조육도 가능해

01
멤피스 미츠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쇠고기로 만든 미트볼 요리.

미국 바이오테크 신생기업 멤피스 미츠의 개발팀은 지난 1월 31일 소를 도축해서 얻은 게 아니라 실험실에서 배양한 쇠고기로 만든 미트볼의 첫 시식 행사를 가졌다. 개발 비용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453g에 1만80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트볼이었다. 그들이 개발한 인조 쇠고기가 조만간 대중의 식탁에 오르진 못하겠지만 어쩌면 몇 년 안에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다.

멤피스 미츠 개발팀과 투자자들은 전문 요리사가 인조 쇠고기로 미트볼을 만들어 ‘전통 이탈리아식 양념’을 가미한 뒤 기름에 튀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업체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시식가로 초대한 사람이 마지막 순간 거부의사를 밝혀 직원 친구의 친구인 스테파니가 나섰다. 그 순간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스테파니는 미트볼을 조심스럽게 찔러본 뒤 입에 넣는다. 그녀는 “아, 진짜 고기맛이 나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럴 줄 몰랐다는 듯 약간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좀 더 맛볼 수 있을까요?”

멤피스 미츠의 공동 창업자 니콜라스 제노베제는 오래 전부터 채식주의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실험실에서 배양한 쇠고기로 만든 미트볼을 한 조각 맛본 뒤 완전히 반했다. “이런 맛은 진짜 오랫만이야!” 그와 함께 멤피스 미츠를 공동 창업한 심장 전문의 우마 발레티 박사는 인도에서 자라면서 12세 때 초대받은 생일 파티에서 도축의 비윤리적인 면을 보고 충격 받았다. 그는 뉴스위크에 “먹고 춤추고 아주 신나는 파티였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러다가 우연히 뒷마당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도축을 목격했다. 그때 사람의 생일이 동물에겐 제삿날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 육식의 윤리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 대다수처럼 발레티 박사도 죄책감이 들었지만 고기는 계속 즐겼다.

02
공동 창업자 우마 발레티(왼쪽)와 니콜라스 제노베제.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발레티 박사는 의사가 돼 바이오테크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의 심장 근육을 재생하는 치료법을 연구하던 중 배양육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심장 근육을 재생할 수 있다면 같은 기법으로 쇠고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제노베제와 조직세포 배양 전문가 윌 클렘에게 창업하자고 설득했다(클렘의 가족은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바비큐 식당 체인을 운영한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합성생물학 부문의 창업지원 기관 ‘인디바이오(IndieBio)’의 심사를 통과했다. 인디바이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아일랜드 코크에 사무실을 두고 바이오테크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실리콘밸리의 Y 콤비네이터가 투자·자문·인재 네트워킹을 통해 IT 업체의 창업을 돕는 것과 같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은 아직 몇 안 되지만 우리의 육류 소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과 비영리단체는 꽤 많다. 실험실에서 만든 육류(그 분야에선 ‘배양육’이라고 부른다)를 인류 최대 문제 중 일부의 해결책만이 아니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도 보는 유명 투자자도 적지 않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90%에는 어떤 식으로든 육류가 들어간다. 또 높은 열량과 영양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육류를 찾는다. 그러나 그 결과 지구는 큰 대가를 치른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조사에 따르면 육류 생산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4.5%를 차지한다. 세계의 승용차·트럭·비행기·배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크게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03
소 태아 혈청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쇠고기가 약 10년 뒤엔 식당 메뉴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가축 사육을 위한 산림 벌채도 큰 문제다. 남미에선 사료로 사용되는 콩 재배지를 확대하면서 한해 동안 우림 1만1650㎢ 이상을 파괴한다. 게다가 세계의 육류 수요가 2050년이 되면 거의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첨단 영농기법으로도 그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렵다. 현재 가축은 지구 면적의 약 30%를 사용하며, 2007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체 농지의 33%가 사료 생산에 할애된다. 또 대형 햄버거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쇠고기 생산에 물 1700ℓ가 필요하다.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그런 사실을 정당화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런 우려에 대해 우리는 ‘스테이크 맛이 좋은데 어쩌란 말이냐?’는 반응을 보인다. 가축에서 육류를 얻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 이상 우리 대다수는 그런 고기를 먹을 것이다. 발레티 박사는 자신의 회사가 그런 셈법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에 따르면 멤피스 미츠가 1칼로리의 열량을 가진 실험실 배양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3칼로리다. 반면 가축 사육으로 1칼로리의 쇠고기 생산에 드는 사료 에너지는 23칼로리다. 에너지 효율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멤피스 미츠가 개발한 인조 쇠고기로 만든 미트볼이 세계에서 최초로 시식된 배양육은 아니다. 2013년 8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이끈 스타트업 모사 미트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투자로 실험실 배양 세포로 만든 햄버거를 처음 선보였다. 그 햄버거 1개를 만드는 데 무려 33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모사 미트의 CEO 페테르 베르스트라테는 지금도 1파운드에 27∼45달러 가격의 쇠고기를 만들 수 있다며 5년 안에 프리미엄 가격의 제품을 시판할 수 있고, 그 후 5년 뒤면 일반 쇠고기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스트라테 CEO는 뉴스위크에 실험실 배양 인조육은 “아주 섹시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모사 미트는 2년 반 전 처음 배양육을 이용한 햄버거를 선보인 이래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당시 시식가들은 그 햄버거의 ‘식감’은 아주 좋지만 고기다운 맛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베르스트라테 CEO는 “진짜 고기 맛이 나지 않는 것은 그 고기가 2만5000개의 작은 근섬유에서 배양됐으며 근섬유는 각각 다른 배양접시에서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햄버거 패티의 특징인 지방도 없고 피의 철분 맛도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사 미트의 신제품은 그런 미각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뉴욕 주 브루클린의 스타트업 모던 메도도 실험실 배양 육류제품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인조 가죽 생산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인조육으로 영역을 사업을 확장한다. 그들은 단순히 인조육이 아니라 기능성 인조육을 개발할 잠재력도 크다고 본다. 방목으로 사육한 쇠고기보다 더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은 실험실 배양 단백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발레티 박사도 멤피스 미츠에서 심장병 예방을 위해 인조육의 지방을 조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포화지방 대신 생선에 함유된 오메가-3가 풍부한 햄버거를 개발할 수 있다. 모던 메도는 아시아 최고 부자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홍콩 창투사 호라이즌스 벤처스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설립한 틸재단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알려졌다.

발레티 박사는 그런 경쟁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약 1000개의 배양육 업체가 필요하다. 그 업체는 우리 경쟁상대가 아니다. 우리는 기존의 육류업계와 경쟁해야 한다.”

배양육은 기존 농업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지만 영향은 거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배양육은 이슬람의 할랄이나 유대교의 코셔 같은 전통 종교적 식품 기준을 초월한다. 또 자신을 채식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런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2008년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는 상업적으로 생존가능한 수량으로 배양육을 생산하는 단체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그러면서 페타 내부에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현재의 육류 배양은 소 태아혈청(FBS)에 의존한다. 모든 배양육 제조자가 기존의 육류업계와 진정으로 관계를 끊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그러나 베르스트라테 CEO는 배양육이 세포적으로는 쇠고기와 똑같지만 도덕적·철학적 거리낌이 있는 사람에게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이면서 육류를 좋아한다면 배양육을 선택해선 안 될 이유가 없다. 도축하지 않는데 왜 문제가 되나?”

– 그랜트 버닝햄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