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아이도 칼 집어 들 것이다”

시리아 내전 통해 더 강인해진 헤즈볼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대비해 병력 재배치에 들어가
지난 6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행사 도중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든 헤즈볼라 지지자들.

지난 5월의 어느 따뜻한 날 아침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남쪽에 위치한 벌판. 노랑나비가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 커다란 기관총을 든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자가 미사일 발사대 곁에 서 있었다. ‘라비에’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그 지역에 주둔하는 헤즈볼라 전사였다. ‘신의 정당’이라는 뜻을 가진 헤즈볼라는 레바논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다. 라비에는 뉴스위크가 만난 다른 헤즈볼라 전사들처럼 언론에 이야기할 권한이 없다며 끝내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곧 시리아를 해방시킨 뒤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2012년 이래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편에 서서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서 싸웠다. 헤즈볼라 전사 중 다수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은 그 전투를 겪으며 더 강해지고 대담해졌다. 그들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함으로써 훈련과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 정부군, 게다가 러시아가 제공하는 고성능 무기도 충분히 확보했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누리는 헤즈볼라의 ‘전성기’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레바논 남부 국경 지대는 오랫동안 위태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더욱 급박해지면서 헤즈볼라 전사들과 관리들은 얼마 전부터 시리아에서 그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다고 밝혔다. 그들의 숙적인 이스라엘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도 못할 상황이다. 미국도 시리아 내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미국은 시리아에서 헤즈볼라를 공격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헤즈볼라가 장악한 지역을 계속 공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현재 헤즈볼라는 이라크에서도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를 돕는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그 두 나라는 2006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렀다)을 치르려면 헤즈볼라는 곧 3개의 전선(시리아, 이라크, 이스라엘)에서 싸워야 할 처지다. 그럴 경우 어쩌면 시리아에서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얻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른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의 힐랄 하샨 정치학 교수는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나선다면 헤즈볼라는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요격미사일 체계를 전력화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전력의 분산에 따른 불리함과 어려움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적어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 다히에의 두 사령관에 따르면 그렇다. 그곳 길거리의 벽은 미소 짓는 나스랄라의 초상화로 도배돼 있다. 무기 곁에 선 잘생긴 젊은 전사들의 사진도 함께 붙어 있다. 전부 시리아에서 전사한 그곳 출신이었다.

두 사령관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며 다디단 차를 마셨다. 한 명은 고위 장교였고 다른 한 명은 그의 참모였다. 고위 장교는 “우리가 시리아에 파견된 이래 전투력이 훨씬 강해졌다”고 자랑했다. “이전의 헤즈볼라는 방어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그의 참모가 끼어들었다. “지금의 헤즈볼라는 이전에 꿈도 못 꾸던 무기로 무장했다. 시리아에 내전이 없었을 땐 그런 무기를 손에 넣기가 불가능했다. 특히 이처럼 싼 가격에 말이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막강한 이스라엘군도 대적하기 힘든 상대였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싸우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수십 년 동안 훈련됐고 소지한 무기도 정교했다. 러시아제 대전차 미사일이 이스라엘 지상군을 치열하게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이 휴전에 합의했다. 그 전쟁으로 역내 최강군을 가진 이스라엘이 병력 120명을 잃었다.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이래 어느 전쟁에서보다 더 큰 희생이었다(헤즈볼라는 49~300명 사이의 대원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의 헤즈볼라는 그때보다 훨씬 강하다. “2006년의 헤즈볼라 전력은 지금의 3% 수준에 불과했다”고 헤즈볼라 전사 무스타파(가명)가 말했다. “시리아에서 얻은 경험으로 우리는 매우 강해졌다. 18세로 시리아에 싸우러 갔던 소년이 지금 24세다. 그는 친구들이 자기 앞에서 죽는 것을 봤고 그곳에서 가족을 잃었다. 이제 그는 더 잃을게 없다. 그는 피 한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허세로 들리지만 어느 정도 진실도 담겨 있는 말이다. 2006년 전쟁 이래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권과 이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첨단 무기를 확보했다. 지난해 헤즈볼라는 정규 병력 약 2만 명과 예비군 2만5000명을 거느렸다. 중간 규모의 군대에 비교할 만하다. 미국 워싱턴 D.C.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빌랄 사브는 “헤즈볼라는 군사적 역량을 가진 준 국가단체로서 가장 막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헤즈볼라가 전쟁 발발시 사용할 수 있는 12만 기의 로켓을 보유한다고 믿는다. 유럽연합(EU)의 대다수 회원국보다 규모가 더 큰 로켓 병기고다. 또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의 지하터널망도 보완했다. 그중 일부는 이스라엘 영토 안으로 뚫려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다히에의 고위 장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중동 전체가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모두가 싸울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도 칼을 집어 들 것이다. 이전에 우리는 보르칸-1 미사일을 이스라엘군에 사용할 비밀병기로 보유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미사일을 시리아에서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이스라엘은 우리가 그 미사일을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 상상해 보라. 우리는 1시간 안에 미사일 4000발을 쏠 수 있다. ATV와 무기화된 드론, 모터바이크로 이스라엘 영토로 침투할 수 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천연가스 송유관을 공격할 수 있다. 우리에겐 대공 미사일도 있다. 이스라엘 비행기가 공항에서 이륙하는 즉시 폭파할 수 있다.”

지난 3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영토 내의 전투를 가정한 모의 군사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일부 전문가는 그의 주장이 허풍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헤즈볼라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보유한 화력이 이스라엘보다 훨씬 약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직후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무기를 확충했고 ‘아이언 돔’ 같은 최신식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이스라엘은 2014년 가자 전쟁 당시 공격해오는 로켓의 90%를 요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치에 의문을 표한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관리를 지낸 자크 네리아는 “우린 헤즈볼라가 소유한 미사일에 관해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이스라엘은 가장 먼저 헤즈볼라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레바논에서 날아오는 로켓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아주 끈질긴 민족이다. 헤즈볼라가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않길 바란다.”

양측이 서로에게 입힐 피해를 감안하면 ‘상호 억제(mutual deterrence)’를 유지하는 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 사이의 전쟁이 임박한 듯한 경우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2015년 1월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헤즈볼라 수송대를 공습했다. 헤즈볼라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국경 부근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다행히 전투는 확대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헤즈볼라 무기고로 추정되는 곳을 잇따라 공습했지만(가장 최근 경우는 6월 25일)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한 양측의 군사활동은 평화를 위한 바람직한 조짐은 아니다. 지난 3월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에서 모의로 레바논 마을까지 건설해 헤즈볼라 영토 내의 전투를 가정한 군사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더 최근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을 레바논 남부로 이동 배치했다(그들은 첩보와 이스라엘군 이동을 관측한 자료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히에의 한 지휘관은 “지금 시리아 쪽에선 시리아 정부군이 상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우리의 주력 부대는 이스라엘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경이 가까운 레바논 남부에선 고조된 긴장이 피부로 느껴진다. 사실 수년 전부터 그랬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침공을 우려한 헤즈볼라의 병력 이동 배치와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 강화를 감안하면 이곳 상황이 더 다급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헤즈볼라의 심장부로 그들이 숲으로 우거진 계곡과 언덕에 숨겨진 벙커 속에 미사일을 배치해둔 곳이다. 일반 주민이 잃을 것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데 오래 전부터 익숙해졌다. 한 헤즈볼라 관리는 이스라엘을 가리키며 “그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도 그에 맞설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자손과 그 아래 후손에게도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문화의 일부다.”

그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의 생각이 옳다면 시리아에 주둔 중인 라비에 같은 헤즈볼라 전사는 곧 새로운 전선으로 이동할 것이다. “레바논이든 시리아든 이스라엘이 침공한다면 우리는 그곳으로 갈 것”이라고 라비에는 말했다.

– 술롬 앤더슨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