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의 ‘멋진 신세계’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바꾸고, 폭탄을 탐지하는 꽃부터 연료를 생산하는 박테리아까지 자연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어

인류는 책을 쓰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작곡을 하기 오래 전부터 가죽을 만들었다. 원시 시대의 수렵채취인들이 동물 가죽으로 지은 옷을 입었다는 증거가 있다. 고고학자들은 2010년 아르메니아의 한 동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죽신을 발굴했다. 기원전 3500년께 만들어진 신발로 240㎜ 정도의 크기였다.

진화의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몸을 보호해주는 털이 사라진 인류의 조상으로선 소나 양, 돼지의 가죽을 보존처리하고 무두질해 옷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획기적인 돌파구였을 것이다. 그 외 밀 같은 곡식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고, 닭 같은 식용 동물을 사육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발효 기술을 터득하는 등 호모사피엔스가 그동안 발전시킨 중요한 다른 능력도 마찬가지로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그 각각의 경우 인간은 식물, 동물, 미생물 등 자연에 있는 것을 가져다가 기발한 재주로 하나의 제품을 만들었다. 인간은 바로 그 독착성 덕분에 ‘만물의 영장’으로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 세계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무두질한 동물 가죽으로 멋진 부츠나 재킷, 핸드백을 만들 수 있지만 그건 여전히 동물 가죽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지구상의 수많은 채식주의자나 철저한 동물보호주의자이거나 의류와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백억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는 데 따르는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사람이라면 동물 가죽으로 신발이나 옷을 만드는 사업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

볼트 스레즈의 엔지니어들. 효모 미생물로 거미줄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가죽을 가죽답게 만드는 것은 동물의 피부가 아니라 콜라겐이다. 동물 피부를 비롯해 연결 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질기고 섬유질 많은 단백질을 가리킨다. 따라서 콜라겐을 따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열렬하게 헌신적인 동물권익 운동가들도 좋아할 수 있는 가죽 생산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가죽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 부둣가의 휑뎅그렁한 브루클린 아미 터미널 8층에 가면 생체조직 합성공법으로 가죽을 만드는 스타트업 모던 메도의 실험실과 사무실이 있다. 그곳에서 60명의 직원이 미생물을 채취해 그 DNA를 편집한다.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가 곡물의 당분을 알코올로 전환시키 듯이 대사 제품으로 콜라겐을 만드는 과정이다. 쉽게 말하자면 DNA를 개조한 세포를 대형 용기에서 증식시켜 콜라겐을 만들고 거기서 수확한 콜라겐을 처리해 가죽으로 만드는 미생물 공장이다.

미생물에서 만든 콜라겐은 제거해야 할 동물의 털이나 지방이 없기 때문에 처리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가죽 무두질보다 훨씬 지속가능하다. 그런 무두질 과정이 끝나면 일반 가죽과 생물학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똑같은 물질이 된다. 제조 과정에서 동물을 도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실제로 이런 바이오가공된 가죽이 동물 가죽보다 품질이 더 나을 수 있다. 또 모던 메도의 미생물은 소나 양을 사육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콜라겐을 생산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회사는 가죽제품 브랜드와 협력해 세포 차원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모던 메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앤드라스 포가스는 “생물학과 공학의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자연의 방식과 다른 접근법으로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든 설계해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것이 합성생물학이 우리에게 약속하는 가능성이다. 이 기술은 우리가 먹고 입고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 자신까지 개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유전자 하나를 제거하거나 종 사이에서 유전자를 이동시키는 정도의 기본적인 유전공학은 수십 년 전부터 가능했다. 더 최근엔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신속히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젠 유전체를 편집하고 고유한 DNA를 처음부터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능력으로 과학자들은 가장 기초적인 박테리아부터 가장 복잡한 인간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기본 코드를 장악하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됐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생물공학자로 합성생물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제임스 콜린스 교수는 “과거 유전공학은 붉은색 전등을 녹색 전등으로 갈아끼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지금의 합성생물학은 전등이 켜지고 꺼지는 방식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회로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런 놀라운 제어 능력으로 자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고 그 과정에서 가장 긴급한 지속가능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포를 합성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면 잔혹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산업형 농장이 사라질 것이다. 박테리아의 DNA를 조작해 석유를 생산하면 진정으로 재생가능한 액체연료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효모의 DNA를 개조하면 자연적으론 개똥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르테미 시닌을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지구상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합성생물학자 드루 엔디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명을 파괴하지 않고 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위의 삶에서 지구와 함께하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

모던 메도의 기술자가 바이오가공된 가죽의 인장 강도를 시험한다.

이처럼 코앞에 닥친 ‘합성의 시대(Synthetic Age)’는 과학자나 스타트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미국 시장분석기관 ‘투명성 시장 연구’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는 2012년의 18억 달러에서 2019년 13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합성생물학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10억 달러에 이르렀다(2014년의 2배). 투자자 중엔 에릭 슈미트, 피터 틸, 마크 앤드리슨 같은 IT 업계 큰손도 있다. 화석 연료계의 거물들도 이 게임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면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합성생물학 스타트업인 신테틱 지노믹스와 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의 하나로 지난 6월 엑슨모빌은 지속가능한 생물연료로 사용할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해조류의 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합성생물학의 진정한 혜택과 그에 따라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자연을 흉내 내는 차원에서 자연을 재설계하는 차원으로 옮겨가면서 점차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폭발물이 탐지되는 색이 변하는 식물, 오래 전 멸종한 꽃의 향기를 발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상상해 보라. 모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면역성을 가진 세포가 만들어지고, 인간 유전체의 30억 개 DNA 염기쌍 전부가 실험실에서 합성되는 미래를 그려 보라.

그 모든 프로젝트가 여러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인간 유전체 전부를 인공적으로 만든다는 마지막 목표는 과학의 신기원이 될 수 있다. 성공한다면 우리를 더 건강하고 똑똑하고 강하게 만들기 위한 인체 개조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것이 ‘유전체 프로젝트 실행(GP-write)’의 목표 중 하나다. 인간을 포함해 대형 생물의 유전체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향후 10년 안에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합성생물학자들이 발족시킨 국제 프로젝트다. GP-write의 설립자 중 한 명으로 디자인 회사 오토데스크의 연구과학자인 앤드루 헤셀은 “대형 생물의 유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연선택과 인위선택(전통적인 동식물 육종 방식)에서 의도적인 설계로 옮겨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인간 유전체 전부를 합성한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충격적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엔디 교수 같은 몇몇 합성생물학자들도 그 개념엔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그런 점을 의식해 GP-write을 추진하는 연구자들은 합성된 DNA로 인공 인간을 만들 의사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들의 작업은 인체 세포를 합성하는 데 국한될 것이다. 목적은 인간 유전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콜라겐을 수확한 다음 무두질을 하면 생물학적으로나 화학적으로 일반 가죽과 똑같은 제품이 나온다.

그러나 살아있는 존재의 유전자 코드를 만들려는 시도는 윤리적인 우려가 상당히 크다. 안전성만이 아니라 성공했을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DNA 합성으로 만들어진 식물이나 동물이 야생으로 탈출하면 어떻게 될까? 야생에서 그 합성 존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힘들다.

또 치명적인 유전자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인체 세포를 개조하는 것은 판단하기에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고 해도 치료와 인간 개조 사이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로 정해야 할까? 기술감시 시민단체 ETC 그룹의 짐 토머스 연구원은 “현재 우리는 인간의 기본 특성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개발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시장 주도의 우생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물론 그런 윤리적인 문제는 합성생물학자들이 인간 유전체를 복제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언제 가능해질지는 전혀 확실치 않다. 과학자들은 아직 효모처럼 아주 단순한 단일세포 생물의 유전체도 완전한 합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인간 유전체의 약 2만 개 유전자를 합성하는 방법을 알아내려면 10년보다 훨씬 긴 세월이 걸릴 수 있다. 아울러 실험실에서 현실세계로 이전되는 기술이 전부 그렇듯이 합성생물학도 시장에서나 규모 측면에서 이미 나와 있는 일반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첨단 생물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합성생물학 도구를 사용한 스타트업들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유가 하락으로 값싼 휘발유와 경쟁하는 헛된 노력에 수억 달러를 낭비했다.

그러나 달성 시기가 빠르든 늦든 합성생물학의 기초가 되는 과학(생명의 코드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 과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개조할 태세다.

창밖을 보라. 태양을 향해 기우는 나무, 산들바람에 날개짓하는 참새, 걸어가는 사람 등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체는 똑같은 유전자 코드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DNA 핵염기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 그 구성요소다. 그 요소로 만들어지는 코드가 생명의 프로그래밍 언어다. 그 기초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 시작한 이래 거의 바뀌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영어로 간단한 동요도 지을 수 있고 아주 난해한 소설 ‘율리시즈’도 창작할 수 있듯이 DNA도 가능한 모든 조합을 이용해 미세한 박테리아를 만들 수도 있고 거대한 고래를 만들 수도 있다. 보스턴 소재 합성생물학 스타트업 깅크고 바이오워크스의 제이슨 켈리 CEO는 “인체 DNA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구성하는 DNA와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합성생물학의 기본 아이디어다.”

거미는 철보다 강하지만 극히 가벼운 거미줄을 만들어낸다. 볼트 스레즈는 개조한 효모로 그 과정을 복제한다.

DNA 언어가 만들어진 것은 수십억 년 전이지만 우리가 그 언어의 해독법을 배운 것은 얼마 오래 되지 않았다. 핵염기 C·G·A·T가 배열된 정확한 순서를 알아내는 DNA 염기서열 분석은 1970년대 들어서야 처음 실시됐다.

그뿐 아니라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면 오랫동안 노력과 비용이 많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 매달린 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체를 구성하는 31억 쌍의 DNA 염기서열 전체를 처음 해독하는 임무를 완수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세월과 약 27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가져다준 기술 발전 덕분에 시간이 흐르면서 DNA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크게 줄었다. 지금 한 개인의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하루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비용도 약 1000달러면 족하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는 기술발전 예측모델을 제시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처럼 더 빠르고 저렴한 마이크로칩으로 본체가 방 하나를 가득 채우던 시절에서 자그마한 스마트폰의 시대로 변화시킨 컴퓨터 혁명이 일어났듯이 DNA를 더 저렴하게 해독하고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하면서 합성생물학에서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생명과학 투자사 바이오이코노미 캐피털의 로브 칼슨 전무는 “기술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15~20년 전부터 비용도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무어의 법칙보다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

실제로 생명공학 분야의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는 ‘칼슨 곡선(The Carlson Curve)’이 바로 그의 이름을 땄다. ‘합성’이라고 하면 자연을 모방한 짝퉁이라는 인상을 준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를 생각해 보라. 하지만 대다수 합성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 MIT에 있을 때 그 운동을 주도한 스탠퍼드대학의 엔디 교수에겐 합성생물학이란 공학을 통해 생명의 복잡하고 혼란스런 과정을 세포 차원과 그 이상에서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는 “공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시도해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나간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자들이 주문처럼 되풀이하는 인용구가 있다. 뛰어난 이론물리학자였던 고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명언이다. ‘내가 창조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다.’ 그가 직접 한 말은 아니다. 그 어구는 파인만 교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그가 가르치던 교실의 칠판에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자들은 그 말이 DNA를 더 잘 이해하려면 DNA를 편집하고 작성하는 과정, 즉 생명을 설계하는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유전체를 더 잘 이해할 목적으로 유전체를 합성하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DNA를 복제하지 않고 인공 유전자 전부를 쓰고 프린트한다는 뜻이다. 그 모든 노력은 ‘생명의 유전자 책’에 적힌 언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생물합성기술로 생산한 거미줄은 방탄복부터 붕대, 심지어 셔츠나 깔개를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2010년 처음 맺어졌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이끈 유전학자 크레이그 벤터와 동료들이 최초의 합성세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우폐역균이라는 작은 박테리아의 유전체 전부를 조립해 다른 박테리아의 텅 빈 세포에 주입했다. 그 정도 만해도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지난해 벤터와 동료들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 합성세포의 유전체를 분리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만 남긴 것이다. 증식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와 불필요한 유전자를 구분한 뒤 생존에 불필요한 유전자를 없애 생명의 기본에 도달함으로써 그들은 각 유전자의 정확한 역할을 알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 과학사 교수로 신저 ‘합성: 생명의 제조(Synthetic: How Life Got Made)’를 펴낸 소피아 루스는 “유전체의 개조와 조작이 가능하도록 복잡성을 없애고 단순화·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간단한 박테리아 유전체도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했다. 벤터의 팀이 합성세포에서 생존에 필요한 것만 추린 유전자 473개 중에서 149개의 기능은 그들도 알 수 없었다. 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가 그토록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염기서열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런 박테리아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생물의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합성하는 작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파인만 교수의 또 다른 명언이 떠오른다. ‘뭔가의 이름을 아는 것과 뭔가를 실제로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유전자의 역할을 실제로 알기 위해선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합성하고 프로그램해야 한다. 하나의 생물을 설계한 뒤 DNA 합성이나 크리스퍼(CRISPR) 같은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설계대로 생물을 만든 다음 실험실에서 테스트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워야 한다. 그런 ‘설계-제조-테스트-학습’ 주기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벤터 팀이 만든 합성세포의 경우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한 번에 하나씩 추가하고 또 제거한 다음 그 세포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살펴봐야 했다. 유전자 하나를 추가하든가 제거해서 합성된 박테리아가 죽으면 그 문제의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선 죽는 것이 고무적인 조짐이다. GP-write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낸시 켈리는 “바로 그것이 생물공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깅크고 바이오워크스가 설계한 미생물은 효모를 이용해 장미향 등 다양한 향기와 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명체를 설계하고 조립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속도만큼만 빨리 학습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칼슨의 곡선’이 그토록 중요하다. 비슷한 주기로 발전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생각해 보라. 제이슨 켈리와 함께 깅크고 바이오워크스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톰 나이트는 1960년대 MIT에서 냉장고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며 나중에 인터넷의 모태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천공 카드를 일일이 손으로 밀어넣어야 하는 구식 컴퓨터였다. 엄청 느리고 힘이 들었다. 바로 그 속도가 비교적 최근까지 생물학의 프로그래밍 속도였다. 켈리는 “우린 박테리아 유전체에서 하나의 염기 A를 T로 바꾸는 유전자 인공변이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반나절씩 보내곤 했다”고 돌이켰다. “컴퓨터에서 비트를 0에서 1로 바꾸느라 반나절을 소비한 것과 같다.”

요즘은 어떤가? 켈리는 “페이스북에서 기술자는 반나절에 신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뜻이다. 물론 생물학을 컴퓨터만큼 빨리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다. 컴퓨터 코드는 그냥 코드일 뿐이지만 생물학은 아무리 작아도 물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학의 프로그래밍 속도도 계속 빨라질 것이다. 엔디 교수는 “2002~2003년엔 염기 하나를 위해 DNA 합성 버튼을 한 번 누르면 4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뚝 떨어졌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소재 DNA 합성 스타트업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이하 트위스트)의 CEO 에밀리 르프루스트는 DNA 나선구조의 기초요소인 염기쌍 하나를 합성하는 데 9센트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의 ‘설계-조립-테스트-학습’ 주기에서 트위스트는 조립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한다. 실험실과 기업들이 특정 유전자를 보내달라고 주문하면 트위스트는 그 유전자를 합성해 실리콘 위에 DNA 분자를 프린팅한다. 현재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몇 주 정도지만 DNA 합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기간도 짧아질 전망이다. 비용과 소요 기간의 장벽이 무너지면 합성생물학자들의 상상력이 더 자유로워져 다양한 아이디어를 신속히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도래가 1990년대 기술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듯이 DNA 설계와 조립 기술의 상용화는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키고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서전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21세기의 최대 혁신은 생물학과 기술의 교차지점에서 나올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많은 기업과 투자자는 합성생물학의 잠재력을 확신한다. 그들은 합성생물학으로 인해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비즈니스를 하는 기본 방식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의 기술전문가들은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 저장 매체로서 DNA가 실리콘을 능가할 수 있다고 본다.

유전자 코드란 기본적으로 생명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정보를 보존해 전달하는 수단이다. DNA는 아주 밀도 높은 매체다. 최근 연구자들은 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1인용 침실 크기 하나를 채울 만한 DNA 분량에 전부 저장할 수 있는 이론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게다가 기존의 저장(녹음) 매체와 달리 시대가 바뀐다고 못 쓰게 될 위험도 없다. 아무튼 생물학은 수십억 년 동안 DNA를 설계해 왔지 않은가?

실제로 DNA 기반의 컴퓨터 저장장치를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트위스트는 DNA 기반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MS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MS는 지난해 7월 워싱턴대학과 공동으로 뮤직비디오 등 200MB의 데이터를 DNA 가닥에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4월 MS는 트위스트로부터 DNA 1000만 가닥을 구입했다. 트위스트의 르프루스트 CEO는 “지난 세기가 플라스틱의 세기였듯이 이번 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깅크고 바이오워크스는 멸종된 꽃의 향기를 생물합성 기술로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합성 DNA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깅크고 바이오워크스는 생물학의 세기가 코앞에 닥쳤다고 확신한다. MIT의 선구적인 합성생물학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켈리와 동료 4명이 2008년 세운 깅크고 바이오워크스는 살아있는 유기체인 효모를 주문에 따라 설계한다. 그 효모는 식물에서 나는 맛과 냄새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은 프랑스 향수회사 로베르테와 제휴해 실제 장미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효모에 주입한 다음 효모의 생화학 경로를 조작해 장미향을 만들어낸다.

구입하는 향수의 실제 성분이 합성된 미생물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그런 설명을 들으면 충격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효모 자체가 향수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또 그들이 생산하는 장미오일은 어떤 화학적 대용품보다 훨씬 자연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켈리는 “장미오일을 얻으려고 장미밭으로 가지 않고 양조장을 운영하며, 거기서 맥주를 만들기보다 장미오일을 생산할 수 있다면 아주 멋지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우리는 고유한 플랫폼을 사용해 설계된 효모를 고객에게 라이센스 판매한다.”

합성생물학자들은 단순히 기존 생명체를 복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오래 전 멸종한 생물도 복원하고 싶어 한다. 깅크고 바이오워크스는 식물표본실에 보존된 식물 표본에서 DNA 분자를 추출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꽃의 향기를 합성해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1994년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남대서양 세인트 헬레나 섬의 올리브 나무가 좋은 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스타트업 볼트 스레즈는 거미줄을 분비하는 효모 미생물을 합성했다. 그 거미줄 소재는 철보다 강하지만 아주 가벼워 앞으로 의약품이나 군사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의 생물학자 준 메드퍼드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79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폭탄을 탐지하면 흰색으로 변하는 식물을 개발하는 중이다. 메드퍼드 교수는 그런 식물을 합성하려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전신투시 스캐너 대신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식물은 40억 년에 걸쳐 환경을 감지하고 그에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우린 그런 감지와 반응을 가능케 해주는 합성생물학적 요소를 찾아내 자연적 ‘인프라’에 주입하는 작업을 한다.”

‘인프라’라고 말하면 생소하게 들리지만 사실 매우 적절한 용어다. 현재 우리의 인프라는 대부분 광물이나 석유화학물질을 통해 동력을 얻지만 합성생물학은 내재적 지속가능성을 가진 인프라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매년 봄이 되면 땅에서 싹이 돋아나듯이 생물학은 석탄이나 석유, 또는 철과 달리 재생이 가능하다.

엔디 교수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90테라와트다. 현재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4배 반에 해당한다. 세포는 우리의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의 영역을 훨씬 능가하는 복잡한 일도 쉽게 해낼 수 있다. 켈리는 “생물학은 작고 정확한 것을 만들어내는 면에서 인텔보다 뛰어나고, 거대한 것도 자동차 회사보다 더 많이 만들어내며, 그것도 전부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나무 한 그루는 자동차 한 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이 복잡하며 수명도 더 길다.

모던 메도의 CEO 앤드라스 포가스는 가죽제품 브랜드와 협력해 세포 차원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합성생물학자들은 세포가 거의 모든 것으로 자랄 수 있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신바이오베타의 창업자이자 곧 발행될 저서 ‘당신의 바이오 전략은?(What’s Your Bio Strategy?)’의 공동저자인 존 컴버스는 “스마트폰이 합성생물학적 설계로 만들어진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케이스는 콜라겐 합성 가죽으로 만들고, 화면은 스스로 빛을 발하도록 만든다면 어떨까?”

물론 밭에서 스마트폰을 수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DNA 합성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앞으로 훨씬 더 싸고 빨라져야 한다. 현재는 단일 DNA 염기쌍을 합성하는 데 9센트밖에 들지 않는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켈리는 예를 들어 페이스북 같은 기술업체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서 비트 하나를 바꿀 때마다 1센트를 지출해야 한다면 다른 중요한 작업에 쓸 돈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린 현재 합성생물학 기술의 IBM 시대에 머물고 있다.”

DNA 합성 업체들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DNA 양이 제한돼 있다. 트위스트는 한 번에 최대 약 3200 염기쌍을 생산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인간 유전체는 약 30억 염기쌍으로 구성된다. 그처럼 많은 염기쌍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엄청난 작업이다. MIT의 콜린스 교수는 “생물학은 아주 혼란스러우며 생물공학은 엄청나게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지난해 5월 10일 합성생물학 전문가 약 150명이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비공개로 모임을 갖고 인간과학 역사에서 가장 야심적이고 중대한 임무가 될 수 있는 것을 논의했다. 이 프로젝트의 임시 명칭은 원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실행(HGPwrite)’이었다. 향후 10년 안에 인간 유전체 전부를 합성한다는 의미였다. HGP-write는 첫 비공개 회의로 비난을 샀다. 그러나 주최 측은 미 발표 논문이 회의에서 논의되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나중에 명칭에서 H를 없앴다. 인간 유전체가 강조되는 것을 피하고 일반적인 DNA 설계를 가속화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최 측의 다수는 인간 유전체를 합성한다는 임무가 유전자를 해독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분명했다. 오토데스크의 헤셀은 “우리는 인간이라 인간의 렌즈를 통해 사물을 보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인간 유전체 합성이 앞으로 합성생물학에서 우리가 극복하려는 대도전이다.”

GP-write는 그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 목표를 1억 달러로 정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뉴욕에서 열린 가장 최근의 회의까지는 실제 모금된 액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컬럼비아대학의 해리스 왕과 뉴욕대학의 제프 뵈케는 미국 국방부의 보조금 50만 달러를 받았다. 인체 세포를 자급자족하는 영양 공장으로 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동물 세포는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특정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능력을 잃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음식을 통해 그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식물과 곰팡이류, 박테리아의 세포는 광합성을 통해 계속 그런 영양소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유전자 경로를 빌려오면 그런 영양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인간 세포를 개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럴 경우 실험실 연구에 사용되는 인간 세포 라인을 개발하는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다. 자급자족하는 세포에 혈청을 공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양을 자급자족하는 세포로 만들어져 ‘먹을 필요가 없는 군인’이 탄생한다면 국방부가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그 정도는 음모론자나 공상과학 소설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왕 교수는 광영양세포로 인간이 장기 우주 여행의 혹독한 조건을 견뎌내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완벽한 우주비행사를 만들어내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연구는 진화를 통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한 기능을 개발하는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GP-write을 둘러싼 논란은 합성생물학이 박테리아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발전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윤리적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 유전체를 합성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이나 우리 자손을 개조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2015년 중국 연구팀은 합성생물학 도구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처음으로 인간 배아의 유전체를 편집함으로써 과학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에서도 연방정부 패널이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경우’ 그와 유사한 연구를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 그 ‘절박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유전자 장애를 제거하거나 질병을 줄이기 위해 합성생물학 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과 인간 개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부자가 자신이나 자녀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그 기술을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다는 현실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이 생물학적 사실로 굳혀질 위험을 제기한다. 그 외에도 현재 우리가 야생에서 채취하거나 농장에서 재배하는 식품의 다수가 생물학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스탠퍼드대학의 생명윤리학자 행크 그릴리는 “신기술과 관련해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최적기는 그 기술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바로 지금이 그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합성생물학 제품이 서서히 실험실에서 우리 주변 세계로 이동하면서 우리도 곧 그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유전자 변형(GM) 식품을 둘러싼 회의론을 감안하면 그런 일은 투쟁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2015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37%만이 GM 식품의 안전성을 믿었다. 반면 그런 식품이 안전하다고 믿는 과학자는 88%에 이르렀다. 합성생물학의 경우 안전성 입증의 책임은 그 기술의 옹호론자에게 있겠지만 해결책은 논쟁이 생길 수 있더라도 식량·연료·기후와 관련해 우리 지구가 직면하는 실존적 환경 위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전체 육지의 약 40%가 인간의 식량 생산에 할애된다. 다른 종의 생존이 그만큼 위협 받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세계 인구의 9명 중 1명은 충분히 먹지 못한다. 게다가 2050년이 되면 추가로 늘어나는 인구 20억 명을 더 먹여 살려야 한다. 위험한 기후변화를 면하려면 2050년까지 세계 전체가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하지만 우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고사하고 배출량의 증가를 막는 일도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이든 아니든 불문하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세계 인구가 12억 명이다.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수준에 이를 수 없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처치는 합성생물학의 거물 중 한 명이며 GP-write 그룹의 주요 인물이다. 그는 또 생명윤리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대담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수만 년 전에 멸종한 털북숭이 매머드를 유전자 편집으로 부활시킬 계획을 발표하고 인간을 질병에 취약하지 안도록 유전학적으로 개선할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2012년 미국의 인기 시사코미디 ‘콜베어 리포트(The Colbert Report)’에서 진행자 콜베어는 처치를 출연시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거의 농담이었다.

처치 같은 과학자가 상상하는 급진적인 생물학적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위험이 한쪽으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제대로 짚었다. “나는 비판 없는 예방적 원칙을 비판하는 사람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대처가 느린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급진적 시대는 급진적 해결책을 요구할지 모른다.

– 브라이언 월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