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원단으로 만든 넥타이

이탈리아 맞춤 넥타이 전문점 ‘파사지오 크라바트’, 빈티지 옷감의 개성 강한 스타일로 주목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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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인 체루티는 요즘도 가끔 글을 쓰지만 남성복에 대한 열정은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왼쪽) / 파사지오 크라바트의 넥타이는 고객의 치수에 맞게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원단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체인점과 온라인 쇼핑이 소규모 상점(momand-pop stores)을 죽인다는 건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고속열차가 선로에 묶여 있는 누군가를 향해 돌진할 때처럼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잔니 체루티(30) 같은 사람은 예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약 50㎞ 남쪽에 있는 소도시 로비오에서 맞춤 넥타이 전문점 ‘파사지오 크라바트’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이다.

체루티는 마술사처럼 결박을 풀고 일어나 기차에 치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위로 올라타 1등석에 자리를 잡았다. 파사지오 크라바트의 사업 방식은 구식이다. 이 업체를 인스타그램(정확히 말하면 내 아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다. 아들은 자신의 팔로워 중에 파사지오 크라바트를 발견하고는 이 브랜드에 대해 알아본 뒤 체루티를 팔로우했다. 올해 16세인 내 아들은 빈티지 패션을 좋아한다. 일례로 우리는 옛날 영화 ‘레베카’를 함께 본 뒤 조지 샌더스의 오버코트 뒤쪽에 주름이 몇 개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체루티는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과거의 우아함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다.

체루티가 시중에 나와 있는 넥타이 중에 맘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었던 이유다. 그는 여자친구 마르타 파사지오에게 종종 그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런 볼멘소리를 듣는 데 싫증난 파사지오는 그에게 맘에 드는 원단을 찾아오면 넥타이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체루티는 결국 파사지오의 말대로 했다. 지금은 결혼해 부부가 된 그들은 2명의 장인을 두고 맞춤 넥타이를 1년에 2000개씩 제작한다. 기자 출신인 체루티는 요즘도 가끔 글을 쓴다. 하지만 남성복에 대한 열정은 그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넥타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체루티는 기성 제품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했다. 작은 매듭의 넥타이를 선호한다면 안에 넣는 심이 얇아야 하며 매듭을 크게 만들고 싶다면 두꺼운 심을 쓴 제품이 좋다. 또 덩치가 큰 남자는 폭이 넓은 넥타이를 매야 몸집과 비율이 맞는다. 나처럼 바지를 추켜올려 입는 스타일이라면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지는 넥타이는 보기 흉하다. 매듭을 맸을 때 넥타이 끝 부분이 허리띠와 삼각형을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인 길이다. 커다란 윈저 매듭을 원한다면 넥타이 길이가 보통보다 더 길어야 한다.

맞춤 넥타이 제작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10년 창업한 파사지오 크라바트는 이 분야의 신참이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체루티의 열정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는 맞춤 넥타이에 새로운(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된)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방식은 골동품 전문가와 흡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만드는 맞춤 넥타이 대다수에 빈티지 원단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오래된 원단의 품질이 최고”라고 체루티는 말했다. “손으로 나염한 옛날 원단의 색상은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의 재고 원단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시장의 생선장수처럼 그날 무엇이 잡히느냐(구입 가능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사들인 빈티지 원단 목록이 업데이트된다. 영어를 쓸 때 문법이나 어휘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말하는 스타일이 그의 매력 중 하나다(어쨌든 그의 영어 실력은 내 이탈리아어 실력보단 낫다).

체루티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 코모 호수 근처의 실크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상태가 좋은 옛날 원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수소문했다. 그는 이탈리아 곳곳에 있는 실크 공장의 파산 세일 현장과 원단가게의 지하실을 뒤지고 다녔다. 그런 다음 영국으로 눈을 돌렸는데 그곳엔 특히 멋진 빈티지 실크 원단이 많았다. 일례로 영국 북서부의 맥클스필드는 16세기에 실크 산업이 융성했다. 체루티는 또 이탈리아 모직 산업의 중심인 비엘라 지방에서 빈티지 모직과 캐시미어 원단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빈티지 원단을 들고 자신을 찾아올 만큼 이름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빈티지 원단으로 만든 넥타이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가 찾아낸 원단 대부분이 50~60년 동안 팔리지 않은 것들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부 원단은 무늬가 생산 당시 기준으로 너무 실험적이었으며 요즘도 웬만큼 개성 강한 고객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파사지오 크라바트의 넥타이는 생산이 중단된 원단으로 고객의 치수에 맞게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체루티는 ‘멸종위기에 처한(endangered)’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는 빈티지 원단을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이라도 되는 듯 소중하게 다룬다. 그렇다면 그 원단으로 넥타이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의류보호(sartorial conservation)’에 동참하는 셈인가?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