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왜 홀푸드 인수했나

고객에 관한 데이터 활용해야만 유통업 석권할 수 있기 때문
아마존의 AI는 홀푸드의 특정 채소나 과일을 선호하는 고객에 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거의 1세기에 걸친 기술과 유통업 사이의 상호작용은 미국 최대 대형마켓 체인 월마트가 결국 쓴잔을 마실 운명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한껏 기세를 올렸던 월마트는 온라인 기반 남성 의류업체 보노보스와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소매점으로 변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 야구 선수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될 게 분명하다. 한 가지를 잘한다고 해서 다른 분야도 잘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셔먼 장군이 조지아 주를 초토화시켰을 때와 비슷한 무자비함으로 오프라인 소매 유통업 부문에 진출하면서 쇼핑 문화를 아마존의 이미지에 맞춰 개조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식품업체인 홀푸드를 137억 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980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설립된 홀푸드는 미국 최초, 최대의 유기농 슈퍼마켓이다. 질 좋은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파는 전략으로 대도시 고소득층 공략에 성공했다. 아마존이 전통 소매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독립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벌써 아마존과 홀푸드의 조합이 유기농 고급식품을 드론으로 배달하는 미래형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상상한다.

아마존이 등장하기 오래 전의 역사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힌트를 준다. 미국 백화점 체인으로 유명해진 시어스가 처음 설립된 1893년부터 시작해 보자. 시어스는 첫 30년 동안 우편주문 판매업체였다. 상품을 배달하기 위해 미국 우정국(USPS)과 철도에 의존했다는 얘기다.

최근 시어스는 경영난으로 미국 내 매장 20곳을 추가로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신기술로 등장하면서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이 쇼핑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수㎞ 떨어진 가게까지 차를 몰고 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직접 집으로 가져가기가 비교적 쉬워졌다. 시어스의 큰 혁신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대형 가게, 즉 백화점을 짓는 것이었다. 시어스는 1925년 시카고에 첫 백화점을 열었다. 그 뒤 제2차 세계대전 후 20년 동안 경제가 호황을 이루면서 미국 전역에 백화점을 지어 새로 건설된 교외 지역 고급 주택가에서 자가용을 몰고 오는 쇼핑객을 유인했다. 시어스는 자동차 기술을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1980년대까지 미국 최대의 소매업체로 군림했다.

1962년 시어스가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석권하는 상황에서 샘 월턴은 아칸소 주 로저스에서 첫 월마트 매장을 개장했다. 그 후 12년에 걸쳐 월턴은 시어스 같은 대형 백화점이 배려하지 않았던 시골 지역에 125개의 매장을 세웠다. 당시의 월마트는 대단히 혁신적인 소매 유통업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었다. 컴퓨터였다. 1975년 월마트는 IBM의 컴퓨터를 임대해 모든 자사 매장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가 되자 그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그러모을 수 있는 바코드와 시스템이 완성됐다. 월마트는 거대한 중앙집중형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기존의 소매업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에 관해 지구상의 어떤 유통업체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았다. 그 정보를 활용해 특정 지역의 매장에 어떤 상품을 공급해야 할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어느 소매업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 월마트는 대형 컴퓨터 시대를 타고 시장을 지배하면서 1990년 드디어 시어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매출 1위의 소매업체가 됐다. 2002년엔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얄궂게도 월마트의 강점은 서서히 월마트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각 매장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아는 것이 성공의 힘이었지만 월마트는 고객 개인이 무엇을 구입하는지엔 관심이 없었다. 바로 그 틈새를 아마존이 파고들었다.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초기 단계의 인터넷을 이용해 아마존을 창업했다. 하지만 시어스나 월마트의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이점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마존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 상품을 팔았기 때문에 모든 상호작용이 데이터로 수집될 수 있었다. 아마존은 고객 개개인이 무슨 상품을 구입하며, 또 어떤 상품에 관심이 많은지 훤히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아마존은 그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쇼핑 습관을 바탕으로 한 상품 추천 서비스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초기 단계에 있던 인공지능(AI)의 위력을 발견했다.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브래드 스톤은 2013년 저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팔다(The Everything Store)’에서 “아마존의 CEO 베조스는 전자상거래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이점 중 하나가 AI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베조스는 “과거의 뛰어난 상인들도 진정으로 개인화된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할 기회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AI 시대의 유통업체다. 아마존이 하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진다. 그래야 AI가 각 고객 개인을 표적 삼아 더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사용자는 3억 명에 이른다. 그중 약 20%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입한다.

월마트가 다른 어떤 소매업체보다 매장에 관해 더 많이 안다면 아마존은 고객 개인에 관해 더 많이 안다. 어느 쪽의 미래가 더 나을지 뻔하다. 승산은 고객 정보에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열어도 각 서점 인근에 사는 주민에 관해 AI가 학습하는 정보를 이용해 해당 서점에 어떤 책을 갖다 놓아야 할지 판단한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정확히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고객 개인에 관해 AI가 학습하는 것과 관련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AI가 특정 채소나 과일을 선호하는 고객들에 관해 배울 수 있도록 홀푸드가 도울 수 있고, 아니면 동네 주민 각자가 홀푸드 매장에 끌리지 않을 수 없도록 아마존의 AI가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두 가지 전부를 노릴 수도 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폴 비스윅 컨설턴트는 “아마존이 홀푸드를 운영하면서 식료품 소매업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온·오프라인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마트도 보노보스를 인수하면서 혁신적인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로부터 고객에 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마트는 고객에 관한 AI 학습에서 아마존을 따라잡기 힘들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에서 그런 점이 잘 드러난다. 월마트는 연간 매출 4820억 달러에 시가총액 2270억 달러다. 아마존은 연간 매출이 1360억 달러로 월마트보다 훨씬 적은 반면 시가총액은 4720억 달러로 월마트의 2배 이상이다. 투자자들은 월마트보다 아마존에 큰 기대를 건다는 얘기다.

월마트가 아마존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월마트 매장은 전 세계에 약 5000개에 이르고 200만 명을 고용한다. 그에 비해 아마존은 자동화된 물류센터를 100개 남짓 운영하며 직원은 34만1000명 정도다. 거기서 생기는 비용 차이를 생각해 보라. 아마존의 배달 서비스는 이동 인구가 많고 대부분 번창하는 도시에서 매력적이다. 반면 월마트 매장은 최근 들어 경기가 나빠지는 미국의 교외와 시골 지역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마존의 가장 큰 장점은 AI와 개인화 기술이다.

게다가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최근 시어스는 경영난으로 미국 내 매장 20곳을 추가로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만 260여 개 점포(K마트 포함)가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그로써 5년 전 2073개에 달했던 시어스 매장은 1180개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게 됐다. 오프라인 백화점 업계의 몰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월마트가 제2의 시어스가 될 운명처럼 보인다. 내년은 아니라고 해도 10~15년 뒤면 시어스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월마트는 훌륭한 회사다. 그렇게 본다면 시어스도 훌륭한 회사였다. 그러나 기술의 변화는 인정사정 봐주는 법이 없다. 당연히 지금은 아마존도 보지 못하는 뭔가가 앞으로 언젠가 소매업을 완전히 바꿔놓으면서 아마존 역시 시어스와 월마트처럼 존립 위기를 맞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마이클 조던 시절의 미국 농구 인기를 되찾아줬다는 NBA 챔피언 스티븐 커리가 프로 골프(PGA) 투어에 나서려 할 때쯤이 아닐까?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드론 배송을 위한 첨단 물류센터 – 아마존, 벌집 형태의 ‘무인 항공기를 위한 다층 배송 센터’ 특허 출원해
아마존의 ‘무인 항공기를 위한 다층 배송 센터’ 특허 출원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스케치가 포함됐다.

미국 유통업계를 거의 평정한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이제 하늘로 눈을 돌린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발표한 직후 대도시 중심에 물류센터를 겸한 드론 배송 타워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해 아마존이 드론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를 선보이면서부터 진지하게 논의된 아이디어다.

구두 박스나 대량 주문한 껌을 운반하는 아마존의 드론 군단이 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실용적이지도 않고 반이상향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드론 배달에 상당히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2015년 12월 처음 출원된 그 특허는 아마존의 배송 드론 군단을 위한 홈베이스 역할을 하는 미래형 벌집 모양의 물류 창고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아마존은 그 타워의 개념을 ‘무인 항공기를 위한 다층 배송 센터(multi-level fulfillment center for unmanned aerial vehicles)’로 묘사했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중국의 베이징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벌집 모양의 대형 타워를 세워 드론이 수십∼수백 개의 격납고를 이용해 이착륙하면서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아마존 물류창고는 거대한 규모 때문에 도시 내부에 위치할 수 없다. 따라서 드론 센터는 트럭이 운송한 물품을 받고 고객이 직접 물품을 찾아갈 수 있는 셀프서비스 스테이션도 갖출 계획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7일 첫 공중배달을 실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출발한 아마존의 드론은 케임브리지셔에 있는 고객에게 13분 만에 물건 배달을 완료했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 광범위한 드론 배송은 더 어렵다. 따라서 벌집 형태의 타워가 아마존이 모색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지난해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위해 도시 상공 약 14㎞ 고도에 드론과 사람이 탑승하는 비행선 같은 물류창고를 띄우는 거대한 ‘항공 운송 서비스 센터’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케이블로 연결된 물류창고에 주요 물품을 탑재한 뒤 구매자 주문이 들어오면 드론을 이용해 지상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앞서 화물 트럭에 탑재한 드론이 이동 구간에서 트럭에 이착륙하며 배송하는 시스템도 특허 출원했다. 어느 시스템이든 아마존이 드론 배송에 미래를 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버나 테슬라 같은 업체가 추구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처럼 배송 드론으로 하늘을 가득 채우는 것 같은 야심적인 아이디어에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드론 사용이 불법인 지역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 특허 출원엔 소음을 줄이는 드론 회전날개 디자인도 포함되지만 하나의 시설에 수많은 드론이 드나들 때 실제로 그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불만에 찬 신기술 반대 운동가들이 자택 현관에서 산탄총으로 드론을 쏘아 떨어뜨린다면?

그럼에도 아마존은 드론 배송의 꿈을 단념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마존 드론으로 아마존 홀푸드의 신선한 케일을 30분 안에 배송 받을 날이 머지않았을 듯하다.

– 라이언 보트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