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고리’로 북한을 에워싸라

신중한 방어조치는 현 시점에서 북한 위협 봉쇄하는 유일한 방안


압도적인 핵·재래 전력을 보유하는 목적은 북한 정권에 핵무기 발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메시지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 사진 : AP-NEWSIS

미국 정계가 2016 대선 캠페인 중 도널드 트럼프와 러시아인들 간의 내통 혐의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소용돌이치는 사이 북한의 폭주하는 핵미사일 개발로 재앙에 가까운 위기가 확산된다.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는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케이블 뉴스 같은 드라마는 없지만 원자폭탄 묵시록으로 벌충하고도 남는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1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실제로 북한이 “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긴급하고 위험한 위협”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러시아를 지목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세계 위험국가의 순위 변동은 북한의 빈번한 탄도 미사일과 핵 시험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개발을 추구해 왔다. 일각에선 이를 서서히 전개됐던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했다. 이는 많은 비유가 그렇듯 실상을 제대로 변영하지 못한다.

1962년의 그 유명한 미-소간 핵 대결국면에선 두 초강대국이 쿠바 내 미사일 전진기지를 건설하려는 소련의 도박을 둘러싸고 국가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했다. 그해 10월의 긴장 국면 중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고 현명하게 핵 게임으로 지구 멸망을 초래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그처럼 멀쩡한 정신이 아닌듯하다. 불안정하면서도 비밀스러운 북한이 제기하는 핵 위협은 55년 전의 대결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여름 폭풍우와 더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핵 단추 위에 손가락을 올려 놓았을 때 세계는 상상하기 힘든 미래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

하지만 어느 쪽도 북한 독재자가 되풀이 말하듯 불길한 전쟁 의지를 공공연히 떠벌리지 않았다. 하지만 두 위기는 전쟁으로 이어진 과거의 실착과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는 위협에 맞닥뜨릴 때 엄청난 투지를 드러낸다. 오늘날 김정은의 잔혹한 독재는 이를 오판한 과거 전쟁광 독재자들(나폴레옹·히틀러·사담후세인 등)의 사고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김정은이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대량살상 폭탄을 날려보내기 위한 미사일·핵 무기 개발을 향해 폭주하면서 과신·패닉 또는 십중팔구 오판을 통해 무력과시와 핵전쟁을 가르는 문턱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오판은 핵 공격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북핵 미사일 실험의 사전차단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북한군은 대형 박격포와 방사포를 보유하기 때문에 서울의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바로 위쪽 산악지대에 이들 재래식 무기들을 숨겨놓았다. DMZ은 1950~1953년 한국전쟁이 끝날 때 남북한 사이에 설치된 4㎞ 너비의 중립지대다. DMZ 양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국경선이 놓여 있다. 여기에선 양 적대 진영이 즉각적인 전쟁 대응태세를 갖추고 서로를 마주 본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북한군은 지하터널을 이용해 남한의 DMZ 방어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이 궁극적으로 북한군을 물리치고 분쇄할 역량은 갖고 있지만 승리에 따르는 인명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 점령과 재건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중국은 거의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전쟁 때 그랬듯 인해전술을 펼치며 개입할 것이다. 이긴다 해도 제2의 한국 전쟁에선 궁극적으로 상처뿐인 승리만 남는다.


중국에 연결된 북한의 경제·정치적 생명줄 차단이야말로 북한의 미사일·핵 야욕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 사진 : AP-NEWSIS

한반도 전쟁은 아시아 전체에 불안정을 초래한다. 중국 대륙에서 뻗어 나온 한반도는 러시아·중국·미국·한국·일본 등 전 세계 주요 강국이 모두 만나는 세계적인 교차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지정학적(geostrategic) 요인들 때문에 지난 반 세기 동안 이웃 나라들은 현상유지를 선호해 왔다.

대형 충돌이 일어나면 남북한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균형에 예측 불가능한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제2의 한국전쟁은 중-미 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러시아와 일본까지 말려들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 될 수도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모든 미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 그렇게 신중했던 것도 당연하다. 북한 정권이 필사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광대극을 아무리 많이 벌이더라도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만은 모두 삼갔다. 대신 중간 수준의 억지·뇌물·합의 그리고 거의 끝없는 대화에 의존해 다루기 힘든 왕조적 독재체재를 구슬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도 지난 초봄에 한반도 근해에 배치했던 항공모함 편대를 최근에 조용히 철수시켰다. 이들 항공모함은 원래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에 대한 경고와 억지 목적으로 배치됐다.

핵시험 도발을 자제하도록 북한을 설득할테니 그 대가로 전함을 재배치해 고조되는 긴장을 완화하라는 중국의 요청에 미국 정부가 응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항공모함 철수의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이 오래도록 조용히 지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 해도 이번 철수는 백악관이 분쟁에 말려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강요 받지 않는 한)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면 워싱턴 정부는 곧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호전적이고 변덕스러운 김정은의 커가는 위협에 미국의 강력한 억지력으로 맞서야 한다. 쉽게 말해 강철 고리(a ring of steel, 견고한 감시 네트워크)로 북한을 에워싸야 한다.

압도적인 핵·재래 전력을 보유하는 목적은 북한 정권에 핵무기 발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메시지를 명백하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소련에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내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껏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로켓을 격추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를 1기만 한반도에 부분적으로 설치했다. 미국 해군은 함재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춘 구축함과 순양함을 한반도 해역에 배치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멀지 않은 해수면 아래 일부 미국 핵잠수함이 숨어 있다. 남한과 그 밖의 지역에 추가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설치해 이 같은 긍정적인 초기 조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워싱턴 정부는 남한·미국 괌기지, 하와이 그리고 어쩌면 일본 열도 일부에 사드와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육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루마니아에 배치중인 것과 같은 유형)의 추가 배치를 통해 방어 플랫폼을 보강함으로써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의 반발을 존중해 1차 사드 시스템의 전면 배치를 중단했기 때문에 한국 이외 지역의 시설이 더 필요해졌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현재 이지스어쇼어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끝으로 미국 국방부는 북한 근처의 비행가능 구역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국 폭격기의 빈번하고 정기적인 비행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어 조치는 지역의 미국 우방들을 안심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냉전 중 미국은 소련에 맞서 막대한 핵 억지력을 축적했다. 소련이 완전한 비핵화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듯이 북한도 자신들의 가공할 무기를 폐기할 생각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에 했던 것처럼 미국 정책으로 그런 무기들의 사용은 막을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후원국이자 첫 사드 배치에 목청 높여 항의한 중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도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지역에 방어무기들을 추가로 배치함으로써 중국에 현명하지 않은 대북 태세를 재고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따돌리려 안간힘을 썼다. 신중한 군비증강은 적어도 2014년 이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인공섬 매립과 요새화에 대한 대응조치가 된다. 이 같은 접근법은 또한 오바마 정부의 어중간한 아시아 회귀정책을 강화한다. 미국의 하드파워만이 우방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미국 이익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에게 경고를 던질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 쐐기를 박아 그 배타적인 불량 국가를 더 고립시키고자 한다. 중국에 연결된 북한의 경제·정치적 생명줄 차단이야말로 김정은 독재정권에 가해진 국제제재를 강화해 북한의 미사일·핵 야욕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유일한 실제적 수단이다.

지금껏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인 북한을 끊임없이 후원하면서 어떤 실질적인 비용도 치르지 않았다. 중국 국민과 사업체에 대한 제재는 중국의 ‘나홀로’ 후원에 따르는 비용을 키울 것이다. 신중한 방어조치는 워싱턴 정가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드라마에 필적할만한 극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 위협을 봉쇄하는 유일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 토마스 H. 헨릭센

[필자는 후버 연구소의 명예 선임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후버 연구소 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박스기사] 미사일에 가려진 식량난 – 16년래 최악의 가뭄으로 농민들에 긴급 지원 필요해

수확이 없는 9월까지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막기 위한 원조가 필요하다. / 사진 : AP-NEWSIS

북한 지도부가 핵탄두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사일 시험의 성공을 축하하는 동안 주민들은 16년래 최악의 가뭄 가능성에 직면해 북한의 식량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7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4~6월 중요한 농번기의 북한 강우량이 2001년 같은 기간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그해 북한의 작물 생산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또 ‘올해 주요 작물 생산기에 작황의 대폭 감소를 피하려면 빨리 더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며 ‘가뭄이 지속될 경우 식량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무기개발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4~2014년 국내총생산(GDP) 중 군사비 지출 비율이 25%에 육박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한편 유엔에 따르면 북한 주민 5명 중 2명이 영양부족 상태이며 3분의 2 이상이 식량원조에 의존한다. 한편 지도자 김정은은 상당량의 고가 주류와 스위스에서 수입한 치즈를 즐기며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AO는 보고서에서 농민들에 대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 양수기와 스프링클러 같은 관개 장비를 포함해 시기적으로 적절한 농자재를 농민들에게 지원해 올해 주요 영농기의 농작물을 지켜야 한다’며 ‘관개 시스템의 재건과 개선부터 가능한 한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적었다.

1990년대 중반 기근으로 전체 인구의 5% 선에 달하는 최대 1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기 위해 20억 달러 이상의 식량원조가 북한에 보내졌다. FAO는 수확이 없는 9월까지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막기 위한 원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원이 더 늦어질 수 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미사일 시험 이후 유엔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한다. 지난해 9월 남한은 수만 명의 홍수 피해자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북한은 지금껏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는 아직도 손을 벌릴 만한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제재에 더 많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지난 7월 하순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약속한 5200t의 밀가루 중 일부를 공급했다.

– 제이슨 르미에르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