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든다” 위기의 남자 그리고 ‘정자’

비만·운동부족·흡연뿐 아니라 일부 환경독소에의 노출로 그 농도가 59.3%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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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이 레빈은 쉽게 놀라지 않는다. 히브리대학 공중위생 연구원인 그는 이스라엘 방위군 역학팀장 출신이다. 대다수 학자 출신 동료들과는 달리 위험한 상황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가 인류의 미래에 의구심을 드러낸다면 귀 기울여 듣는 편이 좋다. 마운트 시나이의 아이칸 의과대학 환경의학·공중보건학 섀나 스완 교수와 함께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남성의 정자 수치를 추적한 대규모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레빈 교수는 “어떤 동물종에게든 생식이 가장 중요한 기능에 속하는데 남자에게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껏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지 모른다. 새 생명체를 잉태하는 데는 남자와 여자(또는 적어도 정자와 난자)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수정과 잉태의 의학적·심리적 부담을 떠안는 쪽은 여자다. 라이프스타일 선택이 수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끝없이 해부당하는 쪽도, 생체시계의 불길한 째각거림을 듣는 쪽도 여자다. 여자는 수많은 임신촉진 음식, 특별 요가 동작, 스마트폰에 내려받을 수 있는 온갖 불임치료 앱의 세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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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세계적으로 21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불임치료 시장의 표적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까지도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이른바 불임으로 알려진 여성 수를 집계하는 방법으로 미국 내 불임을 추적한다. 사회학자이자 ‘남성불임·의학·정체성(Conceiving Masculinity: Male Infertility, Medicine, and Identity)’의 저자인 리버티 반스는 “의료 분야 전체가 여성의 불임과 몸에 맞춰 형성된 듯하다”며 “남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신의 성패가 전적으로 여자 책임이라면 그런 불균형도 이해할 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에 따르면 불임 사례의 약 40%에서 남성 파트너에게 전적으로 또는 일부 원인이 있었다. 과거의 감염, 내과 질환, 호르몬 불균형 외에도 많은 요인이 모두 이른바 남성 불임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자는 심지어 나름의 생체시계도 갖고 있다. 남자의 생식력은 30대 중반부터 점차 퇴화한다. 대다수 남자가 죽는 날까지 정자를 생산하지만 40세 이후에 아빠가 되는 남성은 자폐증을 포함해 유전적 이상을 자녀에게 물려줄 위험이 더 커진다. 미국 불임협회(Resolve: the National Infertility Association)의 바버라 콜루라 대표는 “남자가 이 같은 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남성불임이 보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는 아주 놀라운 증거가 새로 나왔다. 레빈과 스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지역 전반에 걸쳐 정자 수(남성 생식력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보고서는 수천 건의 논문을 리뷰한 뒤 1973~2011년 서방 국가 남성의 정자 농도가 59.3% 감소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40년 전 평균적인 서방 남성의 정자 농도는 ㎖ 당 9900만 마리였다. 2011년에는 그 숫자가 4710만 마리로 떨어졌다. ㎖ 당 정자 농도가 4000만 마리 미만이면 정상 이하로 간주돼 생식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자 수 급감은 심각한 문제다(연구에선 비서방 국가의 남성에게선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정 부분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조사에선 중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 큰 폭의 감소가 있었다). 그리고 근년 들어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상황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생식건강을 연구해온 스완 교수는 “상당히 무서운 일”이라며 “이 같은 추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남자들은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성 생식계는 의외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전에도 정자수 감소에 관한 보고가 있었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정자 수에 관한 리서치의 방법론이 제각각인데다 상이한 그룹을 대상으로 드문드문 발표됐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가 관측한 정자수 감소가 계산착오가 아니라 사실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이번 분석 보고서가 많은 논문의 리뷰라는 점에서 그 근거가 되는 조사자료들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리고 그 종합비교 분석의 결론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그 평균 정자수는 대다수 남자의 생식력이 여전히 정상인 쪽에 속한다는 의미다. 비록 턱걸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자수가 감소한 나라에선 출산율(fertility rates, 여성 당 출생아 수)도 대폭 감소했다. 올해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고 여성 임신 건수가 더는 기존 인구를 대체하지 못하게 된 미국도 거기에 포함된다. 출산만을 통해 한 나라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여성이 평균적으로 대략 2.1명의 자녀를 낳아야 한다(자신과 배우자를 대체하고 덤으로 생식연령까지 살아남지 못하는 자녀들을 감안한 숫자다). 미국의 현재 출산율은 1.8명이며 계속 유입되는 이민에 의존해 인구증가세를 유지한다. 미국 가구 규모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인구 대체 수준을 웃돌던 출산율은 2007년 대불황 이후 급감했다. 그리고 수년에 걸친 경기회복과 저실업에도 불구하고 감소세는 여전하다. 임신을 원하는 미국 내 커플 6쌍 중 1쌍 가까이가 1년에 걸친 성관계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불임의 의학적 정의) 조사결과도 있었다. 그런 통계를 감안할 때 경제 불안정 외에 미국인이 원하는 만큼 많이 아기를 갖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 있음이 분명해진다. 뉴욕 소재 웨일 코넬 의과대학 비뇨기과 해리 피시 박사는 “출산율 감소를 보면 생식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남자의 정자수 감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성 생식력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의료계가 전력투구해야 할 순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성 생식학자들은 부실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자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정적으로 말해줄 만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추적 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여성의 건강의료 수요를 외면해 왔다는 비난을 오랫동안 받아 왔지만(충분히 그럴 만했다) 생식 문제에선 남성의 문제에 관한 연구가 빈약하고 종종 오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성 생식에 대한 위협을 외면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남성성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도 있다. 스탠퍼드대학 비뇨기과 마이클 아이센버그 부교수는 이번 정자수 조사를 가리켜 “생식 기능이 떨어진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독소에의 노출로도 정자수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정자수 감소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생식뿐 아니라 남성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젊은 남자들은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성 생식계는 의외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비만·운동부족·흡연 등 현대의 건강하지 못한 기본적 생활양식뿐 아니라 일부 환경독소에의 노출로도 정자수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적은 정자수는 인생의 전성기에서 다른 신체 장기는 모두 건강해 보이는 남자에게도 조기사망의 예고지표일 수 있다. 레빈 교수는 “정자 수 감소는 ‘탄광 내 카나리아(갱내의 유독 가스를 감지해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준다)”라며 “환경이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는 남자들에게 뭔가 크게 잘못됐을지 모른다는 의미도 된다.

정자 연구는 원래부터 모호했다. 1677년 네덜란드 포목상이자 아마추어 과학자인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부인과 관계를 가진 후 즉시 정액을 수거해 자신이 직접 만든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더니 수백만 마리의 작은 ‘미소동물들(animalcules)’이 정액 속에서 꿈틀거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그 네덜란드인이 인간 정자 세포를 최초로 관측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자 혼자서 배아를 형성하고 난자와 난소는 단지 배양하는 역할만 한다고 주장했다. 반 레벤후크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사상가의 논리를 따랐다. 여성 파트너는 그저 남자가 제공한 씨앗이 성장하고 아이로 꽃피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뿐이라고 믿었다. 19세기에 들어서야 마침내 정자와 난자의 진정한 역할이 밝혀졌다. 생식력 있는 남자의 정자 표본을 확대하면 반 레벤후크가 본 그 모든 꿈틀거리며 ‘헤엄치는 물체들’을 볼 수 있다. 정자 세포의 기능은 단 한 가지, 움직임이다. 어뢰 같은 머리는 남성 파트너가 미래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23개 염색체가 담긴 DNA 조각이다. 거기에 연결된 긴 꼬리 즉 편모의 추진력으로 난자를 향해 나아간다. 모두 정액 안에 있는 세포의 로켓 연료 격인 과당의 힘으로 움직인다.

대다수 정자는 난자 근처에 이르지 못한다. 생식력 있는 남성은 정액 ㎖ 당 2000만~3억 마리의 정자를 사정하지만 수십 마리만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단 한 마리만 난자의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수정에 성공한다. 질 내의 화학적 환경은 정자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도록 구성됐다. 정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정액에 담긴 알칼리성 물질이 산성 환경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자수의 역설이다. 한 마리의 건강한 정자로도 아기를 만들기에 충분하지만 그런 역경을 극복하는 데 수천만 마리의 정자가 필요하다. 이는 정자수의 대폭적인 감소가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남성 생식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스완 교수는 “평균 정자수의 비교적 작은 변화도 불임 또는 준불임(subfertile)으로 분류되는 남성의 비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남성 불임에 관한 우려는 무미건조한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다. 메릴랜드 주의 불임 치료사 섀런 코빙턴은 “그것은 정력과 생식력의 딜레마”라며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세상이 그를 남자로서 어떻게 보는지는 종종 여성을 임신시키는 능력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자수가 얼마나 감소하는지(그리고 그것이 감소하는지)에 관한 논란이 정중한 과학적 토론보다는 20여 년 이상 계속돼온 치열한 투쟁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도 어쩌면 그리 놀랍지 않다.

이 같은 전쟁은 소아 내분비학자 닐스 스카케벡이 남성의 생식건강을 조사하기 시작한 1990년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고환암 환자뿐 아니라 고환이 기형인 소년의 증가 원인에 관해 고민해 왔다. 그는 정자의 질과 양을 조사하면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단서를 얻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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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스카케벡 연구팀은 정자수에 관해 발표된 전 세계의 모든 논문을 리뷰했다[정자 수는 정액 1마이크로리터(㎕) 안의 정자 세포 숫자를 센 뒤 1만을 곱해 1㎖ 안의 총 정자 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집계한다. 경찰이 한 지역 표본에서 대규모 군중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계산에선 1940년 평균 정자수가 정액 ㎖ 당 약 1억1300만 마리였다. 그리고 1990년에는 그 숫자가 6600만 마리로 감소했다. 아울러 정자수가 2000만 마리 미만인 남자 수가 3배 증가했다. 2000만 마리는 불임이 심각한 위험이 되는 경계선이다.

스카케벡 박사의 1992년 논문은 인류가 계속 번식해 나가는 능력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분석의 토대를 이룬 원래 정자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 연구 대상이 된 남성 그룹의 연령과 생식력이 천차만별이었다(정자수는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불임 클리닉을 찾아가 정자 샘플을 제공한 사람은 가령 정자은행 기증자로 선택받은 건강한 남성보다 정자수가 적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옛날 정자수 측정 기법의 정확성이 떨어져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정자수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따라 현재의 정자수 감소 폭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인다는 주장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종합비교분석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스완·레빈 교수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연구팀은 학계 전문가 고증을 거친 7500건 이상의 논문을 꼼꼼하게 검토해 전 세계 4만3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논문 185건으로 범위를 좁혔다. 1973년 이전의 논문을 배제함으로써 신뢰성 떨어지는 옛날 측정치 일부를 제외했다. 그리고 알려진 생식 관련 이상이 있는 남성이나 흡연자 대상의 조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흡연이 정자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종합비교분석이 늘 그렇듯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최선의 증거이며 그 결론은 충격적이다. 아이센버그 부교수는 “이번 결과를 학계에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정자수 감소에 관해 일부 설득력 있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이번 논문은 사실상 그런 주장을 상당부분 잠재운다”고 말했다.

정자수 감소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원인을 알아내기는 더 힘들다. 정자수가 감소하는 동안 서방 국가에서 크게 늘어난 비만이 운동부족과 함께 정액의 질 저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3년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 주에 15시간 이상 운동한 남성의 정자수는 주당 5시간 미만 운동한 남성보다 73% 많았다. 그리고 주당 20시간 이상 TV를 시청한 남성은 TV를 거의 또는 전혀 안 본 사람보다 정자수가 훨씬 적었다.

스트레스, 미국에서 증가세에 있는 음주, 그리고 아편 제제 유행 덕분에 늘어나는 마약 복용도 위험 요인이다. 일부 과학자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전자파도 정액의 질을 떨어뜨려 정자가 약해지고 움직임이 둔화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온에서 정자가 죽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알려졌다. 고환이 몸밖에 위치해 온도를 3℃ 더 낮게 유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폭염 후 9개월 뒤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과학자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따라 일부 불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사실상 정자수 감소의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믿는다.

정액의 질에 관한 대규모의 종합적인 연구는 그동안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나이도 중요하다. 최근 조사에서 보스턴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의 로라 닷지 박사는 보스턴 지역에서 실시된 수천 건의 체외수정(IVF)을 조사해 남녀의 연령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려 했다. 여성의 나이가 여전히 지배적인 변수였지만 남성의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이 30세 이하인 조건에서 남성 파트너가 40~42세일 때는 30~35세인 경우보다 아기 출생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돌연변이가 많아져 아기가 자폐증과 조현병 같은 질환을 갖고 태어날 가능성이 약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른 조사와도 맞아떨어진다. 불임이 고령 산모 탓일 수도 있지만 최근 조사에서 미국의 신생아 아빠 나이가 1972년보다 평균 4년 가까이 높았다. 한편 미국의 새 아빠 중 40세 이상이 9%에 육박해 45년 전의 2배에 달했다. 피시 박사는 “우리는 남자의 나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생체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자수 감소의 원인이 단순히 현대의 라이프스타일(비만·운동부족·스트레스·휴대전화·고령출산)일까? 답변의 출발점은 되지만 전부는 아니다. 흡연이 분명 정자수를 줄이지만 미국의 흡연율은 크게 감소했다. 환경 독소의 영향을 의심하는 과학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한 가지 이유다. 특히 비스페놀 A(BPA)와 프탈레이트 같은 화합물에서 검출되는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이 대표적이다.

그 이론은 간단명료하다. 이들 화학물질이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모방해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 호르몬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환경 전반의 많은 플라스틱에서 검출되는 이들 화학물질이 민감한 남성 생식계의 회로를 바꿔 정자의 질과 양을 떨어뜨리고 오래 전 스카케벡 박사가 처음 발견한 고환이상을 유발한다. 정자의 생산은 체내 호르몬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그런 호르몬이 방해를 받으면(가령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에의 노출을 통해) 가장 먼저 정자의 양이나 질의 악화를 통해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아동건강·인간발달연구소의 저메인 루이스 소장 겸 선임 연구원은 “그래도 정자는 생산되지만 숫자가 아버지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화학물질이 정자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는 대부분 동물 연구에서 나온다. 2011년 조사에서 매일 BPA 주사를 맞은 쥐는 식염수 주사를 맞은 쥐보다 정자수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다. 지난해 미국 북동부 야생생물 보호구역 내 어류 대상의 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전체 조사대상 작은입배스 수컷 중 60~100%가 고환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놀랍게도 암컷으로 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중 내분비 교란물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른 조사에선 프탈레이트가 어린 실험쥐의 웅성화(masculinization, 수컷 성징의 정상적인 발달)를 방해하는 듯했다. 동물 모델은 완벽하지 않지만 텍사스대학 독물학자 안드레아 고어는 이렇게 설명했다. “생식작용은 어느 포유류에서나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모두 척추동물이며 생식기관과 과정이 같고 똑같은 호르몬으로 비슷하게 발달한다.”

실험실 환경에서 인간을 내분비 교란물질에 노출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일부 조사에서 환경 속 BPA와 프탈레이트에의 노출 그리고 정자수 감소와 성인 남성 불임 간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미국 의료보험업체 카이저 퍼머넌트의 이대근 박사가 2010년 중국의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소변 내 BPA 농도 증가와 정자 수·질 감소 간의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졌다. 미국의 일반적인 남성과 BPA 농도가 비슷한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의 또 다른 연구에선 임신을 원하는 약 500쌍의 부부를 추적했다. 남성의 프탈레이트 노출이 생식력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모두 연관성(associations)을 나타낸다. 내분비 교란물질에 노출된 남성에서 생식력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런 화학물질 자체가 명백한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런 연구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프탈레이트 실험을 실시한 루이스 소장은 “프탈레이트 같은 일부 내분비 교란물질의 경우 생식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내분비 교란물질로 자궁이 입는 손상은 더 걱정스럽지만 입증하기는 어렵다. 태아는 산모의 자궁에서 자라나는 과정에서 호르몬과 기타 화학물질 세례를 받으며 사람 꼴을 갖춰간다. 남성 생식계도 예외가 아니다. 고환은 자궁에서 형성되며 정자 수치가 성인기에 바뀔 수는 있지만 대체로 태어나기 전에 정해지는 듯하다. 이는 앞으로 오랫동안 정자수가 계속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생 전 내분비 교란물질에 노출된 남아가 생식연령에 도달해 자신의 자녀를 갖는 과정에서 문제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내분비 교란물질의 영향을 연구해온 스완 교수는 “이런 트렌드는 역전되지 않았으며 저절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이 위기라면 갖가지 연구를 토대로 정자수를 대략적으로 추정하는 통계적 방식의 정확성을 두고 왜 아직도 의료계에서 논쟁을 벌이는 걸까? 정자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하는 조사는 HIV(에이즈 바이러스) 백신 개발 노력과는 다르다. 대표성을 갖는 남성 그룹을 성인기 초반부터 생식연령 내내 추적하면서 동일한 환경에서 정기적으로 정액 표본을 채취하고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에의 노출을 포함한 환경 요인들을 조사하는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장기 조사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쨌든 심혈관계 질환과 암 같은 특정 질병의 경우엔 성과가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어떨지(그런 미래가 있을지)는 깊이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주제인 듯하다. 영국 셰필드대학 남성 생식 전문가 앨런 페이시 교수는 “왜 이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는가”라며 “그냥 답을 찾는 데 집중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정액의 질에 관한 대규모의 종합적인 연구는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의사들이 남성에게 정액 샘플 요구하기를 주저하며 대다수 남성도 제공하기를 꺼리는 듯하다. 아이젠버그 부교수가 냉소적으로 말하듯 “피를 뽑는 것보다 훨씬 더 유쾌한 일”인데도 말이다. 스코틀랜드 던디대학 생식의학과 크리스토퍼 배럿 교수는 “남성 불임은 30년 동안 외면당해 왔다”며 “우리가 이해하는 지식은 우표 한 장에 모두 적을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평균적인 남성의 지식은 그보다 훨씬 적다. 남성 생식 건강을 다루는 의료전문분야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비뇨기과다). 비뇨기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은 사람은 더 적다. 미국 내 비뇨기과 의사는 1만2000명 미만으로 산부인과 의사 수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소수 온라인 포럼 말고는 불임 문제를 가진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이 없다. 불임 위험요인에 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남성이 많다. 지난해 캐나다의 조사에서 남성들은 정자 생산의 잠재적인 위험요소 중 절반 정도만 알아 맞췄다. 비만과 빈번한 자전거 타기 같은 알려진 위협을 대체로 간과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주이시 종합병원의 연구팀장이자 논문 대표작성자인 필리스 젤코위츠 박사는 “대다수 남성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 불임에 대한 무지는 나름 또 다른 형태의 남성 특권이다. 임신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 책임인 양 하는 분위기에서 뭔가 잘못 될 때 모든 부담과 책임을 여성이 덮어쓰게 된다는 의미다. 반면 건강한 임신에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남성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생식력이나 미래의 자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불임협회의 콜루라 대표는 “정자 검사는 하지도 않고 여성에게 침습적이고 고가의 불임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여성 파트너는 고통스럽고 비싼 불임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남자는 그와 무관한 구경꾼으로 남는다. 하지만 과연 그게 맞는 걸까. 정자 세포는 끊임없이 새로 생산된다. 따라서 정액이 독소와 질병에 극히 민감해진다. 생식력의 시그널을 뛰어넘어 루이스 소장의 말마따나 “혈압처럼” 남성 건강을 나타내는 이상적인 척도가 된다.

정자수 감소와 불임은 남성건강이 악화된다는 뚜렷한 신호다. 2015년의 조사에서 불임 진단을 받은 남성은 심장병·당뇨병·알코올남용 같은 건강 이상이 생길 위험이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선 불임과 암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루이스 소장은 “정액의 질은 단순히 부부의 임신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 차원에서 정액의 질이 떨어진 남성은 일찍 죽고 만성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는 증거가 늘어난다. 이는 어떤 질병 못지않게 건강에 중요한 문제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성 생식건강이 대체로 간과된다는 사실은 신시아 대니얼스가 말하는 이른바 ‘남성 특권의 역설’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뉴저지 주러트거스대학 정치학자인 대니얼스 교수는 ‘남성 생식의 과학과 정치학(Exposing Men: The Science and Politics of Male Reproduction)’의 저자다. 여자보다 남자를 중시하는 사회에선 필시 정자수와 생식건강에 정확히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의 규명에 돈과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불멸의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사회적으로 길들여진 남성이 실제론 약한 존재라는, 그리고 남성성에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가 취약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가족 부양 능력 같은 남성성의 다른 부적이 공격 받는 상황에서 생식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남자들에게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니얼스 교수는 “남성 생식건강 문제를 인정하면 남자가 어떤 존재이고 그들이 남성성을 어떻게 얻는지에 관한 사고방식이 드러난다”며 “남성의 진정한 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것보다 남성성과 전통적 양성 관계에 관한 사회 규범의 보호가 더 중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남자들이 자신의 생식 건강에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샌드스톤 다이어그노스틱스의 최고연구책임자 그레그 솜머가 트랙을 개발한 것도 바로 그런 목적에서다. 트랙은 남성 스스로 정자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남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직접 생식력을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유사 DIY 정자 검사 서비스 중 하나다. 이 같은 접근법은 단순히 편리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남자가 병원을 찾아갈 확률이 여자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다른 신체 장기는 모두 건강하게 여겨지는 생식 적령기의 남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남성 불임 위기에 대처하려면 의료계와 자금지원에서 실질적이고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스완과 레빈 교수의 종합비교 분석 발표 이후 회의론자들의 반박대로 정자수 감소가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수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을 수도 있다. 체외수정 같은 인위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늘고는 있지만 수백만 명의 남녀가 매일 아기를 갖는다. 하지만 인구를 대체할 만한 수준의 출산율에 미달하는 나라가 갈수록 증가한다. 세계가 이미 “출산 피크(peak child)”에 도달했다고 한 저명한 인구학자가 경고할 정도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증과 걱정을 갖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스카케벡 박사는 “거북한 메시지이지만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며 “한 세대 안에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우리 손자와 그 자녀들의 사회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물론 우리 손자 세대가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 브라이언 월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