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에서 ‘바다의 신기루’로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인공 섬 트레저 아일랜드, 환경적 특성 살린 새 개발 프로젝트로 공공미술의 장으로 거듭난다
인공 섬 트레저 아일랜드는 1939년 골든 게이트 국제 박람회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처음엔 그냥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였다. 그곳에 새크라멘토 강 바닥에서 퍼올린 토사를 부어 160만㎡의 섬을 만들었다. 1939년 골든 게이트 국제 박람회를 위해서였다. 새크라멘토 강이 골드 컨트리(1849년 골드 러시 당시 금광이 밀집해 있던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 중심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에 위치한 이 새로운 섬에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 보물섬)’라는 이름을 붙였다.

트레저 아일랜드에는 무해한 방사능 물질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1942년 이곳에 세워진 해군기지에서 실시된 핵오염 제거 훈련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로 이 섬은 쓸모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2009년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이 연방정부로부터 1억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한때 이 섬은 루카스(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박물관의 부지로 거론됐지만 로스앤젤레스 시장 에릭 카세티가 좀 더 설득력 있는 제안으로 박물관 건립을 유치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아파트 월세 중간값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 밀집 도시다(침실 1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3490달러로 뉴욕보다 거의 500달러나 더 비싸다). 이런 도시가 트레저 아일랜드를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해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이 섬은 샌프란시스코의 새 이웃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2030년쯤 마무리될 이 개발 프로젝트에는 8000가구의 주거 공간이 포함되며 그중 2000가구는 월세가 시가보다 낮게 책정된다.

트레저 아일랜드의 팜스 애버뉴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스카이라인이 바라다보인다.

“이 계획은 목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샌프란시스코 시 의회의 제인 킴(한국계) 의원은 말했다. “새로운 개발사업에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공간이 적정수 포함되지 않을 경우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베이 에어리어의 유명한 조경 디자이너 케빈 콩거는 이 섬을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샌프란시스코의 이탈리아 구역인 노스 비치 같은 분위기로 만들고자 한다. 노스 비치는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개발 가능성으로 볼 때 트레저 아일랜드와는 비교가 안 된다. 트레저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유사한 사례를 찾자면 사막의 신기루 같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도시들을 들 수 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의 일류 도시들은 빈 공간이 없다. 따라서 개발이 시작될 경우 그 도시에 오래 거주해온 주민과 새로 유입된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트레저 아일랜드는 공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개발업자들에겐 환상적인 곳이다. 골든 게이트 박람회 때 지어진 건물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남쪽 끝자락에 있는 거대한 아르 데코식 격납고 3동이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조물이다.

“우리는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시가지를 건설할 수 있다”고 킴 의원은 말했다. 주거 시설에 더해 호텔 3개, 상점과 식당들이 있는 산책로, 공원, 다수의 공공미술 작품이 포함된다. “이건 사적인 개발이 아니다”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개발업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미니가 말했다. “거기에 어떻게 문화를 불어넣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트레저 아일랜드 개발 프로젝트에는 공공미술에 대한 지원금 5000만 달러가 포함되는데 돈의 쓰임새는 전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예술위원회(SFAC)가 결정한다. 미국 도시의 미술 투자 중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가 공공미술 자금 750만 달러에 대한 규제를 풀기 위해 고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레저 아일랜드 개발 계획은 베이 브리지와 샌프란시스코, 이스트 베이 등이 인접한 이 섬의 좋은 위치와 ‘땅끝의 예술’이라는 개념을 잘 살릴 수 있는 미술가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SFAC의 질 맨튼 공공예술 국장이 말했다. 맨튼 국장은 이미 미술가들의 지원서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미술가들에게는 100만~200만 달러의 지원금이 주어지는데 출신 지역에 제한이 없어 아이웨이웨이(중국)나 크리스토(불가리아) 같은 국제적인 슈퍼스타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 섬은 기막힌 경관의 야외 전시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팜스 애버뉴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바라다보인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새로 건축된 고층건물들과 오래된 언덕들이 미술 작품의 매혹적인 배경이 될 것이다. 거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골든 게이트 해협이 건너다 보이는 지점에 이른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센 이곳은 이 섬을 큰 배라고 생각할 때 뱃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만의 한가운데 있는 이 섬의 생태계와 환경조건은 매우 특수하다”고 맨튼 국장은 말했다. “미술가들이 그런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뱃머리 부분에 하늘을 향해 3점슛을 쏘는 스티븐 커리(미국 프로농구 스타)의 거대한 동상을 세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