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파시스트·개혁가·구세주·어릿광대의 면모를 조금씩 갖추겠지만 히틀러보다는 지미 카터에 더 가까울 듯하다

01
‘나를 매수하진 못한다’고 큰소리치게 만드는 자금력, 강경 보호무역주의 관세, 멕시코인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한 장벽 설치 주장에 사람들은 트럼트가 난세의 영웅이라고 믿게 됐다.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워싱턴 DC — 도널드 J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한다. 그는 100만 명이 넘는 청중과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놀랍고 경이로운 내 회사들처럼 환상적으로 성공한” 지도자라고 큰소리친다. 한편 시위대는 그가 인종차별주의적인 반이민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며 반대 데모를 계속한다.

“우리가 뭔가에 이겨본 게 언제였나?” 트럼프 대통령이 환호하는 군중에게 물었다. 지지자들과 고함을 치는 수천 명의 성난 시위대 사이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다. “나는 회사를 세워 수천 명을 고용하고, 최고의 선거운동을 벌였다. 예컨대 링컨보다 낫다. 따라서 오늘부터 우리의 승리가 시작된다.”

신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지난 금요일 아침 백악관에서 있은 신·구 대통령의 전통적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의 국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정중하게 박수를 쳤지만 의회 성탄절 파티에서 위스컨신 주 출신은 “소수 농민의 표만으로 선출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아직도 의기소침해 있다.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도 워싱턴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대통령 최초로 취임식 도중 트위터 메시지를 띄웠다. “이들 시위대는 나쁜 작자들이다. 정말 악질이다. 선거는 끝났어. 적당히 하라구. 정말 한심하군!” 식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사열대에서 취임축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대신 총지휘자를 맡아 행렬을 이끌었다. 그 뒤 지난해 9월 옛 우체국 건물에 자신이 문을 연 특급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축제를 지켜봤다. 신임 대통령이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으며 펜실베이니아 대로(워싱턴 DC의 백악관으로 이어진 길)를 걸어 내려가는 동안 대통령 경호 요원들을 비롯한 연방 사법 당국자들이 그를 호위했다. 신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600만 달러 정도의 자비를 들여 백악관 레노베이션 공사(대통령 집무실의 대대적인 금박 인테리어 공사 포함)를 벌일 예정이다. 올봄 공사를 마칠 때까지 그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생활한다. “솔직히 이 호텔은 정말 환상적이고 기막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만하다. 그 정도로 좋다.”

취임식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직권으로 무려 500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가 증빙서류 없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었다.

트럼프는 크리스 크리스티 법무장관에게 그들을 어떻게 국외로 추방할지 대책을 30일 내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독교 메탈 밴드 스트라이퍼의 공연이 포함된 만찬 무도회 준비에 착수했다. “복음주의자들은 나를 좋아해!” 신임 대통령이 말했다.

이상은 시나리오일 뿐이다. 하지만 16년 전 TV 만화 시리즈 ‘심슨 가족’은 리자 심슨이 ‘최초의 이성애자 여성 대통령’이 되는 ‘백 투 더 퓨처’를 패러디한 에피소드 ‘바트 투 더 퓨처’(바트는 주인공)를 방영했다. 그녀의 전임자가 도널드 트럼프였다. “그가 나라를 거덜 냈다”고 그녀는 한숨짓는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상하는 작업은 적어도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날씬한 금발의 부동산 재벌 상속자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했을 때 언젠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는 오프라 윈프리에게 “마음먹는다면 아주 큰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오랜 뜸들이기는 물론 지난해 막을 내렸다. 1973년 뉴욕타임스는 27세의 그를 가리켜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처럼 생겼다고 소개했다. 지금은 여전히 군살 없는 몸매에, 머리 숱이 좀 줄고, 모델 출신 셋째 부인을 두고, 연극적인 재능을 가진 69세의 대통령 후보로 진화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대선 출마를 발표해 세상을 흔들어놓던 광경이 대표적인 증거다.

02

당시 몇몇 전문가가 그의 잠재력을 알아봤지만 아무도, 심지어 트럼프 자신도 이만큼 화제를 모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대부분 그의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난 두어 달 사이 초반의 그런 비웃음이 두려움으로 변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존 케이식은 최근 트럼프가 “유독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는 그 억만장자가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그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반대 시위대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지난 3월 트럼프의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했다. 트럼프가 유세 훼방꾼들을 힘으로 제압해 유세장 밖으로 끌어내라고 몇 주 동안 지지자들을 사주한 뒤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선 유세장 밖으로 끌려나가던 흑인 시위자에게 한 지지자가 주먹을 날려 체포됐다. 그는 “다음에 또 눈에 띄면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폭언을 했다. 며칠 뒤 트럼프는 시카고 집회를 취소해야 했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고함을 치며 유세장에 몰려들어 그의 지지자들과 충돌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역사적인 데모를 연상케 했다.

03
트럼프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선출직 경험 없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유세를 망치고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책략가와 깡패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은 갈수록 패닉에 빠져들었다. 트럼프가 아돌프 히틀러를 떠올리게 한다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의 말이 언론에 인용됐다(참고로 트럼프의 딸 이반카는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전향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그를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유했고, 독일 부총리는 트럼프의 캠페인과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 외국인혐오증이 있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에서 유사점을 발견한다. 코미디언 루이스 C K는 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는 히틀러”, “괴상한 헤어스타일을 한 웃기고 재미있는 친구”라고 썼다. 진보 진영에선 워싱턴 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의 칼럼니스트들이 트럼프를 파시스트에 비유했다.보수파들도 보기 드물게 당파를 초월해 공감하며 비슷한 표현을 구사했다. 보수파 저술가 매트 루이스는 트럼프를 가리켜 백인 아이덴티티 정치의 화신이라고 불렀다. 반대파들에게는 먹이가 많다. 트럼프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멕시코가 ‘강간범’을 미국에 보낸다고 말했고 그 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가 파악할 때까지(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슬림 이민을 금지하자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자신의 유세장에서 언론을 가리켜 “최악”이라고 부르며 비판한다. 최소 2명 이상의 기자가 트럼프 유세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공격당했다고 한다. 그중 1명은 보수 매체 소속의 여기자로 트럼프의 선거운동 관리자에게 맞았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진영에선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항변한다. 맥주집 패싸움도 아닌데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한편 수백만 명의 트럼프 지지자는 그가 정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매수할 수 없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자금력, 강경 보호무역주의적 관세, 멕시코인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한 장벽 설치 주장, 그리고 협상 대표로서 흥정수완에 반해 사람들은 그가 난세의 영웅이라고 믿게 됐다.

모두 정신 나간 소리다. 트럼프는 히틀러도 파시스트도 아니다. 다만 그는 오랜 협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독재자의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는 구세주도 아니다. 자기중심적인 성격에 아이디어가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탓에 대통령이 되면 이행하겠다는 공약들은 결코 실천할 수 없다. 그런 공약들을 내건다고 해서 악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잘 드러나지 않는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필시 다른 많은 대통령의 진부한 국정운영 방식과 다른 점이 없으리라는 사실이다. 의회와 국민에게 법안을 설득시키려 애쓰는 한편 시위 문화뿐 아니라 로비스트들을 물리쳐야 한다. 트럼프는 자기 능력 그리고 최근 알게 됐듯이 자신의, 음 뭐랄까, 남성적 능력에 대해 남다른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법의 지팡이가 없다(그의 말마따나 손이 커서 마법 같은 물건은 갖고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트럼프는 3권분립 체제를 갖춘 미국 정치제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과거 저명한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태트가 말했듯이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약자 입장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해야 한다.

04
트럼프가 선거유세 첫날부터 공약해온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다.

트럼프가 그 전설적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미국을 파시스트 국가로 만들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미국에서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마스 제퍼슨이 알렉산더 해밀턴을 가리켜 군주체제 지지자라고 비난한 이후 계속돼온 논쟁과 공명한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1935년작 소설 ‘여기서는 일어날 수 없어(It Can’t Happen Here)’는 서민적인 파시스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데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필립 로스의 2004년작 ‘미국을 노린 음모(The Plot Against America)’에선 나치에 동조하는 찰스 린드버그가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서 대통령 자리를 빼앗아 미국이 영국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에 따라 유럽에서 나치가 승리를 굳히고, 미국의 유대인은 썩 유쾌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한다. 그러나 그건 픽션이다. 트럼프는 지미 카터 같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카터는 입법 역량이 부족해 지지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뿐이었다. 대통령들이 임기를 마칠 때는 일반적으로 박수를 받기보다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대통령 당선자가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는 있다. 그리고 트럼프의 허풍끼 넘치는 기자회견, 끝없는 트윗 메시지와 조화를 이룰 장식물은 많다. 백악관을 금색으로 도배할까? 자기 돈을 들여야겠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자신의 옛 우체국 자리 호텔에서 생활하겠다고 해도 아무도 막지 못한다. 대통령 전용기의 도색을 다시 할 수도 있다. 재키 케네디도 연한 청색과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울새 알 색깔로 페인트 칠을 다시 했다. 낸시 레이건은 마약퇴치 캠페인에 착수하는 한편 고가의 도자기를 사들였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어떤 캠페인을 벌일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의 나치 총통이 되는 것은 물론 평범한 입법 목표의 달성조차 그 억만장자의 능력 밖이다. 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는 ‘히틀러로의 환원(reductio ad Hitleru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모든 논쟁을 히틀러로 환원시키려는, 다시 말해 항상 어떤 행동이 나치즘으로 이어진다는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다. 더 극단적인 형태로는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다” 같은 유형의 발언도 있다. 트럼프는 예비선거 중 편협한 사고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무슬림의 미국 입국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벽한 차단’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편협함이 혐오스럽지만 미국을 제3제국(나치 정권 하의 독일)의 길로 이끌지는 못한다. 의회·기업계·군부·사법부 등이 모두 강제수용소를 설치하려 한다고 보지 않는 한 말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5%에 못 미치고 인플레율도 높지 않다. 미국은 은퇴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려고 애쓰는 나라이지, 초인플레 환경에서 히틀러가 탄생한 바이마르 공화국이 아니다. 파시즘은 사회와 경제에 대한 전체주의적인 통제를 의미한다(‘나치’는 국가사회주의자의 줄임말이다). 그것은 트럼프의 견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연설문 작성자였던 마이클 거슨과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트럼프를 비난할 때 파시스트라는 용어를 동원하지만 말이다.

05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어떤 운동을 펼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히틀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대통령이 될까? 그의 말로 판단할 수 있다.

남쪽 국경에 아주 거대한 벽을 세우고 멕시코에 그 비용을 물리겠다.”

실제로 그만한 장벽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 문제는 접어두기로 하자(트럼프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천연장벽이 있어 약 1600㎞만 장벽을 설치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로선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순이민이 제로라는 사실도 접어두자. 그래도 수없이 많은 의문이 남는다. 장벽이 의도한 효과를 낼까? 트럼프가 정말로 장벽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 둘 다 답은 필시 ‘아니오’일 성싶다.

멕시코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건 어떨까? 지금껏 멕시코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빈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은 “나라면 그 염병할 장벽 비용을 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로 으름장을 놓으면 미국 시장이 막혀버릴까 두려워 기꺼이 돈을 토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다. 멕시코 대통령에게 설사 그럴 의사가 있더라도 미국에 그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고도 국내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의회가 그 비용을 부담할까? 아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장벽뿐 아니라 국정운영에서도 트럼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이룬다. 그는 ‘나’의 관점에서 해법을 설명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나라다. 의회가 설득에 넘어가 막대한 차단 장벽 예산을 배정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민주당 측은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어떤 예산지원 법안이든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여론몰이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큰 행운이 따라야 할 것이다. 도리 없이 무인기와 국경수비대 요원의 확대 배치로 만족한다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나 다를 바 없는 성과를 거둬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게 된다.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다면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자동차, 트럭 부품에 하나도 빠짐없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

여기서도 또 ‘나’의 문제가 불거진다. 트럼프는 포드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어떻게 저지할지에 관해 가정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의 가정에 따르면 포드 CEO를 불러 관세로 엄포를 놓으면 하루 이틀 뒤에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미국에 공장을 열게 된다. 트럼프는 이 같은 동화를 1년 가까이 되풀이 해서 읊고 있다. 하지만 포드는 멕시코 공장 확장을 계속 추진해 왔다.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관세 인상은 힘들다. 로비스트들의 저항을 이겨내고 상원 금융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밥 돌,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헌 등 옛 위원장들과 오린 해치 현 위원장은 자신들의 권한을 휘둘러 관세를 영구 동결시켰다. 또한 관세는 또 다른 이름의 세금이기 때문에 세금을 혐오하는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그런 법안이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이라 해도 말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일방적인 관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위배된다. 멕시코는 그 협정에 따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이미 멕시코 공장 조립 라인에서 포드 무스탕과 피에스타가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06
선거유세(오른쪽 사진) 중 트럼프는 마랄라고 클럽(사진) 같은 자신의 사업체를 자주 이용한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훨씬 더 나은 시스템으로 교체할 것이다.”

트럼프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한 표준적인 비판 문구를 주문처럼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주 경계를 넘는 보험 판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언(이것이 경쟁확대와 보험료 인하를 가져온다고 그는 말한다) 외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상당히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그 건강보험개혁법의 일부를 유지하려 한다고 말해 왔다. 예컨대 가입 전 질병에 대한 보험적용 거부 금지가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여기에 난색을 표할 것이다. 그들이 가입 전 질병을 포함시키는 데 동의한 이유는 오로지 백악관과의 ‘빅딜’ 때문이었다. 누구나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에 따라 건강한 신규 가입자가 대거 유입되리라고 약속한 내용이다. 지난 2월 트럼프는 개인 의무가입(건강보험개혁법에서 가장 거부감이 큰 조항 중 하나)에 관한 입장을 번복해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듯했다. 그러더니 다시 태도를 바꿔 반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그뿐 아니라 그중 어떤 부분이 좋을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는 사람이 현기증 날 만큼 그들에게 맹공을 퍼붓겠다.”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권한에 관한 문제에서 대통령 트럼프는 많은 재량권을 갖게 된다. 전쟁 선포는 의회 고유의 권한이지만 대통령들은 수세기 동안 독단적으로 외국의 분쟁에 개입해 왔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려 한다면 의회가 그를 저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물고문 등을 부활시키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테러리즘에 강경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발 물러나 고문에 관한 법을 위반하기보다는 개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북베트남 수용소에 수감됐던 매케인 의원은 그 문제에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트럼프는 포로였던 매케인 의원을 ‘루저’라고 조롱한 적이 있다).

대통령령의 좋은 점은 의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진보파들이 불쾌할 정도로 권한을 행사할 경우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탓할지도 모른다. 2010년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잃은 뒤로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의 한계를 확대해 왔다. 대법원은 수백만 명의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오바마의 대통령령을 검토 중이다. 이민, 기후변화, 의회 휴회 중 임명 등의 분야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력적인 최고책임자의 권한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는 대통령령의 사용을 절제하는 대신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같은 ‘희망과 변화’의 정치인이 대통령령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면, 필시 트럼프는 환경이나 이민법에서 크리스티 법무장관에게 오바마 스타일을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07

대통령의 국가 경영 스타일에 대한 예측은 지금껏 빗나간 적이 많았다. 레이건을 두고 전쟁광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대신 그는 소련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축협정을 체결하고,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폭탄 테러로 미 해병대원들이 몰살당한 뒤에도 개입을 확대하기는커녕 철수를 택했다. 조지 W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시절 초당적 행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워싱턴 정부에선 태도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예측도 마찬가지 위험성을 내포한다. 비판자들은 그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처럼 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슈워제네거는 정치 초보이자 이념적으로 유동적인 공화당원으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의 우려를 샀지만 알고 보니 터미네이터에 크게 못 미치는 맹탕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아는 사실은 트럼프가 자기 뜻대로 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이다. 그를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선출직 경험이 없던 마지막 대통령 아이젠하워에 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출신인 그가 명령을 내리면 답변이 당장 돌아오지 않는 시스템에서 당혹감을 느끼리라는 우려가 많았다. 해리 트루먼은 5성 장군 아이젠하워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그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지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불쌍한 아이크(아이젠하워 약칭), 군대와 많이 다를 텐데. 아주 답답할 거야.”

누군가 ‘불쌍한 도널드’라는 말을 거론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트럼프가 아이젠하워처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사업이 존경받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트럼프 스테이크’), 그는 협상을 잘하고, 그와 관련해 책도 썼다. 트럼프는 이념적 유연성, 협상 능력,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 등 반대파들도 인정할 만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의 명백한 결점들에 금방 빛을 잃는 듯하다. 종교를 겨냥한 편협한 정책, 멕시코인을 폄하하는 발언, 경솔하고 제왕적인 스타일, 시효가 한참 지난 뒤까지 뒤끝이 남는 경향 등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젠하워가 워싱턴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 반공산주의 운동가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부상했다(트럼프에 대한 심한 비판 중에는 그의 말투에 매카시의 울림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샌더스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아이젠하워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다. 1957년 아칸소 주의 인종 차별주의 성향을 가진 주지사가 학교 흑백통합 명령을 거부하자 아이젠하워가 리틀록의 한 학교에 연방군 병력을 파견해 학교 통합을 집행한 일은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이다. 트럼프도 그에 견줄 만한 용기를 보여줄까? 미국 사회는 종종 실패하는 공공교육 시스템, 항상 ‘붕괴되는’ 인프라, 터무니없이 비싼 건강보험료 등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린다. 이 같은 문제는 샌더스 후보의 날카로운 비난도 소용없지만 트럼프의 진부한 사고로도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트럼프는 알파벳 순서로 배열된 명부의 여러 대통령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긴 트루먼과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존 타일러 사이에 자리잡게 된다. 타일러는 나라에 지속적인 피해를 줬다기보다 인상, 깡패 짓, 그리고 다른 깡패들을 사주한 일로 더 많이 알려진 대통령이다.

– 매튜 쿠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