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파 여형사의 인기 비결은?

장수 미드 ‘성범죄전담반’의 주인공 올리비아 벤슨, 터프하고 확고부동하며 인간적인 캐릭터 잘 소화해


머리 스타일은 시즌마다 달라지지만 올바른 일을 하려 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벤슨의 의지는 언제나 변함 없다. / 사진:NBC

미국 NBC 방송의 드라마 시리즈 ‘성범죄전담반’은 거의 20년 동안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첫 회가 방영된 1999년부터 주인공 올리비아 벤슨 역을 맡은 마리스카 하지테이는 줄곧 이 경찰 드라마의 정서적인 중심이었다.

이제 시즌19를 맞아 벤슨은 또 다시 형사팀을 이끌고 소아성애자, 성폭행범, 성약탈자 등 용의자를 체포하는 활약에 나섰다. 이 드라마는 딕 울프가 제작한 ‘로 앤 오더’의 속편으로 데뷔했지만 성범죄 피해자의 어두운 이야기 때문에 오리지널 드라마와 아주 다른 시청자 집단을 형성했다. 여성팬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속편의 시청률이 오리지널 드라마를 능가하면서 ‘로 앤 오더’는 2010년 막을 내렸다.

‘성범죄전담반’은 악명 높은 실제 사건을 극화했다.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재판, 존 베넷 램지 살인 사건,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웨스트보로 침례교회의 동성애 반대 시위, 짐 존스와 존스타운의 집단자살 사건, 테리 시아보의 안락사 사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미군 가혹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배경이 뉴욕이라고 해도 하나의 경찰 부서에서 다루기엔 터무니없이 많고도 거창한 사건들이다. 그러나 하지테이는 터프하고, 확고부동하며, 늘 인간적인 여형사 벤슨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이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동안 벤슨은 강인하고 거친 여형사로서 TV 드라마의 간판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팬들이 벤슨을 좋아하는 이유 3가지를 추려 본다.

벤슨은 터프하면서도 연약하다

‘성범죄전담반’은 ‘로 앤 오더’의 속편 중 여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작품이었다. 오리지널 드라마에선 여성이 심리학자나 검사로만 등장했다. 따라서 벤슨은 ‘로 앤 오더’ 팬들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여성 시청자는 곧바로 자신을 그녀와 동일시했고 그녀는 그들의 대리자 역할을 기꺼이 떠맡았다. 강하고, 믿음직하며, 첫 파트너 엘리엇 스테이블러(크리스토퍼 멜로니)에게 의리를 지키지만 연약하고 흠도 있다. 성차별주의자들이 판치는 곳을 헤쳐나가는 여성으로서 특히 그런 점이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머리 스타일은 시즌마다 달라졌지만 올바른 일과 정의를 추구하는 그녀의 의지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벤슨은 계속 진화했다. 하급 경찰에서 팀장으로 승진했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했다. 벤슨에게 일어난 모든 일, 그녀가 저지른 모든 실수가 하지테이의 뛰어난 연기에서 녹아나왔다.

벤슨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파트너였던 스테이블러와 벤슨은 TV 드라마 중에서 남녀 사이의 가장 복잡하고 만족스런 우정을 발전시켜 나갔다. / 사진:NBC

TV 드라마에서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여형사가 성범죄자의 표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설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성범죄전담반’은 벤슨을 ‘성폭행의 산물’로 만들어 교묘하게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그녀 어머니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딸을 그냥 낳기로 했다. 그녀가 피해자에게 깊은 연민을 갖는 기본적인 이유다(그녀는 가끔씩 피해자에게 자신의 그런 사실을 털어놓는다). 시즌1의 ‘복수’편에서 벤슨은 자경단 식으로 성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여성 킬러들에게 지나치게 이끌린다. 그 때문에 상사인 크라겐 반장(댄 플로렉)에게 질책 받는다. 그는 법보다 감정을 앞세우면 선을 넘게 된다며 벤슨을 나무랐다. 크라겐 반장의 경고는 그 후로도 계속 적용됐다. 벤슨은 늘 그 선을 넘으려 했기 때문이다. 팬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다.

벤슨은 전 파트너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스테이블러와 벤슨 사이의 헌신적인 관계는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 형사의 유대에 견줄 만하다. 그러나 스테이블러와 벤슨은 멀더와 스컬리 콤비와 달리 서로 정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 사실에 실망한 팬들도 많지만 그건 제작진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TV 드라마 중에서 남녀 사이의 가장 복잡하고 만족스런 우정을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시즌 동안 벤슨은 파트너인 스테이블러의 정서적 지지와 지적인 도전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캐릭터의 진실성을 끝내 강조했다.

시즌 13의 첫 에피소드에서 스테이블러는 이미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아예 극중에서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 멜로니가 완전히 하차한 것이었다. 따라서 벤슨 혼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그녀는 동료들 앞에선 침착하게 행동했지만 그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에서 신문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뒤 혼자 흐느꼈다. 그 연기로 하지테이는 그해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그 상은 결국 ‘굿 와이프’의 줄리아나 마굴리스에게 돌아갔다. 그 다음부터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 에밀리 고데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