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과 명작은 종이 한 장 차이”

영국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의 리드 싱어 브루스 디킨슨, 회고록에서 음악과 인생의 철학 논해


디킨슨은 회고록에서 밴드에 얽힌 일화들과 구강암 투병 과정 등을 털어놨다. / 사진:YOUTUBE.COM

브루스 디킨슨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항공기 조종사이자 세계 수준의 펜싱 선수였으며 배우 겸 소설가, 수제 맥주 제조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영국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의 리드 싱어로 가장 잘 알려졌다. ‘The Number of the Beast’ ‘Die With Your Boots On’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아이언 메이든은 1975년 데뷔 이후 총 900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디킨슨은 밴드 활동 중에도 틈틈이 자신의 취미를 살렸다. 2008~2009년, 그리고 2011년 순회공연 때는 아이언 메이든의 전용기 ‘에드 포스 원’(밴드의 마스코트인 ‘에디 더 헤드’의 이름을 땄다)을 조종했다. 그리고 아이언 메이든이 로빈슨스 브루어리와 협업으로 출시한 ‘트루퍼’ 맥주(아이언 메이든의 히트곡 제목에서 이름을 땄다) 제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디킨슨이 최근 펴낸 회고록 ‘이 버튼은 뭐 하는 거지?’에서 밴드에 얽힌 일화와 구강암 투병 과정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털어놨다. 얼마 전 콜롬비아 보고타로 막 떠나려는 디킨슨을 뉴스위크가 인터뷰했다. “밥 겔도프(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겸 사회운동가)와 코피 아난(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그린 테크놀로지에 관한 회의를 하러 가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디킨슨은 자신이 투자한 하이브리드 비행선과 파운서(재난 지역에 물품을 실어 나르는 드론) 등의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에 초청받았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파운서는 약 3m 길이의 고정익을 가진 드론으로 먹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이언 메이든의 공연은 스파이널 탭(‘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라는 영화에 나오는 가상의 밴드)을 연상시키는 무대로 유명하다. 1984년 ‘Powerslave’ 앨범 발매 기념 투어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회고록에서 그 무대를 평생 라이브 공연 중 정점으로 꼽았는데.

싸구려 졸작과 훌륭한 예술작품은 종이 한 장 차이다. ‘Powerslave’ 투어는 양쪽 모두다. “무대 위에 고대 이집트를 재현하겠다”고 말하는 밴드가 몇이나 될까? 우린 키가 3m나 되는 거대한 에디를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니게 했다. 눈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또 다른 에디도 있었다. 세실 B. 드밀 감독의 영화처럼 서사적이고 환상적인 무대였다. 그 시절엔 모든 소품이 연극에서처럼 실물로 제작됐다. 스크린이나 홀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았다. 관객은 영화가 아니라 밴드를 감상하러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거기에 방해가 되는 건 뭐든 철저히 배제한다.

책에서 보니 ‘Powerslave’ 투어 당시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센테니얼 홀 공연은 섬뜩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게슈타포(나치 독일의 비밀 경찰)가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관객을 감시하고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을 잡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고 갔던 곳이라고 설명했는데.

등골이 오싹해지는 곳이었다. 거기서 우리를 안내했던 폴란드 남자는 그곳에 자주 간다고 했다. 난 거기서 두어 시간도 못 있겠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경에 거슬리고 악의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우리는 스스로 21세기에 사는 현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우슈비츠는 먼 옛날 이야기도, 유대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요즘도 매일 세계 어느 곳에선가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은 언제 진화를 시작하려나 생각하는 순간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대체 인간은 뭐가 잘못된 걸까 의아스럽다. 우리 모두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 제프 펄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