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돈 끌어모으는 인공지능

신발의 온라인 구매 방식부터 F1 자동차의 엔진 성능 극대화까지 AI는 이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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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이세돌 9단(가운데)이 알파고와 대결하기 전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오른쪽),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와 기자회견을 했다.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이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인공지능(AI) 컴퓨터 할(HAL)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발의 온라인 구매 방식부터 포뮬러 원(F1) 자동차의 엔진 성능 극대화까지 AI는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성능 개선과 효율 향상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AI가 주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 남아 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능가하는 시점, 이른바 기술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신뢰와 보안 같은 문제다.

지난 3월 중순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바둑 세계챔피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뒤 AI가 화제의 뉴스로 떠올랐다. 알파고는 2014년 구글이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AI 신생벤처 딥마인드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5차례 대국에서 4대 1로 승리해 100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 이 승리는 AI의 진화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 받으며 많은 전문가의 예상을 10년 앞당겼다.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번 성과에 “(감격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으며 트위터 이용자들은 “로봇 지배자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정서가 알파고의 승리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측면이 있지만 기계학습과 인지 컴퓨팅이 이미 기업의 사업방식 개선을 돕고 있는 건 분명하다.

5년 전 IBM의 왓슨 슈퍼컴퓨터가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을 물리치고 우승을 따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늘날 IBM이 이론을 현실세계에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전 세계 수백 개 기업이 왓슨 인지 컴퓨팅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컴퓨팅 대기업 IBM에 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의 주장에 따르면 2018년에는 전체 소비자 중 절반이 인지 컴퓨팅 기반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IBM의 존 켈리 리서치 담당 선임 부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왓슨이 IBM의 ‘대형 엔진’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말했다.

‘제퍼디’ 우승 후 왓슨 사업부가 완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요즘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고 있다. 켈리 부사장은 IBM의 분석기술 사업 중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이며 단기간 내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왓슨이 2023년에는 1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지니 로메티 CEO의 전망은 현실적인 목표다.

AI를 위협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기업체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필요하다고 IBM 경영진은 말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진짜 위험은 무지라고 생각한다”고 왓슨 산하 사물인터넷 사업부의 해리엇 그린 본부장이 말했다. “우리는 무엇이 가능한지, 환자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중요한 천연자원을 어디서 찾을지 모르는 데 따르는 대가를 매일 치른다.”

AI는 대다수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극소수 전문가만 이용하는 슈퍼컴퓨터로만 가능했던 고도의 연산 처리 능력이 보편화한 덕분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연결 단말기와 기기에서 쏟아내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인프라와 빅데이터도 발전에 가속도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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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후크 파워보트의 엔지니어들은 IBM의 인지 컴퓨팅 도구를 이용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해 레이스 도중 더 확률 높은 결정을 내린다.

IBM은 매일 25억GB가 넘는 데이터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모든 남녀노소에게 배달되는 신문 170종의 데이터 양과 맞먹는다. 이 같은 데이터의 활용 방법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AI는 자아인식, 의식을 가진 존재와 관련성을 갖지만, 실생활에선 오로지 기업이 더 정확하게 결정을 내리고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도록 도우려는 용도가 핵심이다.

IBM은 3월 중순 혼다의 F1 팀이 IBM의 왓슨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분석기법의 일환으로 이용한다고 발표했다. 실버후크 파워보트도 성능 향상에 AI 기술을 이용하는 또 다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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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판매 사이트 슈즈닷컴은 센티언트 테크놀로지의 AI 네트워크를 이용해 방문자의 온라인 쇼핑 체험을 향상시킨다.

F1 경주차들과 마찬가지로 파워보트에는 수십 개의 센서가 장착돼 엔진 온도로부터 보트가 있는 지점의 수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실버후크의 엔지니어들은 IBM의 인지 컴퓨팅 도구를 이용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해 레이스 도중 더 확률 높은 결정을 내린다. 레이싱 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사고에 직면할 수 있는 고위험 영역에 이르지 않고 엔진 성능을 어느 정도까지 올릴 수 있는지에 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실버후크 파워보트의 나이젤 후크 CEO가 말했다.

오늘날 AI의 가장 뛰어난 기능은 혼란스럽게 뒤엉킨 데이터에 (체계화됐든 안 됐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사람은 보지 못하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AI 업체 센티언트 테크놀로지의 공동창업자 앙트완 블롱도는 “기업이 자신들의 데이터가 상당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 데이터의 사용법까지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단계로 올라선 듯하다”고 말했다. 센티언트는 지금껏 4차례의 펀딩 행사를 통해 타타 커뮤니케이션스, 호라이즌 벤처스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1억3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2014년 마지막 펀딩 행사 때 그 회사에 대한 평가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AI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는 질문에 신발의 온라인 쇼핑을 쉽게 만드는 일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센티언트가 바로 그런 일을 한다. 슈즈닷컴의 캐나다 신발 판매 사이트 Shoeme.ca 방문자들이 AI 기술 기반 쇼핑을 가장 먼저 체험하게 된다. 고객이 클릭하는 신발을 토대로 센티언트 시스템이 고객에게 추천품목을 제시한다. 거의 모든 온라인 상점들은 태깅(tagging, 키워드 분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센티언트 시스템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주목하는 이미지의 분석을 토대로 한다.

센티언트 인식 기술은 “말이나 사진으로 설명할 필요 없이 이상적인 신발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슈퍼 맞춤 쇼핑 체험을 제공한다”고 슈즈닷컴의 로저 하디 CEO는 말했다. 그 기술이 슈즈닷컴에서 쇼핑 체험의 바탕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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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와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대통령(오른쪽)이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의 IBM 왓슨 사물인터넷 전시관을 방문했다.

블롱도 공동창업자에 따르면 온라인 신발 쇼핑 체험의 개선은 “전 세계 콘텐트를 편집하는”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모든 웹사이트와 갖가지 다양한 콘텐트로 이 같은 기능을 확장하는 일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실현될 수 있다.”

장차 AI 앞에 가로놓인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신뢰 문제가 꼽힌다. 자율주행차를 믿고 운전을 맡기는 일부터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에게 음식점 예약을 시키는 일까지 고객에게는 신기술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 내에서 AI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보안이다. 그린 본부장은 공상과학 SF 영화들이 이 같은 위협을 과장했다고 여긴다. “왓슨이 접근 가능한 데이터는 우리가 제공하는 게 전부다. 왓슨에 독립적으로 판단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구성하는 능력은 없다.”

실버후크에 따르면 AI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인간의 입력 방식을 유지한다. 후크 CEO는 “우리는 인지기술을 의사결정자가 아닌 조언자로 본다”며 “항상 시스템에 사람이 개입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제조사 중 하나인 콘사도 IBM의 AI 플랫폼을 이용해 효율성 향상을 꾀한다. 앤티 코스켈린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보안이 가장 큰 걱정”이지만 소비자는 지금껏 다른 신기술에 그래 왔듯이 AI에 대한 우려도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뱅킹에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아주 편리해 그래도 사용하게 된다”고 코스켈린 CIO가 말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일 중 다수를 향수 50년 이내에 로봇이나 컴퓨터가 대신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인이 3분의 2에 달했다. 하지만 IBM의 시각은 다르다. “이 같은 인지 컴퓨팅의 미래는 인간의 지능을 증폭하고 확장하지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그린 본부장은 말했다. “우리는 왓슨을 일자리 킬러로 보지 않는다. 우리가 그리는 인간 대 머신의 스토리에선 주인공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