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가 “바닥 쳤다”

미국의 공급 축소로 세계 시장 원유 재고가 급속히 줄어들며 상승세로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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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다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그래 왔던 것처럼 미국이 어느 정도 유가를 좌우하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고 본다.

글로벌 (특히 미국에서의) 공급 축소로 세계 시장에 남아도는 원유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이미 “바닥을 쳤는지도” 모른다.

지난 3월 11일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에 따르면 유가가 지난 1월 중순 최저점인 배럴 당 28.50달러를 넘어선 조짐을 보인다. 그 뒤로 글로벌 유가 지표인 브렌트유는 배럴 당 40달러 선으로 급등했다. 일정 부분, 미국 에너지 산지 전반의 생산량 감소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석유 공급과 수요가 곧 균형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조짐은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미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미국의 수압파쇄기술(fracking, 셰일가스 시추 기술) 붐으로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미국산 셰일오일과 천연가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 원유가 넘치면서 18개월 사이 원유가가 70% 급락했다. 이제 유가 하락으로 미국 기업들이 개발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시추를 연기하고, 수 많은 근로자를 감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에 따른 석유생산 감소로 재고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상승한다.

뉴욕 소재 에너지 관리 연구소의 도미니크 치리첼라 공동 설립자는 “시장에선 다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그래 왔던 것처럼 미국이 어느 정도 유가를 좌우하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 에너지 생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듯하다”고 말했다.

3월 중순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추산에 따르면 1월~2월 말 미국 생산량은 하루 15만 배럴이나 감소했다. 올해 총생산량은 지난해 하루 940만 배럴에서 2016년 하루 870만 배럴로 7.4%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EIA는 추정했다. 2017년 생산량도 배럴 당 829만 배럴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처럼 생산량이 감소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비OPEC 국가의 석유 생산량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게 됐다. IEA는 OPEC 이외 지역의 생산량이 2016년 하루 75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IEA의 지난 2월 석유시장 보고서 추정치보다 약 10만 배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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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회원국인 이라크·나이지리아·아랍에미리트의 생산량도 감소했다. 서방 경제제재 해제 후 올해 글로벌 석유 시장에 복귀한 이란은 하루 약 22만 배럴로 그들이 약속했던 석유의 절반 정도만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IEA는 밝혔다.

IEA는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시장 변수들의 마법적인 효과로 원가 부담이 큰 생산국들이 생산량을 감축한다”며 “저유가의 길고 어두웠던 터널 끝에 빛이 보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을 최악의 상황이 필시 끝났다는 단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IEA는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지만 대폭적인 감소가 예상되는 것은 미국의 생산량뿐이라고 치리첼라 공동설립자는 말했다. 미국 시추업체들은 이익급감, 파산위기, 고비용과 씨름하고 있다. 다른 산유국들은 시장보다는 국가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 나라들은 미국에 시장을 더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 그리고 비OPEC 국가 러시아는 지난 1월 수준으로 생산량을 동결하는(하지만 사실상 감축하지는 않는) 글로벌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석유당국은 근년 들어 경제제재로 인해 붕괴됐던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을 회복한 뒤에야 생산 감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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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 오일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6개월 뒤 또는 1년 뒤 수급이 다시 균형을 이룰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낸다.

치리첼라 공동설립자는 “셰일 오일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6개월 뒤 또는 1년 뒤 수급이 다시 균형을 이룰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미국은 수요 측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유가로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미국인들의 자동차 이용과 연료 소비 많은 자동차 구입이 증가했다. 올해 연료 수요가 하루 75만 배럴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석유 재고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뉴욕 투자회사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사장은 말했다.

그는 “세계 연료제품 전체의 15%가 미국에서 소비된다”며 “미국 시장 동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햇필드 사장의 수요 증가 추정치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전망치보다 훨씬 높다. EIA에 따르면 미국의 총 액체연료 소비는 올해 하루 9만 배럴, 다시 말해 0.5%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햇필드 사장은 공식 데이터에선 저유가가 미국인들의 연료 소비 욕구를 얼마나 자극하는지 과소평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IEA의 분석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는 5월 미국의 여름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고 정유소들이 봄철 유지보수를 마칠 때쯤 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날 듯하다. 예상대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수요가 증가한다면 미국의 원유와 정제연료 재고가 그 달에 대폭 감소할 것이다.

햇필드 사장은 “그때 가서 승리를 선언하고 ‘이제 배럴 당 50~60달러 선을 회복한다’고 장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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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리첼라 공동설립자는 유가상승으로 시추업자들이 다시 유전으로 돌아올 경우 미국의 수급 균형회복 과정이 오래 가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생산자들이 뚫어놓은 석유와 천연가스 유정은 4000개가 넘는다. 현재는 생산을 하지 않지만 가격이 일단 흑자 수준으로 회복되면 곧바로 시추를 재개할 수 있다. 텍사스의 페름기 분지 같은 지역의 생산성 높은 셰일 매장지에 새로 시추 장비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치린첼라 공동 설립자는 “그것이 최소한 유가상승에 저항선 역할을 하면서 약간의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며 “유가 상승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사람들의 앞날에 그런 위험이 도사린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등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십 년 사이 미국의 석유·가스 업계가 세계의 에너지 분야를 좌우하는 실력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미국은 최근의 국내 에너지 정책 변화 덕분에 이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0년간 존속했던 미국 원유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에 따라 셰일 생산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직접 수출하는 길이 열렸다. 금지 해제 이후 미국산 원유 첫 인도분이 지난 1월 말 유럽에 도착했다. 지난 2월에는 루이지애나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이 미국의 셰일 가스 수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햇필드 사장은 브라질 인근, 아프리카 일부와 북해의 해양시추뿐 아니라 캐나다의 오일샌드 시추를 포함해 더 큰 비용이 드는 에너지 제품들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셰일오일에 밀려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두 배럴 당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때는 붐을 이뤘지만 유가 급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프로젝트들이다.

햇필드 사장은 “미국이 전 세계 생산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3~4년 이내에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마리아 갈루치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