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아름답다”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 우리는 누구인가란 물음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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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에 관해 토의하는 저자 카를로 로벨리(오른쪽)와 피직스 월드 편집장 마틴 두라니.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59)는 요즘의 과학이 1960년대의 시대정신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결합해 ‘루프 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인 그의 새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반상대성 같은 난해한 이론부터 열과 확률의 측면에서 시간에 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로벨리는 IBTIMES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학의 핵심에 있는 아름다움을 대중이 깨닫고 다시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1960년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로벨리는 나이가 들어서야 이론물리학자라는 천직을 찾았다. 그는 학창 시절 많은 동료가 과학에 매료됐지만 자신은 철학과 라틴·그리스 미술·문학에 심취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다가 과학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과학이 더 행복하고 ‘부드러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은행에 취직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물너댓 살의 나이로 현대 이론물리학 시험 공부를 하면서 과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았다. 그 순간 마치 아름다운 여인과 연애하듯 가슴이 뛰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그가 말하는 과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야기를 담았다. 로벨리는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중력을 연구했다. 지금은 현대 물리학의 양대 가닥을 결합하는 어려운 문제를 연구한다. 한편엔 중력을 설명해주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있다. 모든 기본 입자를 아우르는 양자역학은 강력·약력·전자기력 등 소립자 사이의 기초적인 상호작용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힘과 중력 둘 다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통합된 이론을 발견하지 못했다.

양자중력은 우주가 과학자에게 던지는 많은 수수께끼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행히도 지금의 과학자들은 대중의 관심 측면에서 일종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로벨리는 “과학으로선 지금이 아주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과학을 공격하고 강하게 비판했던 시대가 지났다. 모두가 과학에 매료되고 과학을 사랑했으며 인류가 달에 착륙했던 1960년대의 시대정신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관심과 호기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중은 과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고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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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는 지난 2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중력파의 존재를 최초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오른쪽 화면에 블랙홀 2개가 합쳐지는 모습이 보인다.

로벨리는 화성 표면에서 물의 흔적 발견이나 중력파 검출 성공 같은 최근의 과학적 사건을 “너무 멋지다”고 표현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아무도 철저히 믿지 않았다. 그 아무도 표준 우주 모형을 확신하지 못했다. 단지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과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연의 암시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이론을 확인하는 것이 재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중력파는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로벨리나 다른 과학자들은 미국의 중력파 연구소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가 실시한 실험으로 시공간의 중력파동이 발견돼 아인슈타인이 세운 일반상대성 이론의 마지막 조각이 확인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기대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실험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로벨리는 “중력파보다는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더 놀라웠다”고 말했다. “블랙홀 두 개의 실재가 확인됐다. 우주에서 블랙홀 두 개가 붙어서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해 화성의 물 흔적을 발견하고 명왕성을 처음 가까이서 촬영한데 이어 올해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면서 우주의 사진은 더 뚜렷해졌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거대한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보통 물질’은 우주의 5%만 구성할 뿐이다. 나머지는 암흑에너지(약 68%)와 암흑물질(약 27%)이다. 로벨리는 “우리 앞에 거대한 미스테리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향후 몇 년 안에 뭔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우주가 바로 우리 앞에서 밝혀질 예정이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다.”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갖는 세계에선 로벨리가 유능한 특사인 셈이다. 그의 열정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은 우연히 발간됐다. 그가 이탈리아 신문에 글을 연재하자 여자친구는 그에게 양자중력에 관해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글을 써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렇게 돌이켰다. “그런 제안에 처음엔 회의적이었다. 나는 ‘양자중력을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반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그 다음 양자중력을 다루는 짧은 기사의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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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책 쓰기를 거부했지만 곧 단편소설 2권에 해당하는 원고가 쌓였다. 최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이 책은 과학적 사고의 탐구지만 인류에 관한 탐구이기도 하다고 로벨리는 말했다. 우주에 관한 논의는 결국 우주에 인류가 홀로 존재하는지에 관한 문제로 이어진다. 로벨리는 그렇게 생각하면 난센스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자신을 뭔가 다른 영역에 속하는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가 자연과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고향이 자연과 이 우주다.”

– 찰스 폴라디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