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팀버레이크 ‘아! 옛날이여’

올해 초 5년 만에 새 앨범 내면서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


팀버레이크는 지난 2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제52회 슈퍼볼의 하프타임 무대에 섰다. / 사진:AP-NEWSIS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2013년 파티의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래 ‘Take Back the Night’를 발표했다. 5인조 보이 밴드 엔싱크 출신인 그의 4번째 솔로 앨범에 수록된 첫 싱글곡인 이 노래는 신나는 디스코 리듬을 자랑하지만 예기치 않게도 ‘밤을 되찾아라’는 뜻의 제목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성폭력 근절 운동을 벌이는 비영리 재단의 이름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래 제목이 파티 슬로건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정치를 대충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런 사실을 그만 몰랐던 듯하다. 블로거들은 그의 무지를 공격했다. 재단 측은 변호사를 동원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그 노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사가 너무 성적이며 성폭력 근절 운동에 역행한다.” 결국 팀버레이크가 사과했고 재단도 소송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팀버레이크는 자신의 가수 경력 최악의 앨범을 발표했다. ‘The 20/20 Experience – 2 of 2’는 끊임없이 트림하는 듯한 지루한 앨범이었지만 따가운 혹평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때가 거의 5년 전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사건은 팀버레이크의 5집 앨범 ‘Man of the Woods’에 담긴 음울한 분위기의 전조였던 듯하다. ‘Take Back the Night’ 사건은 사실 악의 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마치 그의 가수 경력 전체가 그런 해프닝처럼 느껴진다. 올해 37세인 팀버레이크는 연초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사방에서 얻어맞고 있다. 그는 최신 앨범 홍보 영상에서 말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으며 수록곡 리스트가 마치 캠핑장의 물품 목록처럼 보인다고 지적 받는다. 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영화를 찍으면서도 말로는 페미니즘을 옹호한다고 주장해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산다. 심지어 ‘팝의 전설’로 불렸던 고(故) 프린스에게 불손하게 군다는 지적도 있다.

팀버레이크는 10여 년 전만 해도 팝의 왕자로 군림했다. 2006년 발표한 2집 앨범 ‘FutureSex/LoveSounds’는 싱글 차트 1위에 3곡이나 올렸다. 미국에서 3000만 장 이상이 팔린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에 비견되기도 했고 인디록 팬들마저 열광시켰다.

그렇다면 미디어가 언제부터 그에게서 등을 돌렸을까? 최근 그를 둘러싼 논란은 ‘Man of the Woods’가 발표된 지난 1월 2일 본격 시작됐다. 그 앨범을 두고 온라인 매체 아우트라인은 ‘저스틴 팀버레이크, 백인으로 재브랜딩하다’라고 비난했다. 그 후 팀버레이크는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현실감 떨어지는 팝 가수로 종종 묘사됐다. 심지어 음악 전문 온라인 매체 노이지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공식적으로 한물가다’라고 선언했다. 그를 향한 미디어의 공격은 4가지로 추릴 수 있다.

1. 최신 앨범이 전통적인 백인 음악 분위기다

‘Man of the Woods’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숲’에 관한 앨범이다. 남부 전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팀버레이크는 테네시 주 출신이다). 깊이 있는 척하는 황야의 분위기로 뜬금없이 중심을 옮긴 것은 마일리 사이러스의 최신 컨트리팝 앨범 ‘Younger Now’를 떠올린다. 백인 가수로서 그가 발표한 1집 앨범 ‘Justified’와 2집 앨범 ‘FutureSex/LoveSounds’는 인종을 초월해 넓은 층의 팬을 확보했지만 ‘Man of the Woods’는 그보다 훨씬 더 백인 지향적이고 시골 사람들을 겨냥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 앨범은 숱한 패러디와 조롱의 대상이 됐고 급기야 곡명까지 기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Flannel’ ‘Montana’ ‘Livin’ Off the Land’ ‘Midnight Summer Jam’ 같은 곡명은 실제로 레저 웨어 브랜드의 이름처럼 들린다.

2. 신곡들이 별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정규 5집 앨범 ‘Man of the Woods’의 재킷 이미지.

팀버레이크는 오랜만에 내놓은 새 앨범에서 특유의 비음과 페달 스틸 기타를 기대하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앨범의 첫 싱글곡 ‘Filthy’(‘더럽다’는 뜻)가 대표적이다. 그럴듯한 전자 펑크 음악이지만 ‘아냐, 이건 깨끗한 버전이 아닌 걸 알잖아!’라는 바보 같은 가사로 곡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컴백곡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조롱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사실 깨끗하지 않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더러운 것도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식 표현법으로 말하자면 이 곡의 평가는 찬반이 엇갈렸다. 음악 온라인 매체 스테레오검의 혹평이 특히 심했다. ‘1960년대의 블루스 로커가 1985년께 MTV에 한번 나가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투박하고 당혹스런 두 번째 싱글곡 ‘Supplies’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보다 더 가혹했다. 종말론과 섹시함 둘 다를 추구하다가 그 중간에서 그냥 멈춰버린 느낌이라는 지적이었다.

‘Man of the Woods’ 앨범 전체가 이 곡처럼 형편없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전통 컨트리 스타일을 짜깁기한 듯한 이 앨범은 그의 뛰어난 재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3. 그의 페미니즘은 공허할 뿐이다

팀버레이크는 간판 히트곡 ‘SexyBack’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래 한동안 신곡을 내지 않고 연기에 집중했다. 그동안 그는 ‘소셜 네트워크’ ‘인사이드 르윈’ 등의 영화에서 조연을 맡았다. 또 지난해 우디 앨런 감독의 ‘원더 휠’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할리우드가 앨런 감독의 성추문을 심각하게 비난하기 시작한 바로 그때였다. 그 후 케이트 윈슬렛, 그레타 거윅 같은 스타들이 수양딸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앨런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으며 그와 함께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팀버레이크도 이제 그를 두둔하든 비난하든 양단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원더 휠’은 북미에서 지난해 12월(국내는 지난 1월) 개봉했다. 한 달 뒤 팀버레이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타임스 업(Time’s Up)’ 배지를 달고 참석했다. 연예계의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여배우 로즈 맥거완은 그의 그런 행동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앨런 감독의 수양딸 딜런 패로(의붓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직접 폭로했다)도 트위터를 통해 팀버레이크가 ‘타임스 업’ 운동을 지지하는 동시에 성착취자를 옹호하는 건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초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서 그의 하프타임 공연도 도마에 올랐다. 14년 전의 악몽이 대중문화 담론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2004년 2월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팀버레이크는 파트너였던 재닛 잭슨의 가죽 상의를 잡아당겨 오른쪽 가슴을 노출시킨 ‘대형 사고’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니플게이트(nipplegate)’로 불린 이 사건으로 잭슨은 고의성 여부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팀버레이크는 그냥 슬그머니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에 팀버레이크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다시 출연한다고 알려지자 잭슨의 팬들은 ‘니플게이트’와 관련해 그에게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의 공연을 취소하라는 온라인 청원과 재닛 잭슨의 명예 회복을 위한 해시태그 캠페인 ‘#JusticeForJanet’도 이어졌다.

결국 그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다행히 사고 없이 끝났다. 이번 공연을 두고 언론은 “이번에는 14년 전과 같은 ‘의상의 오작동’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팀버레이크는 신곡 ‘Filthy’를 비롯해 과거의 히트곡 ‘SexyBack’ ‘Mirrors’ 등을 열창했다. 심지어 ‘니플게이트’ 때 잭슨과 함께 부른 ‘Rock Your Body’도 불렀다. 하지만 ‘장담컨대 이 노래가 끝날 땐 그대가 알몸이 될 거야’라는 가사는 뺐다.

어떻게 보면 팀버레이크는 지금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요즘의 네티즌들은 2006년 발표한 앨범 ‘FutureSex/ LoveSounds’를 환영했던 시절과 달리 종종 저명인사들을 ‘사회문제 각성의 아바타’ 아니면 ‘모든 나쁜 행동의 상징’, 둘 중 하나로 본다. 이제 우리의 소셜미디어는 저명인사가 칭찬 받지 못하면 완전히 난타당하는 구조로 변했다.

4. 프린스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2004년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중인 팀버레이크와 재닛 잭슨. 바로 이 공연에서 실수로 잭슨의 오른쪽 가슴이 노출된 ‘니플게이트’가 발생했다. / 사진:AP-NEWSIS

프린스의 팬들은 팀버레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갈등의 발단은 팀버레이크가 슈퍼볼이 끝난 뒤 프린스의 저택인 페이슬리 파크에서 헌정 공연을 하려 한다는 발표에서 시작됐다(이번 슈퍼볼이 프린스의 고향인 미네소타 주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프린스의 팬들은 그 공연이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프린스가 평소 팀버레이크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슈퍼볼 바로 전날 온라인 연예매체 TMZ는 하프타임 공연에서 팀버레이크가 프린스의 홀로그램을 사용해 헌정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팬들이 격분했다. 생전에 프린스는 고인이 된 스타를 홀로그램으로 공연에 세우는 것은 ‘악마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프린스와 친했던 셰일라 E는 “프린스가 누구도 자신의 홀로그램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내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팀버레이크는 결국 홀로그램 사용을 취소하고 대신 프린스를 대형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비추면서 그의 히트곡 ‘I Would Die 4 U’를 불렀다. 선의였지만 팬들은 그마저 프린스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하늘나라에 프린스가 시청할 케이블 TV가 없는 게 다행일지 모른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