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은 정의의 길을 방해한다

훌루 TV 다큐드라마 ‘더 루밍 타워’의 실제 주인공인 전 FBI 요원, 정보공유의 중요성과 고문에 대한 책임 강조


사진:ILLUSTRATION BY BRITT SPENCER

훌루 TV가 로렌스 라이트의 퓰리처 수상작 ‘루밍 타워’(국내에선 ‘문명전쟁: 알카에다에서 9·11까지’로 출간됐다)를 TV 시리즈로 만든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중동 정치와 알카에다 탄생으로 절정에 달한 이슬람 무장세력 경쟁의 긴 역사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이 책은 영화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훌루의 ‘더 루밍 타워’ 시리즈는 지난 2월 28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경쟁, 그리고 미국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에 활동 기회를 제공한 정책 등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 음모가 꾸며지던 2001년 여름 FBI 핵심 요원 중 한 명인 레바논 태생의 알리 수판(타하르 라힘)은 그것을 막는 임무를 맡았다. 수판과 그의 상사 존 오닐(제프 대니얼스)은 미국으로 숨어들어온 알카에다 대원들의 정보를 수소문하지만 CIA는 그 정보를 공유하려 들지 않는다. CIA의 이런 행동은 이 드라마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 하나다. 현재 민간 정보회사의 CEO인 수판은 “9·11 테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이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 이 사건을 종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뇌리를 떠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오닐이 마틴 슈미트(피터 사스가르드가 연기하는 당시 CIA 대테러전담반 책임자)에게 만약 CIA가 정보를 주지 않아 미국인 누군가가 살해된다면 그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대목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CIA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죽은 사람이 바로 오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 안에서 사망했다.

당신은 의회에서 고문에 반대하는 증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IA 블랙 사이트(비밀 감옥)를 운영하던 지나 해스펠을 CIA 국장으로 지명한 데 대한 소감은?

난 직접 체험을 통해 고문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생산적인지 잘 안다.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고문 프로그램은 정의의 길을 방해해 왔다. USS 콜 테러 사건과 9·11 테러 배후인물 등을 포함한 일부 테러리스트는 여전히 기소가 불가능하다. 그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고문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해스펠의 지명은 미국이 9·11 사건 관련 고문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스펠이 고문을 용납했을까, 아니면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일까?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을까? 그녀의 인준 청문회에서 반드시 나와야 할 질문들이다. 미국인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 제프 스타인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