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의 배기가스 우리는 잊고 있었다

환경과 공중보건에 큰 위협 제기하지만 규제 미흡… 기술혁신과 투자로 감축 노력해야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IMO 황산화물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돼야 한다. / 사진:AP-NEWSIS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4월 9~13일 영국 런던에서 회원국 173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해양환경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처럼 해운산업에 관해 논의할 때 우리는 반드시 바다의 건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해양 환경이라고 하면 어류 남획이나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 같은 이슈가 가장 큰 주목을 끌지만 해운산업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문제도 심각하다. 바다와 해안 생태계, 또 그곳에 의존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해운산업을 하나의 국가로 치면 세계에서 6번째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탄소발자국을 비교하자면 독일과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해양의 배기가스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는 실정이다.

해운은 세계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라는 속성을 갖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파리 기후협정 아래서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대상에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1997년 체결된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교토 의정서는 해운산업의 배기가스 규제 책임을 국제해사기구(IMO)에 부여했다.

특히 해운산업의 배기가스가 초래하는 공중보건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박은 탄소집약적인 연료인 석유를 사용해 운항한다. 따라서 거기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항구 부근이나 해안 지역에서 대기를 오염시켜 그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한다. 2013년 기준으로 선박의 배기가스가 동아시아에서 2만4000건 이상의 조기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중국에서만 1만8000건에 이르렀다.

현재 IMO는 해운산업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2050년까지 2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배기가스를 줄이는 조치를 서둘러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이 크게 훼손되고, 공중보건에 타격을 주며,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오염 심한 경로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좋은 소식은 해운산업이 그런 조치를 취하면 경제적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그런 조치는 빠를수록 더 큰 효과를 낸다. 넓게 볼 때 해운업계가 취해야 할 행동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효율성 개선이다. 그 다음은 신기술과 혁신의 역할 확대다. 마지막은 해운산업에 절실하게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명확한 정책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효율성의 측면부터 살펴보자. 예를 들어 2013년부터 건조되는 신형 선박에 적용되는 IMO 설계 기준을 철저히 따르면 해로운 배기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2030년까지 연간 연료 비용을 약 2000억 달러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IMO 황산화물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돼야 한다.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황 성분을 제거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할지, 천연액화가스(LNG) 연료를 쓸지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2013~14년 건조된 선박 중 다수는 현재의 설계 효율성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이런 기준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뜻이다. IMO가 2016년 채택한 연료 소모 데이터 수집 의무가 또 다른 개선을 약속한다. 해운산업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보장하려면 연료 소모량을 정확히 추적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성 개선은 명확하고 즉각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따라서 우리는 그와 동시에 새로운 솔루션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낙관적인 점은 청정한 해운 시스템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가 이미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전기페리를 보라. 노르웨이 관광청은 세계 최초로 100% 전기페리인 ‘퓨처 오브 더 피오르(Future of the Fjords)’를 띄운다고 발표했다. 플롬에서 구드방엔에 이르는 피오르 경로를 운항하게 될 ‘퓨처 오브 더 피오르’는 300㎾ 전기모터 2대에 의해 가동된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만큼 운항 소음이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황화합물·질소화합물 같은 오염물질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 페리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페리에 비해 전체 운항 비용의 80%를 절감하고 배기가스를 무려 95%를 줄일 수 있다. 그간 노르웨이는 ‘자연의 힘’을 모토로 노르웨이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퓨처 오브 더 피오르’ 이외에도 이미 하이브리드 페리인 ‘비전 오브 더 피오르(Vision of the Fjords)’가 2015년부터 플롬-구드방엔 구간에서 운항 중에 있다.

또 대만 카오슝과 인근의 치젠섬 사이를 운항하며 연간 800만 명을 실어나르는 아시아 최초의 하이브리드 페리는 매년 연료 2만5000ℓ를 절약한다. 그에 따라 그 노선에서 아직도 디젤을 사용하는 나머지 페리를 개조하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인 카오슝 주변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고 연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기페리는 수심이 얕은 해로와 단거리 운항에 가장 이상적이다. 심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큰 배터리를 만들기는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선박은 궁극적으로 배기가스 제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대안연료 사용을 계속 늘려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IMO는 세계의 모든 해양에서 필요한 배기가스 감축의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고 국가적인 전략을 통해 각국이 독자적인 해운 배기가스 감축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런 계획이 명료해야 투자자가 더 청정한 해운 시스템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효율성과 혁신, 투자라는 이 세 가지 요소가 IMO의 해양환경 논의에서 핵심이 돼야 한다. 각국은 해양산업의 전 부문에 걸쳐 탄소 배출을 점진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계획에 합의해야 한다. 파리 기후협정에서 그랬듯이 우리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에서 2℃ 아래로 떨어뜨리기를 원한다면 해운업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느 부문에서든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건설하고 숲을 보호함으로써 에너지 시스템을 더욱 청정하게 만들고 있듯이 바다의 건강과 번창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훨씬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를 보라. 홍수와 가뭄, 허리케인과 산불 등 이상기후의 타격으로 우리는 그토록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는가?

그런 노력이 지연될수록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커진다. 해운에서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투자는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더구나 어렵더라도 지금 투자하면 효율성이 제고되면서 나중에 연료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바다와 바다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더 나은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 이제는 세계무역의 이런 측면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그러면 큰돈 들이지 않고 우리의 공중건강과 안보, 경제적 웰빙을 지킬 수 있다.

– 펠리페 칼데론

※ [필자는 전 멕시코 대통령으로 경제·기후 글로벌 커미션의 명예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