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임상시험 시작

올해 유전성 혈액병 환자 대상으로 유럽 최초로 사람에게 크리스퍼 가위 기법 적용해


베타 지중해 빈혈은 매년 수천 명의 어린이가 이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 사진:SAJJAD-XINHUA-NEWSIS

바이오테크 기업 크리스퍼 세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올해 규제당국으로부터 실험 승인을 받은 뒤 크리스퍼 유전자편집 도구로 유럽의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지대한 관심을 모은 이 도구를 베타 지중해 빈혈(beta thalassaemia) 환자에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영국의 텔레그래프 신문이 보도했다. 베타 지중해 빈혈은 체내 헤모글로빈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혈액질환이다(헤모글로빈은 적혈구 세포가 몸 전체로 산소를 실어 나르는 데 이용하는 단백질이다).

치료 가능한 질환이지만 골변형, 피로감, 중증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에 따르면 베타 지중해 빈혈로 인한 중증 빈혈 환자는 2주마다 수혈 받기도 한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따르면 베타 지중해 빈혈은 세계적으로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매년 수천 명의 어린이가 이 질병을 갖고 태어난다.

크리스퍼(CRISPR, DNA 중 전후 어느 쪽에서 봐도 같은 배열이 되는 회문 구조의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부분의 집합체)는 DNA 염기서열을 수정하고 유전자 기능을 바꾸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도구다. 크리스퍼-카스9으로도 알려졌으며 박테리아에서 발견된 유전적 방어 메커니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테리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관한 일종의 기억 장치를 유전암호의 가닥에 담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이들 치명적인 바이러스 중 하나를 탐지하면 효소를 보내 그 위험한 코드 조각을 잘라낸다.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와 엠마뉴엘 샤펜티어가 이 메커니즘으로 열성 변이 DNA를 골라내 잘라내는 인간 유전자 편집의 잠재력을 알아차렸다. RNA 분자가 카스9이라는 효소를 잘라내야 할 DNA 가닥으로 인도한다.


중국에선 지난 2월말 기준으로 크리스퍼 편집 세포를 이용한 등록 임상시험만 9건이다. 사진은 중국 중산대학의 유전자 편집 연구원. / 사진:LU HANXIN-XINJUA-NEWSIS

새 베타 지중해 빈열 연구에선 과학자들이 환자들로부터 특정 줄기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조작한다. 태아성 헤모글로빈(fetal hemoglobin) 수치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태아성 헤모글로빈은 아기에게는 있지만 성인에는 비활성화된 산소운반 단백질의 일종이다. 실험실 조작이 끝나면 수혈을 통해 줄기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투입한다. 줄기세포 이식으로 불리는 과정이다. 그 뒤 그 세포들이 건강한 헤모글로빈을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하리라는 기대다.

이 연구로 베타 지중해 빈혈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치료받는 유럽 최초의 인간 질환이 된다. 최초의 실험을 위한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에선 이미 각종 질환 치료에 여러 건의 크리스퍼 실험이 진행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샐빈 릭터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선 지난 2월말 기준으로 크리스퍼 편집 세포를 이용해 각종 암과 HIV 감염을 치료하는 등록 임상시험만 9건”이라고 바이오 제약 전문매체 엔드포인트 뉴스에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미국에선 한 건뿐이다. 중국에선 규제를 하지 않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엔드포인트 뉴스는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은 “흑색종·육종·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개시했다”고 한 대변인이 텔레그래프 신문에 말했다. “적당한 시기에 의학 회의에서 발표하거나 전문가 리뷰 학술지에 게재해 실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의 브라이언 매덕스는 세계 최초로 체내 유전자를 편집하는 치료를 받았다. 과학자들은 헌터 증후군을 가진 그에게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zinc finger nucleases)라는 1세대 유전자가위 도구를 이용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유전학자 헬렌 오닐은 “분명 올해는 크리스퍼 기반 유전체 편집을 이용하는 임상시험이 대도약을 이루는 해가 될 전망”이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혈액학 회의에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그 기술로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의 세포에서 테아성 헤모글로빈이 크게 증가했다. 그 요법을 이용해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 줄기세포의 90% 이상을 편집해 재수혈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로벨-뱃지 그룹장은 “앞으로 계속 발전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훗날 지금을 돌아보면서 유전자 요법의 진정한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새 기법에 문제가 거의 그리고 희망컨대 전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임상전 시험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

– 캐서린 하이넷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