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파는 못된 남자들은 가라”

남자친구의 배신 노래하는 스페인의 여성 4인조 인디 밴드 하인즈, 미국 록음악 팬들 사이에서 더 인기


배신한 남자친구의 사연을 공유하면서 먼저 코시알스(맨 왼쪽)와 페로테(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뭉쳤다. 그 다음 그림베르겐 (맨 오른쪽)과 마틴이 합류했다. / 사진:NEELAM KHAN VELA

스페인의 인디 록밴드 하인즈(Hinds)를 잘못 건드리면 큰일난다. 그들이 한번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한번은 캐나다 밴드 디어스(Dears)가 하인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인즈는 원래 ‘디어스(Deers, Dears와 발음은 같지만 철자가 다르다)’로 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캐나다 밴드가 혼동을 피하기 위해 그들에게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면서 시비가 시작됐다.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밴드 이름을 하인즈로 바꿨다. 하인즈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아나 가르시아 페로테는 “우린 아직도 그들을 미워한다”고 말했다.

인기 모델 케이트 모스와 관련된 일도 있다. 하인즈 멤버들은 어느 음악축제에서 모스로부터 무시당했다고 주장한다. 하인즈는 그 일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페로테는 “그녀가 우리와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우리의 요청을 아주 매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런 일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미움이 그들을 밴드로 뭉치게 만들었다. 마드리드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하인즈가 탄생한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 소재가 될만하다. 2010년 페로테는 카를로타 코시알스를 만났다. 당시 그녀의 남자친구가 코시알스의 남자친구와 함께 밴드를 했다. 하지만 그 남자들은 그들을 두고 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다가 들통났다. 각각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페로테와 코시알스는 곧바로 친구가 됐다. 그들은 그 남자들을 차버리고 2011년 스페인의 지중해 해안을 여행하면서 밴드를 만들었다.

페로테는 이렇게 돌이켰다. “그냥 느긋하게 빈둥거리는 휴가였다. 우리는 기타를 가져갔다. 코드 하나는 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타를 치다 보니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밥 딜런의 노래 ‘It Ain’t Me, Babe’를 계속 연주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 거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들은 2인조 밴드를 만들기로 하고 이름을 ‘디어스’로 정했다. 사슴이라는 뜻이다. 파트너 몰래 바람을 피운다는 스페인어 표현 ‘포네르 로스 쿠에르노스’는 ‘누군가에게 뿔을 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전 남자친구들의 밴드보다 훨씬 더 성공했다.

물론 처음엔 어설펐다. 다른 밴드나 가수가 부른 옛 노래를 재탕하는 게 다였다. 그러나 7년이 흐른 뒤인 지금 하인즈는 탄탄한 여성 4인조 인디 록밴드로 성장했고, 특히 미국에서 팬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페로테(23)와 코시알스(27)가 리드 보컬을 돌아가며 맡고 암베르 그림베르겐(22)이 드럼, 아데 마르틴(26)이 베이스 기타를 친다. 데뷔 앨범 ‘Leave Me Alone’이 2016년 초 나오면서 하인즈는 해외 순회 공연에 나섰다. 코시알스(부드럽고 반쯤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하인즈의 트레이드 마크다)는 “우린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원했다”고 말했다. “자만심을 맘껏 세우고 대마초에 취하고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는 그런 생활 말이다. 그 모든 것을 이젠 할 수 있다.”


인디 록밴드 하인즈는 못됐고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사랑의 괴로움을 거칠고 요란스럽게 노래한다. / 사진:WIKIPEDIA

지난 4월 하인즈는 두 번째 앨범 ‘I Don’t Run’을 발표했다. 첫 앨범과 비슷한 주제다. 못됐고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사랑의 괴로움을 거칠고 요란스럽게 노래한다. 그들이 노래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스페인어가 있다. 페로테는 “스페인어 단어로 ‘데사모르’라고 하지만 영어엔 그런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통함 같은 것은 아니고…” 그러자 베이스 기타리스트 마르틴이 끼어들었다. “한마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느끼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리킨다.”

하인즈는 밥 딜런 외에도 ‘클래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 ‘비치 보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16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명반 ‘Pet Sounds’ 발매 5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콘서트에 참가한 것이 그들의 경력에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코시알스와 그림베르겐은 당시 무대 뒤의 일화를 돌이키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들은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를 보고는 그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는 흔쾌히 응했다. 그들은 그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그가 리처즈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우연히 리처즈를 빼닮은 윌슨 밴드의 한 멤버였다.

하인즈의 초기 홍보 사진을 보면 멤버들이 붉은색과 검은색 탁구 라켓을 들고 있다. 그들은 음악축제에서 시간이 나면 자주 탁구를 즐긴다. 하지만 투어를 하다 보면 탁구를 즐기며 놀지 못하게 응급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한번은 영국 글래스턴베리 축제에서 그들의 투어 매니저가 급성 맹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 아무튼 내가 그들을 만난 것도 탁구 때문이었다. 우리는 뉴욕 맨해턴의 탁구 클럽 스핀(배우 수전 서랜든이 공동 소유주다)에서 처음 만났다.


하인즈의 초기 홍보 사진을 보면 멤버들이 붉은색과 검은색 탁구 라켓을 들고 있다. 그들은 음악축제에서 시간이 나면 자주 탁구를 즐긴다. / 사진:COURTESY OF HINDS

팝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탁구 시합은 1985년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의 대결이었다. 그 시합에서 프린스가 잭슨을 아주 쉽게 이겼다. 그는 “잭슨이 탁구 치는 모습은 마치 헬런 켈러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켈러는 어린 시절의 병으로 시각·청각 중복장애를 가졌지만 잘 극복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시합에선 프린스가 지미 팰런(코미디언)과 맞붙었다. 다시 프린스가 승리했다. 나는 페로테와 탁구를 한판 쳤다. 우리 실력은 막상막하였지만 내가 가까스로 이겼다. 나는 또 마르틴과 코시알스도 물리쳤다. 그 다음 우린 팀을 짜서 복식 시합을 했다.

탁구를 치면서 그들의 기이한 투어 경험담을 들었다. 아주 징그러운 남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젊은 여자 4명이 2년 동안 투어를 다니면서 겪을 수 있는 그런 경험이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음보를 계속 터뜨렸지만 종종 성차별을 당했다는 묵시적인 시인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미국인이 자신들의 음악에 더 열린 마음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페로테는 그런 현상이 1990년대 중반 생겨난 페미니스트 펑크록 장르 ‘라이엇 걸(Riot Grrrl)’ 운동을 포함해 펑크록에서 여성이 걸어온 역사와 관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음악시장이 활발하지 않다. 스페인에선 사람들이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고 존중하기까지 미국에서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들은 우리가 꾸준히 노력해서 실력을 입증하기를 바란다.”

하인즈 멤버들은 무대를 어떻게 신나게 만들 수 있는지도 잘 안다. 지난 1월 어느 추운 날 밤 브루클린의 붐비는 클럽에서 나는 그들의 그런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코시알스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뉴욕은 우리를 아주 잘 대해준다. 뉴욕 사람들은 사랑 결핍에 시달리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린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

– 자크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