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 탈퇴가 유가에 어떤 영향 미칠까

미국이 이란에 새로 제재 가할 경우 세계 석유공급량이 하루 약 80만 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어


프랑스 석유업체 토탈은 지난해 7월 이란·중국과 함께 합작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사우스 파르스 근해 천연가스 유정 건설 현장. / 사진:VAHID SALEMI-AP-NEWSIS

지난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했다. 이란의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하는 7개국간 합의다.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이 조치가 석유와 가스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재조치를 취하면 이란의 조심스러운 에너지 시장 재진입 노력뿐 아니라 이란이 속해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면밀히 모니터하는 글로벌 유가가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CNN 머니와 인터뷰에서 “어떤 외적인 변수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든 의심할 여지 없이 시장 균형이 깨지게 된다”며 “이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바이 소재 은행 에미리츠 NBD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경우 세계 석유공급량이 하루 약 80만 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미리츠 NBD의 팀 폭스 연구팀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방송에 “현재 필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의 제재가 과거 수준보다 약하면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협회의 데빈 글래든 대변인은 “제재가 재개될 경우 올여름 미국 가스 가격이 영향을 받아 전국 평균 가격이 2.80~3.00달러가 될 수 있다”며 “가장 먼저 원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그 뒤 올여름 후반께 소매시장으로 파급될 듯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인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올해 최고인 70달러를 찍은 뒤 68.68달러로 떨어졌다고 지난 5월 7일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오바마 정부 국무부 차관을 지내고 역사적인 이란 핵협정 수립을 도왔던 웬디 셔먼은 미국이 새로 제재를 가하면 가스 가격이 뛸 수 있다고 지난 5월 8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조치가 미국 국민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를 말렸던 해외 우방들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적인 단체 ‘국가안보행동·외교 실무연합’이 실시한 전화 인터뷰에서 셔먼은 “대통령 제재조치의 아이러니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 고립되리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 이란 제재조치의 아이러니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 고립되리라는 사실이다.” 사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는 이란 시위대. / 사진:VAHID SALEMI-AP-NEWSIS

이란은 1960년 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와 함께 OPEC의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 다국적기구는 미국이 후원하는 쿠데타로 이란 민선 총리 모하마드 모사데그가 축출된 지 7년 뒤 설립됐다. 모사데그 총리는 이란 석유산업 국유화를 추진했으며 그런 움직임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 강국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서방 군주체제가 몰락한 뒤에도 OPEC의 일원으로 남았다. 그러나 경제는 이웃 이라크와 8년에 걸친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주장에 따라 미국 주도로 제재가 시행됐다. 2015년 핵협정 후 OPEC가 유가를 끌어올리려 회원국들에 부과한 생산감축을 이란에만 면제해 주면서 다시 에너지 업종의 재건에 착수했다.

상당수 서방 기업은 수익성 높은 이란 시장 진출이 늦었지만 프랑스 석유업체 토탈은 지난해 7월 이란·중국과 함께 합작 벤처 계약을 체결했다.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사우스 파르스 근해 천연가스 유정을 20년 동안 개발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다(AP 통신 7일 보도). 토탈 회장 겸 CEO 패트릭 푸얀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지 말아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강경파 이란 종교 지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핵협정을 지지했던 이란 개혁파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였다.

푸얀네 회장은 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당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에 말했다. 그러나 제재가 다시 가해질 경우 토탈은 “여러 가지 출구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임워크, 게임 규칙이 바뀔 경우 물론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식명칭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인 그 핵협정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 아래서 체결됐으며 이란이 핵활동을 대부분 중단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제재를 풀어주기로 했다. 이란뿐 아니라 중국·프랑스·독일·러시아·영국을 포함한 다른 서명국들은 그 협정을 계속 지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무장세력에 대한 이란의 후원과 국내 미사일 개발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