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프로? 이젠 ‘포스트-바이오틱스’ 시대

장내세균이 생산하는 대사물질 조절해 비만 방지하고 건강 유지하는 요법 개발돼


장내세균은 면역체계와 신진대사, 뇌 기능을 조절하는 기본적인 대사물질과 비타민 등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1928년 영국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배양접시에 우연히 날아들어와 자연적으로 자라난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하면서부터 우리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화학물질의 위력을 잘 알게 됐다. 그러나 그 물질의 광범위한 잠재력은 최근에야 밝혀졌다. 심장병과 비만, 식욕과 기분 변화 등 여러 증상이 장내세균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늘면서 장내 세균총에 관한 연구가 과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내 미생물은 100조 개(박테리아·바이러스·곰팡이류·기생충 등)에 이른다. 그중 대부분은 우리 결장에 집중돼 있다. 그 수는 인간이 가진 세포 수와 비슷하지만 장내 미생물 전체가 가진 유전자는 우리 몸의 유전자보다 약 200배가 많다.

이런 미생물 유전자 각각은 하나의 화학공장 역할을 한다. 우리의 면역체계와 신진대사, 뇌 기능을 조절하는 여러 가지 기본적인 대사물질과 비타민을 제공하는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제 우리는 장내 세균총을 식단으로 바꿀 수 있다(예를 들면 식이섬유나 생선 기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따라서 음식을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그만큼 많아졌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발표된 우리의 연구는 음식과 그 음식이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 또 우리 몸에 지방이 축적되는 방식(특히 허리 부분)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쌍둥이 500쌍의 대변 샘플을 확보해 장내세균이 생산하는 800여 가지의 생화학물질(대변 대사물질)을 확인했다. 특히 우리는 특정인의 복부지방량을 예측하는 장내 주요 생화학물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복부지방이 많을수록 2형 당뇨와 심장병 같은 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연구 결과는 장내세균의 화학적 활동 중에서 우리의 유전자에 의해 통제되는 부분이 아주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20% 미만). 나머지는 환경 요인(주로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사실이 흥미로운 것은 일생 동안 변치 않는 우리 유전자나 복부지방이 생길 선천적 위험과 달리 장내세균은 훨씬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스마트 변기나 스마트 화장지가 우리 장에서 생산되는 대사물질의 샘플을 보여줘 장 건강 상태를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하는 ‘대변이식(fecal transplant, ‘대변 세균총 이식’이라고도 하며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채취한 뒤 필요한 부분만 추출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을 통해 장내 세균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지만 그것이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장 건강을 유지하는 재래식 방법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나 발효 식품,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돕고 유해균은 억제하는 화학물질로 유익균의 먹이로 알려졌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고 정착하면서 장내 세균총을 개선해 우리 몸에 유익한 활동을 하는 유산균 등 유익균으로 알려진 살아 있는 미생물)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제 장 건강의 새로운 개념이 나왔다.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다. 우리 몸에서 생물학적 활동을 하는 장내세균이 만들어내는 박테리아 제품이나 대사 부산물이다. 한마디로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건강에 이로운 부산물을 뜻한다. 유익균이 환경에 적응해 번식하도록 돕는 물질로 위산 등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유익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유익균의 번식력을 높이는 생균이나 배양 성분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부산물인 유기산은 면역세포가 집결된 파이엘판을 자극해 면역물질이 나오게 하며 주변의 유해물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장내세균의 유익 물질 생산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먹이(배양 성분)를 제공해야 한다. 아니면 그런 먹이를 합성해서 음식이나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다. 우리는 연구의 일환으로 다양한 포스트바이오틱 물질과 미생물을 연결하는 ‘장내 대사체(gut metabolom)’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맞춤형 장내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은 오메가3 보조제를 복용한다. 그러나 그 임상시험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우리는 오메가3가 장내세균을 자극해 소염 효과를 보이며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하는 분변 대사물질을 생산하도록 만들어 이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자신의 장내세균으로 이 물질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겐 보조제가 효과가 없다.

지금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목표는 우리 몸이 지방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내세균 생산 물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물질이 밝혀지면 비만과 당뇨를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스마트 변기나 스마트 화장지가 우리 장에서 생산되는 대사물질의 샘플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나타나는 불균형을 고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고유한 특징이 맞춤형 영양으로 장내 세균총을 조절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새로운 시대에선 우리 장 속에 숨겨진 거대한 ‘약국’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곳에 있는 수많은 장내세균을 조절함으로써 매일 우리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팀 스펙터, 크리스티나 메니

※ [필자 팀 스펙터는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유전역학 교수이며, 크리스티나 메니는 같은 대학의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박스기사] ‘삼키는’ 센서로 장내 건강 진단한다 – MIT 연구팀, 질병 생체분자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정보 전송해주는 ‘박테리아+전자장치’ 개발

MIT 연구팀이 개발한 ‘삼킬 수 있는’ 센서는 실험실에서 돼지를 대상으로 테스트에 성공했다. / 사진:LILLIE PAQUETTE-MIT SCHOOL OF ENGINEERING

대장염과 과민성대장증후군(IBS) 같은 장 장애를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이유가 우리 몸에서 이 부분에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과학자들은 특정 박테리아를 넣은 ‘센서’를 삼키기만 하면 그런 증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고 기대한다.

‘삼킬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 전자 기기’로 이름 붙인 이 장치는 지금까지 실험용 돼지를 대상으로 테스트됐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그 테스트에서 유전자 변형 프로바이오틱 박테리아를 넣은 센서가 내출혈과 연결된 분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 장 장애와 관련된 생체분자를 확인해 그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센서 장치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지니어들은 이제 이 장치를 환자가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고 있다. 이 장치에 사용되는 박테리아는 반투성 막에 쌓여 질병 생체표지자를 발견하면 빛을 발한다. 그 빛이 전류를 흐르게 만들어 무선 신호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MIT 장내 미생물군 엔지니어 마크 미미는 이 장치가 IBS 같은 흔한 장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증상에 관련된 특정 분자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장치는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침습적인 면이 거의 없어 만성 증상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그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 장치를 사람을 상대로 테스트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연구팀은 이 장치를 더 작게 만들어 칩 한 개만으로 작동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소화기관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포착하는 몇 가지 센서를 추가 장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미 연구원은 이 연구가 전자 장치와 살아 있는 세포를 융합함으로써 위장관 같은 특수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새로운 종류의 센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세포는 위장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생체분자를 탐지하는 훌륭한 센서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파악한 결과를 몸 안에서 몸 밖으로 송신할 수 없다. 또 순전히 전자적인 장치는 특정 분자를 탐지하는 데 별로 적합하지 않지만 정보를 처리해 원격으로 송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융합하면 이상적인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위장관학 교수인 안톤 엠마누엘 박사는 이 기술이 위장 내부의 미생물 환경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인간의 장내 세균총은 돼지를 비롯한 다른 포유류와 달라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BS는 진단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어쩌면 이 기술이 특정 환자의 개인차를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엠마누엘 박사는 이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의사가 환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