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에 우아함을 입히다

130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제화업체 루드비히 라이터, 우수한 품질의 고전적 스타일로 젊은 세대에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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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렌 부츠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제국 군대가 즐겨 신던 스타일이다. 2009년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브래드 피트가 신어 알려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이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은 보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는 오스트리아인 2명의 재능이 빛났다. 교활하고 가학적인 나치 장교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크리스토프 발츠와 미 육군 중위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이 신고 나오는 부츠를 제작한 제화업자 루드비히 라이터다.

후사렌(Husaren)이라고 불리는 이 신발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다. 발등 부분에 끈을 끼고 발목을 이중 가죽띠로 조이는데 한 손으로 할 수 있다. 상당히 특이해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신발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제국 군대가 즐겨 신던 스타일이다. 가죽띠는 20세기 초 겨울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추가됐다. 스키어들이 이 부츠를 즐겨 신었는데 이중 가죽띠를 한 손으로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 부츠는 상상력이 지나친 의상 디자이너가 생각해낸 할리우드의 시대착오적 소품이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탄생 50주년을 훌쩍 넘겼던 신발이다.

틸 라이터(그의 증조부 루드비히 라이터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동명의 제화업체를 설립했다)가 내게 이 브랜드의 역사를 자세히 이야기해줬다(현재 50대 중반인 틸은 4대째 가업을 이어간다). 그는 자신의 증조부가 보헤미아(현재 체코 공화국의 한 지역)에서 비엔나까지 오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증조할아버지는 체코의 온천 도시 카를스바트에서 이탈리아인 제화공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할아버지는 당시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나중에 비엔나로 이주했다.” 1885년 루드비히는 공방을 차리고 오스트리아 군대에 드레스 부츠를 납품하며 명성을 쌓았다.

루드비히의 아들(그의 이름 역시 루드비히였다)은 1900년대 초 미국 보스턴으로 가서 제화업체 ‘리걸 슈 Co’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그는 최신식 굿이어(Goodyear) 웰팅 공법을 배웠다. 그 공법에 감명받은 루드비히는 전용 기계 한 대를 사 들고 비엔나로 돌아왔다. 틸은 “당시 할아버지는 비엔나에 현대 산업화 기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루드비히 라이터 공장에 있는 이 기계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물건이 됐다. 루드비히 라이터는 최신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역사를 소중히 여긴다. 또 경영주가 미국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이 업체의 전통이 됐다. 틸은 경제학 학위를 딴 뒤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E T 라이트’ 제화 공장에서 한동안 일했다.

루드비히 라이터의 구두나 백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 있다. 일례로 ‘아프레-스키’(스키 뒤풀이 행사라는 뜻)라는 제품은 앞쪽에 지퍼가 있고 양가죽으로 안을 댄 부츠로 1950년대 이후 디자인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역시 양가죽으로 안을 댄 펠트와 가죽 재질의 부츠 ‘마로니브라터’(군밤장수라는 뜻)는 겨울철 비엔나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던 상인들이 즐겨 신던 작업화에서 유래했다. 그들은 이 신발을 신고 눈길을 헤치고 다니며 뜨거운 간식을 팔았다.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운동화 또한 원래 1970년대 오스트리아 육군을 위해 만들었던 신발을 모델로 했다. 이 신발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관학교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테레사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지급됐었다. 신발의 여러 요소에는 제각각 기능이 있다. 옆쪽에 댄 가죽띠는 보기에도 좋지만 충격을 많이 받는 부위를 지탱해준다. 굵은 띠 하나가 아니라 가는 띠를 두 줄로 댄 것은 신발이 쉽게 구부러지고 생도들이 유격 훈련을 받을 때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31년 동안 루드비히 라이터는 비슷한 성향의 소규모 업체 몇몇을 사들였다. 2000년에는 백과 브리프케이스를 만드는 프란츠 슐츠를 인수했다. 슐츠의 대표 제품은 뚜껑이 있는 브리프케이스였는데 뚜껑과 가방 본체가 가죽 한 장으로 돼 있어 조개 껍질처럼 닫힌다.

라이터는 1920년대 처음 출시된 이 제품과 슐츠의 다른 특징 있는 제품들을 계속 생산하기로 했다. 2개의 걸쇠가 아래 위로 겹쳐진 브리프케이스가 한 예다. 이 가방은 1950년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오스트리아 공무원들을 위해 디자인됐다. 위쪽의 걸쇠를 이용해 자전거 가로대에 브리프케이스를 고정시키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루드비히 라이터는 모든 제품에서 우아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최신 유행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우수한 품질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고수했다. 피트가 연기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자비한 암살자나 스키 뒤풀이 행사를 즐기는 요즘의 멋쟁이 오스트리아인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