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예술가 뱅크시, 파리를 뒤흔들다

‘68혁명’ 50주년 맞아 곳곳에 난민 문제와 저항, 사회비판 정신 강조한 벽화 남겨
난민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벽에 그려진 나치 문양 스와스티카를 분홍색 스프레이를 사용해 꽃무늬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그린 벽화. 누군가에 의해 파란색 페인트로 훼손된 상태다. / 사진:AP-NEWSIS

프랑스 파리의 곳곳에서 도발적인 그라피티(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 7점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얼굴 없는’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난민 문제와 혁명에 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작품 7점 전부 뱅크시의 서명은 없다(그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 여러 점에 서명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 예술 전문가들은 AFP 통신에 뱅크시의 작품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인상적인 벽화 중 하나는 난민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도의 슬리핑백에서 나와 벽에 그려진 나치 문양인 검은 스와스티카를 분홍색 스프레이로 칠해 꽃무늬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그렸다. 세계 난민의 날인 지난 6월 20일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지난해 3월 프랑스 정부가 철거한 난민센터 인근 건물 벽에서 발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난민 문제에서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그림은 누군가에 의해 파란색 페인트로 훼손된 상태다.

파리 시당국은 지난 3년 동안 약 40곳의 임시 난민 캠프를 철거했다. 가장 최근 철거가 실시된 지난 3월 이래 난민 약 2000명(어린이와 청소년 포함)이 운하 주변과 고가도로 아래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을 탄 나폴레옹을 그린 유명한 작품을 패러디한 이 벽화는 나폴레옹이 붉은 머리스카프로 온 몸을 감싼 모습을 그렸다. 프랑스가 이슬람 베일을 금지한 것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AP-NEWSIS

2015년 파리 연쇄테러 당시 90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인근 건물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림이 등장했다. 애도하는 베일을 쓴 한 여인이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을 그렸다. 파리 북부에서 발견된 또 다른 벽화는 나폴레옹을 묘사한 유명한 그림을 패러디하면서 도발적인 주제를 다뤘다. 19세기에 그려진 원래 작품은 1800년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이탈리아를 침공하러 가는 기백을 강조했지만 이 스텐실 스프레이 벽화는 나폴레옹이 붉은 머리스카프로 온 몸을 감싸고 말을 탄 모습을 그렸다. 프랑스가 이슬람의 얼굴 가리개 베일을 금지한 것에 대한 신랄한 풍자임이 틀림없다.

센강 좌안의 파리 소르본대학 인근에선 붉은 리본을 머리에 단 쥐의 그림에다 ‘1968년 5월’이라고 적은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1968년 5월’은 프랑스의 학생운동 진영과 노동자들이 뭉쳐 사회변혁을 거세게 요구한 일련의 사건들을 가리킨다. 프랑스 사회 전반의 보수화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저항한 이 ‘68운동’ 또는 ‘68학생혁명’은 당시 프랑스 정치·사회·문화 전반을 뒤흔들었다. 쥐의 머리에 있는 붉은 리본은 디즈니의 미니마우스가 착용하는 것과 같은 물방울 무늬로 장식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파리 인근에 들어선 디즈니랜드 파리 주제공원은 젊은이를 가장 많이 고용하는 곳 중 하나다. 이 벽화는 학생들의 혁명정신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듯하다.

그 부근에서 발견된 또 다른 스텐실 벽화 하나는 기업체 사장처럼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등 뒤에 톱을 숨기고 개에게 뼈다귀를 내미는 모습을 담았다. 개는 다리가 잘려나간 듯 피를 흘리고 있다.

– 대미언 샤르코프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