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의사 vs 인공지능 의사” 누가 더 용한가

영국의 의료진단 시험에서 AI 의사는 81%, 인간 의사의 평균 합격선은 72%로 나타나
바빌론 헬스 인공지능은 환자가 채팅 서비스를 통해 상담하는 휴대전화 앱 또는 웹사이트의 형태를 띤다. / 사진:BABYLON HEALTH

출판 전 논문 저장 서버인 아카이브(arXiv.org)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새로운 인공지능 플랫폼이 인간 의사만큼 적절한 처방을 제공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영국 기업 바빌론 헬스가 개발한 이 기술은 환자가 채팅 서비스를 통해 상담하는 휴대전화 앱 또는 웹사이트의 형태를 띤다(음성 제어 버전도 곧 출시된다). 이 인공지능시스템은 영국의 왕립의사협회뿐 아니라 스탠퍼드대학 연구팀, 예일대학 뉴헤이븐헬스시스템과 공동으로 실시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다.

이 테스트 중에는 영국의 1차 진료 수련의들이 독립적인 진료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의료진단 시험도 포함됐다. 놀랍게도 인공지능 의사는 첫 시도에서 81%의 득점을 했다. 지난 5년 사이 인간 의사들의 평균 합격선은 72%였다.

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선 시험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질병과 증상을 의사들이 접하게 된다. 따라서 실생활 시나리오를 모방하는 별도의 테스트도 실시됐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숙련된 일차진료 의사들과 경쟁을 벌였다. 이 시험에서 바빌론 인공지능의 정확한 진단율은 80%에 달한 반면 인간 의사들의 득점은 64~94%였다. 그리고 보편적인 증상으로만 테스트했을 때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98%로 뛴 반면 인간 의사들은 52~99%를 기록했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지식이 축적되고 최신 연구결과도 추가된다고 바빌론은 말한다. 합격률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는 이 인공지능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보건의료 서비스에 접목할 경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세계 각지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품질 의료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바빌론은 말한다.

바빌론의 알리 파사 창업자 겸 CEO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의사가 500만 명 이상 부족해 가장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선진국에서도 일차진료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쉽게 이용하지 못하면서 갈수록 비용이 높아지고 불편해진다. 바빌론의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누구든 지역·경제력 또는 환경과 상관없이 일류 의료기관과 동등한 건강상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IDx-DR라는 기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효과적으로 진단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파사 CEO는 인공지능에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예컨대 의사에게 직접 진료를 받는 데서 얻는 인적 진료의 효과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는 “그러나 인프라 차원에서 인공지능은 건강의료 서비스에 상당히 큰 절약 효과를 초래할 잠재력을 지닌다”며 “개인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모니터하는 능력도 부여해 조기 진단과 공중 보건의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안질환 진단에서도 인공지능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IDx-DR라는 이 기기는 소프트웨어와 망막 카메라를 이용해 환자의 망막 사진을 촬영한다. 그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사진을 분석해 당뇨병성 망막 병증을 효과적으로 진단한다.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당뇨 합병증이다. 개발자들은 환자가 이 신기기를 이용해 전문병원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손쉽게 진단을 받아 그 증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지역 매체 더 가젯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오와대학 병원과 클리닉에서 지난 6월 이 신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의료진단기기 업체 IDx에서 개발한 이 기기는 촬영된 사진을 분석해 환자의 눈 뒤쪽의 조직이 손상됐는지를 판정한다. 안과의사이자 IDx와 아이오와대학 헬스케어의 사장 겸 이사인 마이클 애브라모프 박사는 “그 기기는 출혈, 미세동맥류, 그밖에 당뇨로 망막에 생기는 다수의 이상 같은 각종 병변을 찾는다”고 가젯 신문에 말했다. “내가 환자를 진찰할 때 하는 방법 그대로다. 그 뒤 이런 갖가지 특징의 결합을 분석해 스스로 임상적 결정을 제시한다.”

이 기기는 지난 4월 당뇨병성 망막병증 용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증상은 1형이나 2형 당뇨병을 가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미국인 실명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가 망막(눈의 뒤쪽 빛에 민감한 조직)의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출혈과 시각 왜곡을 유발할 때 생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그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DC의 추산에 따르면 앞으로 30여 년 사이 당뇨병성망막병증을 가진 미국인 숫자는 770만 명에서 146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초기에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으로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애브라모프 박사는 말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질병을 찾아내는 IDx-DR 같은 기기는 전문 안과가 아닌 곳에서도 더 간단하게 검사를 실시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이 질병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리사 스피어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