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킬러 가뭄

가뭄·빚·자살의 악순환이 역병처럼 번지며 1980년 이후 약 5만9300명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온상승에 따라 자살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쌀 농사를 하던 라사티의 남편은 지난해 목숨을 끊었다. / 사진:FEDERICO BORELLA

한 농민이 3년간의 가뭄으로 황폐화된 바나나 밭을 걷고 있다. / 사진:FEDERICO BORELLA

라다 크리슈난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몇 달 뒤 부인 라니는 햇빛에 그을린 손으로 그의 두개골을 들고 있었다. 고향 마을에서 커져가는 재앙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그녀는 1000명의 농민과 함께 수천㎞ 떨어진 뉴델리까지 올라와 인도 최남부 타밀 나두주 농촌 지역의 가뭄 구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요구했다.

크리슈난의 공개 자살은 최후의 절망적인 항의시위였다. 지난해 2월 3년 연속 농사에 실패해 빚을 갚을 가망이 없어지자 그는 지역 은행 앞 도로에 앉아 농약 한 통을 들이마셨다. 몇 시간 뒤 그는 아내와 네 자녀를 남겨둔 채 세상을 등졌다.

인도에선 1980년 이후 약 5만9300명의 농민이 공개적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탈리아 사진기자 페데리코 보렐라는 실제로 그 숫자가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인도에선 자살을 대단히 큰 수치로 여겨 신고되지 않은 건수도 많을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남자들 사이에선 실패도 수치로 간주된다. 2011년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농민 자해 조사 결과 자살미수도 조롱거리가 돼 “굴욕”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자살을 기도하게 된다.

뉴델리에서의 데모를 주도한 단체인 남인도농민협회가 지난 5월 보렐라를 타밀 나두로 초청했다. 그는 티루치라 팔리 지역의 네 가족을 소개받았다. 모두 자살로 가장을 잃은 가족들이다. 두 가장은 논에서 목을 매달았다. 또 한 명은 크리슈난과 마찬가지로 농약을 마셨다.

인도 전역에서 비슷한 스토리가 전해진다. 가뭄·빚·자살의 악순환이 역병처럼 퍼져나간다. 인도에선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주 소득원이다. 대표적으로 바나나·망고·쌀·강황·사탕수수·커피의 제일 생산지인 타밀 나두는 몬순(계절풍)에 의존해 지역 수원지에 물을 채운다. 6~9월에는 남서풍, 10~12월에는 북동풍이 불어온다.

2014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다. 타밀 나두주는 현재 140년 래 최악의 가뭄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받은 건 거의 없다. 많은 경우 농민은 농산물을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값에 기업에 팔아야 했다. 농민이 작황 피해를 입을 때 제공되는 보상은 최소한에 그쳤다.

랄구디 마을 인근 지대의 항공사진. 2014년 이후 불어오지 않는 북동 계절풍은 인도 해안 지대의 많은 지역에서 연간 강우량의 60%를 공급한다. / 사진:PHOTOGRAPHS BY FEDERICO BORELLA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인도의 절반 이상이 현재 고도~극도의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물 결핍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13억 명에 식수를 공급하는 인도의 최대 강인 갠지스강 수위가 급격히 떨어진다. 4분의 1이나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 몬순이 불규칙해지고 중단되면서 인도의 저수량이 10년래 가장 낮아졌다. 인도 북부만큼 지하수가 많이 줄어든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남은 지하수도 상당 부분 유독성 수준의 비소와 불소를 함유한다.

농지를 버리고 떠난 인도 농민이 1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기온 상승에 따라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 3℃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 한 나라에서만 농업이 붕괴되고 식수가 사라진다 해도 얼마나 큰 혼란과 불안정이 따를지 상상해보라. 보렐라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인도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인류 전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대륙은 높은 물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다. 2~3년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거나 자원관리를 제대로 못해도 (오염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큰 재앙이 초래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1260만 명이 목숨을 잃으며 2030~2050년 연간 사망자 수가 2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현지 농민은 경제적·정서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수가 농지를 버리고 건설 현장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
[1] 지금은 말라붙은 텐펜나이강의 모습.
[2] 65세에 부인 라사티와 세 아들을 남겨두고 논에서 목을 매단 셀바라시의 영정사진.
[3] 남인도농민협회의 운동가인 카르티크가 자신의 메마른 밭을 가리킨다.
[4] 버려진 괭이.
[5] 카르풀레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약 400루피(6달러)의 일당을 받는다.
[6] 타밀나두주 티루치라팔리의 잠부케스와라르 사원 내부.
[7] 농민들이 논을 떠나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8] 물이 말라붙으며 드러난 강바닥.
[9] 암솜이 지난해 5월 자신의 논에서 농약을 마신 남편 렌가사미의 영정 앞에서 기도한다. 남편이 빚더미에 올라앉자 그녀는 자신의 장신구를 전당 잡혀야 했다. 장신구를 가족의 명예로 여기는 인도에선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다.

자살률과 기온상승 간의 상관관계는 오래 전부터 추측은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대규모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확실히 밝혀졌다. 당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농업·자원경제학 박사 후보생이던 태마 칼턴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관성을 밝혀냈다. 칼턴은 ‘자살은 사람이 겪는 고난의 명백한 지표지만 특히 개도국에선 이 같은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썼다. 칼튼에 따르면 전 세계 자살 중 5분의 1이 발생하는 인도에선 “기후 특히 기온이 자살 유행의 증가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칼턴은 47년에 걸친 전국의 종합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폭염으로 수확량이 감소하는 인도의 농작물 생육기 중에만 발생하는 자살과 고온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그녀의 조사 결과 하루 1℃ 기온이 오를 때 평균 약 67건의 자살이 발생했다.

한때 타밀나두주를 종횡으로 교차하며 넘실대던 강들이 지금은 모래바닥을 드러낸 채 마치 도로처럼 지평선 끝까지 뻗어 있다. 저녁 8시에 49℃에 달하는 기온을 경험한 보렐라는 “그곳의 열기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현지 어린이들은 더위를 피해 그나마 남아 있는 물 속으로 뛰어든다. 모두 검고 냄새 나고 하수가 유입되는 물이다. “한 가지 문제는 비가 내릴 때 물을 가둬둘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댐이 있는 이웃 카르나타카주는 물길을 열어주려 하지 않는다.”

더 뿌리 깊은 문제도 있다. 보렐라는 기도하러 사원에 들어가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는 “입장하기 전에 깨끗한 물로 몸을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는데 꼭지에서 계속 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물 낭비는 충격적이었다.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무엇보다 종교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렐라가 방문한 네 가정 모두 망자의 사진에 기도를 했다. 그는 “내가 방문했을 때 한 가정에선 하루에 아버지와 두 아들 총 3명의 사진을 벽에 걸었다”고 말했다. 타밀의 고대 시 ‘파티나팔라이’는 무더운 달에도 계속 흐르는 카베리 강을 찬양하며 신들이 내리는 자비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지금은 신들뿐 아니라 인도 정부도 농민을 저버린 듯하다.

물 부족으로 수질오염이 극심해졌다.
[1] 아이들은 그나마 물이 남은 카베리강으로 뛰어들어 더위를 식힌다.
[2] 자살한 농민 크리슈난의 어머니 페나치아말.
[3] 티루치라팔리 인근의 소읍에서 열린 종교의식에 참가한 여성들. 주로 남성이 자살하기 때문에 농촌에선 여초 현상이 두드러진다.
[4] 지난해 1월 남편 팔라니사미가 목을 매단 사탕수수 밭을 찾은 말리카. 그녀는 가족의 도움으로 농장을 운영하려 애써 왔지만 3년 동안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물의 신들로 유명한 잠부케스와라르 사원 내에서 한 가족이 촛불을 켜고 있다.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