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저드가 일으킨 ‘퍼펙트 스톰’

급성장한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뿌리는 1990년대의 ‘스타크래프트’와 한국 PC방
‘오버워치’는 블리저드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높은 온라인 슈팅 게임이다. / 사진:COURTESY OF BLIZZARD

지난 7월 2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실내 경기장 바클레이스 센터에 새로운 스포츠가 등장했다. 도시 연고제 기반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 ‘오버워치 리그(OWL)’였다. ‘오버워치’는 블리저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저드’)의 인기 높은 온라인 슈팅 게임이다. ‘오버워치’의 팬 1만 명 이상이 모여들어 OWL 그랜드 파이널에서 맞붙은 필라델피아 퓨전팀과 런던 스핏파이어팀의 대결을 지켜보며 저마다 선호하는 팀을 열심히 응원했다.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프로 토너먼트였다. OWL은 블리저드가 주관하는 ‘오버워치’의 최상위 등급 대회로 전통 스포츠의 연고지 방식을 도입한 최초의 대규모 e스포츠 대회다. 대부분의 e스포츠 대회에서 사용되는 승강전 방식이나 개별 예선을 통한 참가가 아니라 ‘구단주’ 아래서 프랜차이즈 팀이 개별 선수를 스카웃해 대회를 치른다.

e스포츠로 알려진 프로게이밍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6억96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0년이 되면 게임시장 매출이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이런 성장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현대 e스포츠 토너먼트의 뿌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그 중심에 블리저드가 있었다.

지난 7월 뉴욕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오버워치 리그(OWL)’의 그랜드 파이널이 열렸다 / 사진:AP-NEWSIS

블리저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본사를 둔 액티비전-블리저드의 사업 부문으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1991년 대학을 갓 졸업한 마이클 모하임,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가 실리콘 앤드 시냅스(Silicon & Synapse)란 이름으로 세운 회사가 블리저드의 전신이다. 초기엔 하청 업체였으나 1993년부터 독자적으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4년 블리저드 엔터테인먼트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 같은 해 블리저드는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을 출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공한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블리저드는 ‘오버워치’ 외에도 ‘디아블로’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팬 기반을 구축하면서 20년 이상 e스포츠를 지배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새로운 스포츠는 블리저드의 모하임 CEO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나라 한국에서 시작됐다.

모하임 CEO와 그의 팀이 블리저드를 일으켜 세우고 있을 즈음 한국은 인터넷 고속 광대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이동통신에 집중 투자했고, ‘PC방’으로 알려진 인터넷 카페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대부분 24시간 문을 여는 이런 전자 아케이드는 고급 사양의 PC를 시간제로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번창하는 소셜 네트워크 허브로 부상했다. 당시 한국에서 모두가 하던 게임이 바로 블리저드의 ‘스타크래프트’였다.

모하임 CEO는 뉴스위크에 “그처럼 급속한 변화기에 ‘스타크래프트’를 선호했기 때문에 그 게임을 중심으로 e스포츠의 이상적인 생태계가 생겨났다”며 ‘그것이 흔히 말하는 ‘퍼펙트 스톰’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최고의 플레이어가 누군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톱 플레이어들이 저명인사가 됐다.” 한국에서만 전체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타이틀의 절반인 450만 장 이상이 팔렸다.

OWL 그랜드파이널에서 런던 스핏파이어팀이 필라델피아 퓨전팀을 누르고 우승했다. / 사진:AP-NEWSIS

‘스타크래프트’는 먼 우주를 배경으로 3종족 사이의 전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 군사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998년 발매된 이 게임은 e스포츠의 핵심 요소를 개척했다. 플레이어가 세계 전역의 누구와도 대결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직접 연결해주는 내장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이런 형태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진화한 것이 요즘 e스포츠의 핵심을 이룬다.

1분에 수백 개의 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재빠르고 능수능란한 ‘스타크래프트’ 커맨더들은 명성과 부를 얻었다. 임요한(BoxeR), 홍진호(YellOw) 같은 프로 게이머가 챔피언 타이틀을 쌓아가자 곧 삼성과 LG 같은 한국 기업이 거액을 투자해 그들을 후원했다. 2000년 한국 정부는 한국e스포츠협회를 설립해 이 새로운 산업을 관리하고 이와 관련된 상업적인 입지를 강화했다.

모하임 CEO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스타크래프트’ 한국어판을 내지도 않았는데 그처럼 한국에서 그 게임이 성공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스타크래프트’의 예상치 않았던 성공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e스포츠 산업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게임이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라는 기사를 봤지만 직접 한국에 가보고 난 뒤에야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이래 우리는 e스포츠를 전폭 지지해왔다.”

올해 OWL에서 블리저드의 목표 중 하나는 프로 게이머들이 활동하는 동안 합당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재정적인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블리저드는 상금의 몫과 상관없이 자격을 갖춘 프로 게이머가 일정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연고제의 ‘구단주’는 OWL에 참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권을 얻는데 약 1000만~2000만 달러를 썼다. 그들은 세계 여러 도시에 본부를 두고 기업체의 넉넉한 후원을 받는다. 최근 디즈니도 OWL을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생중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스포츠는 미국 프로농구(NBA)나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같은 전통적인 스포츠리그와 게임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머지않아 큰 차이가 없어질 전망이다. 모하임 CEO는 “e스포츠의 부상은 불가피한 현상이었다”며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없었다면 이처럼 빠른 시일에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티븐 아사치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e스포츠의 새 지평 열렸다 – ‘오버워치 리그’ 그랜드 파이널, 스포츠 채널 ESPN에서 생중계
지난 7월 OWL 그랜드 파이널이 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오버워치’의 팬 1만 명 이상이 자신의 팀을 응원했다. / 사진:AP-NEWSIS

지난 7월 27일 미국에서 스포츠 채널 ESPN을 봤다면 비디오게임기를 잘못 켰다는 생각이 들었을지 모른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생중계된 ‘오버워치 리그(OWL)’ 그랜드 파이널은 사상 최대 규모의 TV 중계라는 기록을 세웠다. 런던 스핏파이어팀과 필라델피아 퓨전팀의 경기 실황을 이틀에 걸쳐 4개의 ESPN 네트워크를 통해 10시간 동안 내보냈다.

OWL 그랜드 파이널 방송팀의 일원이었던 e스포츠 해설가 알렉스 멘데스는 “이전엔 격투게임 대회 EVO나 팀 기반 인공지능 전략게임 ‘도타2’ 인터내셔널 같은 단일 토너먼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OWL은 NFL이나 NBA 같은 풀리그다. 이제 ESPN 시청자는 리그 스포츠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인 오버워치 리그로 e스포츠의 최고 수준을 즐길 수 있다.” OWL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그랜드 파이널 이틀 동안 전 세계의 평균 1분당 시청자는 86만1205명이었다. 미국의 경우 시청자의 45%가 구매력이 가장 높은 18~34세에 속했다.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프로농구 NBA 파이널이 그 연령층 시청자의 약 20%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ESPN은 더 새롭고 더 젊은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발한 셈이다.

OWL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4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ESPN이 OWL을 생중계하면서 트위치 사용자 중 일부가 안방이나 거실의 TV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2019 OWL 시즌의 공식 개시일은 내년 초 발표된다.

– 모 모지츠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