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캐스팅 논란 배우 6

‘배트우먼’의 루비 로즈부터 ‘아르고’의 벤 애플렉까지, 성 정체성·인종차별 등 이유도 각양각색
‘배트우먼’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루비 로즈. / 사진:YOUTUBE.COM

모델 겸 배우 루비 로즈(32)는 최근 CW 방송의 독립 DC 코믹스 시리즈 ‘배트우먼(Batwoman)’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비난을 샀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원작 만화에서 캐서린 케인·배트우먼은 유대계 레즈비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스텔라 역으로 눈길을 끈 로즈는 자신이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 성 정체성이 유동적인 사람)’라고 밝혔다. 로즈가 배트우먼으로 캐스팅된 걸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유대인도 아니고 확실한 동성애자도 아니어서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호주 출신인 로즈는 영국인과 스코틀랜드인, 독일인, 아일랜드인의 후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메가로돈’에도 출연한 그녀는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연예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그녀는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기 전에 이렇게 썼다.

‘루비 로즈가 레즈비언이 아니라서 배트우먼이 될 수 없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 지금까지 읽은 댓글 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말이다. 난 12세 때 커밍아웃했고 지난 5년 동안 ‘저 여자는 너무나 게이 티가 난다’는 말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뒤집을 수 있나? 난 바뀐 게 없는데 말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지지하고 각자 걸어가는 길을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캐스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인 배우 5명을 소개한다.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 / 사진:YOUTUBE.COM

스칼렛 요한슨은 일본 망가를 바탕으로 한 영화 ‘공각기공대: 고스트 인 더 쉘’(2017)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다. 원작 만화에서는 아시아인이었던 이 역할에 캐스팅됐을 때 그녀는 인종차별과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영화에서 백인이 아닌 캐릭터인데도 백인 배우로 캐스팅하는 관행)에 가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요한슨은 새 영화 ‘럽 앤 턱(Rub and Tug)’에서 트랜스젠더 남성 역을 제안 받았지만 트랜스젠더 집단의 강력한 반발과 비난을 받아들여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지난 7월 성소수자를 위한 잡지 ‘아웃’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문화적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번 캐스팅에 관해 언급한 후 트랜스젠더 집단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생각이 짧았다.”

잭 화이트홀
잭 화이트홀. / 사진:YOUTUBE.COM

영국의 코미디언 겸 배우 잭 화이트홀은 내년 개봉 예정인 디즈니 실사 영화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에서 공개적인 게이 캐릭터를 맡았다고 최근 밝혔다. 화이트홀은 이 ‘서사 모험’ 영화에 합류하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지만 트위터엔 이성애자인 그가 이 역할을 맡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벤 애플렉
벤 애플렉. / 사진:YOUTUBE.COM

‘저스티스 리그’(2017)의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아르고’는 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3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아르고’는 화이트워싱으로 비난 받았다. 애플렉은 주인공 토니 맨데즈 역할을 맡았는데 맨데즈는 멕시코계 미국인인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맨데즈는 애플렉이 그 역할을 맡는 걸 문제 삼지 않았다.

조니 뎁
조니 뎁 / 사진:YOUTUBE.COM

조니 뎁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과 오는 11월 미국에서 개봉 예정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 등에서 캐스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론 레인저’(2013)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톤토 역할을 맡았을 때 가장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영화를 비난하는 사람 대다수가 아메리칸 인디언을 문제 많은 캐릭터로 그리는 판에 박은 듯한 묘사를 지적했다.

엠마 스톤
엠마 스톤. / 사진:YOUTUBE.COM

엠마 스톤은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로 201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평단의 혹평을 받고 흥행에도 참패한 ‘알로하’(2015)에서 맡았던 역할로 큰 반발을 샀다. 그녀가 연기한 앨리슨 응은 중국인과 하와이 원주민의 혼혈인 아버지와 스웨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릭터다. 캐머런 크로우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 캐스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썼다. 한편 스톤은 호주의 한 뉴스 웹사이트에 “할리우드의 어처구니없는 화이트워싱 역사에 관해 많이 배웠고 이 문제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도 실감했다”고 말했다.

– 도리 잭슨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