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안에 저항세력 있다”

워싱턴 발칵 뒤집은 뉴욕타임스의 익명 오피니언 칼럼 … 트럼프 대통령 “기고자 색출하라”
지난 9월 5일 수요일자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익명의 오피니언 칼럼. ‘나는 트럼프 정부 안의 저항세력 소속’이라는 제목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 사진:AP-NEWSIS

지난 9월 5일 수요일자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익명의 오피니언 칼럼이 워싱턴 정가에 엄청난 동요와 충격의 파문을 일으키며 백악관을 발칵 뒤집었다. ‘나는 트럼프 정부의 저항세력 소속’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필자가 ‘트럼프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 돼 있다.

기고자는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 일부 인사가 대통령의 ‘잘못되고 위험한 충동’을 막기 위한 계획을 비밀리에 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내부적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는 폭로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개인적 취향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정부 내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분투하고 있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다.’ 뉴욕타임스는 기명 칼럼이 원칙이지만 기고자의 신변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으로 칼럼을 실었다고 밝혔다. 기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 해로운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민주적 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잘못된 충동들을 무산시키기로 맹세했다’고 썼다. 이 오피니언 칼럼이 해당 신문의 웹사이트에 게시된 지 24시간 만에 조회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고, 곧바로 여러 뉴스 매체가 기고자를 확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익명의 기고자를 색출하는 작업이 펼쳐지면서 ‘나는 아니다’라는 고위 관리들의 선언이 잇따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몇몇 언론이 자신을 유력한 ‘후보자’로 꼽자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9월 9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문제의 칼럼을 썼다는 익명의 ‘트럼프 정부 고위 공직자’를 비난하며 자신은 그 기고가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면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즉각 응하겠다고 말했다.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한다.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는 낮은 저널리즘 수준을 보여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자신이 기고자라는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폼페이오가 답변을 거부했다는 식으로 전해질테니 분명히 해둔다. 나는 기고자가 아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반역?”이라며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그 고위 공직자라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실패한 신문 뉴욕타임스가 만들어낸 또 다른 가짜 취재원인가?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익명으로 기고한 고위 공직자가 있다면 국가안보를 생각해서라도 뉴욕타임스는 당장 그 인물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익명의 기고자는 과연 누구일까?

‘정부 고위 공직자’라는 표현은 백악관이나 내각, 국가안보회의의 누구라도 될 수 있다. 따라서 특정인으로 범위를 좁히기가 상당히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트윗을 통해 기고자의 성별을 명시했지만 곧바로 잘못 표기됐다며 정정했다. 처음엔 “익명의 기고문에서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리는 그(남성을 가리키는 ‘he’를 사용했다)와 다른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충동’을 좌절시키려 애쓴다고 말했다”는 트윗이 나갔지만 바로 얼마 후 대니얼 로즈 하 뉴욕타임스 대변인은 이 트윗 자체가 “익명의 기고자가 작성했다”고 말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그 익명의 기고자가 실제로 백악관 비서실에서 근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 인사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정부의 고위 공직자’라고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 설명에 부합할 수 있는 인사는 아마 수천 명에 이를 것이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오피니언 칼럼 기고자를 익명으로 처리할 정도로 그가 중요한 인물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소셜미디어를 계속 달구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익명의 고위 공직자에 관해 실제로 알려진 바는 무엇일까? 거의 없다. 기고자는 트럼프 정부가 ‘효과적인 규제완화, 역사적인 세제 개혁, 좀 더 활발한 군사 활동 등’의 업적을 이뤘다고 추켜세운 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보수주의가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온 이상을 거의 무시한다.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시장, 자유로운 국민이 바로 그 이상이다.’

뉴욕타임스의 익명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의 갈등설을 폭로한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 출간 바로 다음날 실려 파문이 더욱 증폭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면서 유명해진 원로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신문 부편집인이 집필한 이 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윗을 통해 “그 책은 사기다, 다 지어낸 것이다. 저자는 나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비하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쓴다”고 격분했다.

일부에선 우드워드의 책 출간과 뉴욕타임스의 익명 칼럼 게재 시기가 맞물린 것을 두고 책 판촉을 위한 마케팅 책략이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다. 기고자가 누구인지 아직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지만 CNN 방송은 가능성 있는 후보로 떠오른 인물들을 언급했다. 그 중 5명을 소개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몇몇 언론이 자신을 유력한 ‘후보자’로 꼽자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 사진:AP-NEWSIS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콘웨이 고문은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백악관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물론 콘웨이 고문은 TV에 나와 익명의 뉴욕타임스 칼럼 기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적이 있는 그녀의 남편 조지 콘웨이는 문제의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 링크를 리트윗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준비밀 보수파 조직의 회원이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문제의 칼럼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반역?”이라며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 사진:XINHUA-NEWSIS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켈리 실장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소문이 지난 4월 처음 나돌 때부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번에 우드워드의 책에서 그 이야기가 다시 등장했다. 우드워드는 켈리 실장이 한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썼다. ‘그는 멍청이다. 무슨 일이든 그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 그는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했다. 우리는 백악관이라는 ‘미친 동네’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이제껏 가졌던 직업 중 최악이다.” 그러나 켈리 실장은 지난 9월 5일 다시 한번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우드워드는 책에서 매티스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동령이 국가안보 정책에 관해 몰라도 너무 몰라 좌절했다고 주장했다. ‘매티스 장관은 측근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푸념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 회의에서 매티스 장관에게 “왜 미군이 큰돈을 들이며 한반도에 있어야 하냐?”고 물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7초 내에 감지(알래스카 기지에선 15분 내에 감지)하기 위한 특별 정보작전에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처럼 전반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이 책의 내용을 부인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코츠 국장은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종종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 도중 진행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2차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듣자 손을 귀에 대고 “다시 한 번 말해 보라”고 한 뒤 “잘해보라고 하지요. 멋지겠네요”라고 한숨을 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곧 “일부 언론 보도는 생방송 중에 내게 전해진 뉴스 속보에 대한 반응에서 내 의도를 잘못 묘사했다”며 “내 반응이 어색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결코 결례를 범하려던 의도가 아니었으며, 대통령의 조치를 비판하려던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헤일리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거부감을 표했다. 그녀는 지난 4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뒤 백악관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외교 정책을 두고 헤일리 대사와 백악관 사이에 갈등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논란을 가라앉힐 생각으로 “헤일리 대사가 앞서 나갔다. 순간적으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는 “난 혼동한 적 없다”며 반박했다.

– 프리사 폴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