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역할 재미있어”

아일랜드 출신 배우 크리스 오다우드, 새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에서 비호감 캐릭터 맡아
사진:ILLUSTRATION BY BRITT SPENCER

아일랜드 출신 배우 크리스 오다우드(38)는 BBC 시트콤 ‘IT 크라우드’에 출연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자주 그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단골 대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대기업 IT 부서의 컴퓨터 기술자 역할을 맡은 그는 고객으로부터 컴퓨터 고장에 관한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 늘 짜증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IT 부서입니다. 컴퓨터를 껐다 켜보셨나요(Hello, IT. Have you tried turning it off and on again)?”

하지만 오다우드는 그런 요청을 받아도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 역할은 내가 맡은 첫 번째 큰 배역이었기 때문에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겟 쇼티’ 같은 새로운 작품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시즌 2를 시작한 에픽스 채널의 ‘겟 쇼티’는 엘모어 레너드가 1990년 발표한 동명 소설(1995년 영화로도 나왔다)을 바탕으로 했다. 이 드라마에서 오다우드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조직폭력배 마일즈 달리를 연기한다.

오다우드는 또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에서 로즈 번(애니 역)의 남자친구 던컨 역을 맡았다. 던컨은 잊혀진 인디 록 스타(에던 호크)를 병적으로 좋아한다. ‘줄리엣, 네이키드’는 닉 혼비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오다우드는 내년에 TV 드라마 시리즈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tate of the Union)’에서 혼비의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갈수록 닉 혼비의 뮤즈가 돼가는 기분”이라고 오다우드는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나를 통해 작은 비밀들을 털어놓는 걸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줄리엣, 네이키드’의 던컨 역은 어떤 점에 끌렸나? 좀 기분 나쁜 캐릭터인데.

그는 내가 아는 많은 사람과 비슷해 보인다. 가끔은 나 자신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데다 스스로 유행에 민감하다고 느꼈던 시절에 집착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얻는 호감 가는 남자를 연기했는데 이번엔 여자에게 버림받는 비호감 캐릭터를 맡았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 두 스타일 중 어느 쪽을 선호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캐릭터가 확실히 더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던컨 쪽이 더 재미있다. 나쁜 남자 역할은 흥미롭다. 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그런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어떤 내용인가?

로저문드 파이크와 내가 부부로 나오는데 우린 매주 부부 카운슬링을 받으러 가기 전 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10분짜리 에피소드 10개로 짜인 프로젝트다. 혼비는 아주 명석하고 뛰어난 작가로 십자낱말풀이를 좋아한다. 그는 또 열렬한 축구 팬이기도 한데 그 점에서 나와 통한다.

누군가 ‘IT 크라우드’ 리메이크 작품에 출연 제의를 해온다면 받아들이겠나?

아니다. 그 드라마는 졸업했다.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품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행운을 빈다. [웃음] BBC에서 크리에이터로 나섰던 그레이엄 리너핸이 제작을 맡은 듯한데 그렇다면 성공할 수 있다. 카메오로 출연하는 건 좋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