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서 건진 판타지

영화 ‘헌츠맨: 윈터스 워’,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와 눈부신 시각효과가 황당한 줄거리와 허점투성이 플롯 보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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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더 헌츠맨 역의 크리스 헴스워스(가운데)는 전편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4월 13일 개봉한 ‘헌츠맨: 윈터스 워’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의 전편이자 속편이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은 ‘이블 퀸’ 라베나(샤를리즈 테론)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엔 그녀가 자신처럼 영향력 있는 여동생 프레야(에밀리 블런트)와 대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스 퀸’ 프레야는 언니에게서 왕관을 빼앗고 가족의 비극을 복수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녀는 과거의 그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왕국에서 도망쳐 슬픔과 분노에 차 군대를 양성했다. 그 군대는 전투기술뿐 아니라 사랑의 ‘나약함’에 빠지지 않도록 훈련 받았다. 프레야는 전사들(헌츠맨)에게 사랑을 금지한다.

짐작하겠지만 그 헌츠맨 중 한 명이 전편에 나왔던 에릭(크리스 헴스워스)이다. 숙련된 군인으로 성장한 그는 마지못해 프레야를 도와 여러 나라를 무찌른다. 하지만 동료 헌츠맨 사라(제시카 체스테인)와 사랑에 빠진 뒤 두 사람은 위험에 처한다. 프레야의 판결뿐 아니라 (전편에서 죽었던) 라베나의 귀환 가능성, 파멸로 치닫는 스노우 화이트 왕국의 운명이 그들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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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퀸’ 프레야 역의 에밀리 블런트(왼쪽)와 ‘이블 퀸’ 라베나 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왕국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속편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전편에서 에릭 더 헌츠맨을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의 팬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릭의 배경을 알게 되리란 기대로 환호했다. 하지만 예고편은 혼란을 안겨줬다. ‘헌츠맨: 윈터스 워’는 제목과 달리 헌츠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왕국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라베나와 프레야의 이야기다. 에릭은 어쩌다 보니 자매의 싸움에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에릭의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팬들은 희망을 가져도 좋다. 사실상 이 영화는 라베나와 프레야 자매보다 에릭에게 더 초점을 맞춘다(하지만 등장인물 중에 라베나와 프레야가 가장 흥미진진한 캐릭터라는 점이 약간 실망스럽다).

‘헌츠맨: 윈터스 워’는 기본적인 줄거리가 체계적이지 않다. 라베나가 결혼을 목표로 다른 남자로부터 부도덕하게 왕좌를 빼앗아 여왕이 됨으로써 스노우 화이트 동화가 시작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또 영화 곳곳에서 나타나는 플롯의 허점을 비교적 짧은 상영 시간 안에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라베나가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여성들의 영혼을 모조리 흡입했는데도 프레야는 왜 늙지 않았을까? 전편에서 죽은 라베나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을까?(이 부분을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행히 이 영화는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의 내용과 별로 상관없이 전개되며 그 작품의 전편인지 속편인지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할 수 없다.

또 판타지에 뿌리를 깊이 박고 있다는 사실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다소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큰 흠이 되진 않는다. 대본에도 반전을 몇 군데 집어넣어 전편보다 훨씬 더 마법 같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냈다.

줄거리와 달리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환상적이다. 전편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세드릭 니콜라스-트로얀이 감독으로 나서면서 골든글로브상 또는 아카데미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할리우드의 꽃미남 배우를 이 한 편에 다 끌어들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판타지 영화에 그런 거물급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건 축복이다. 그들의 능력이 팬터마임 같은 대본을 뛰어넘어 빛을 발한다.

블런트는 처음 맡은 사악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프레야를 왜 그런 식으로 묘사해야 하는지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다. 그녀의 힘을 두렵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측은하게 여길 수 있을 만큼 다층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영화에서 그녀는 라베나 역의 테론에게 당당히 맞선다. 라베나와 프레야가 마주 대할 때면 양쪽 다 평상시와 매우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점이 흥미진진하다. 테론은 영화 막바지에 가서야 등장하지만 라베나의 독특한 스타일이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목을 끈다. 매우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눈빛과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또 사라 역의 체스테인은 헴스워스가 연기하는 에릭에 딱 어울리는 짝이다. 액션 연기와 농담 섞인 대사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이들의 찰떡 호흡이 영화 전편에 걸쳐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열정적인 에릭과 사라의 관계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체스테인은 헴스워스처럼 스코틀랜드 억양을 자연스럽게 소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헴스워스는 자신을 둘러싼 세 여인이 빛날 수 있도록 잘 받쳐주면서 믿음직스럽게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전편의 까칠한 헌츠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따뜻한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강한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헌츠맨: 윈터스 워’는 전편과 달리 많은 웃음을 준다. 이 웃음은 주로 셰리던 스미스와 알렉스 로치, 롭 브라이든과 닉 프로스트가 연기하는 난쟁이 캐릭터들에게서 나온다. 무례하게 들리기도 하는 이들의 농담은 이 영화가 동화를 성숙하게 해석한 작품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영화는 어두운 판타지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좋은 선택이지만 전편처럼 일관성은 없다. 하지만 2시간 동안 눈부신 시각효과를 즐기면서 마법 같은 줄거리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에이미 웨스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