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의 스타 탄생

대니 윌렛은 조던 스피스의 막판 자멸을 틈타 무서운 집중력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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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렛은 경기 후 “정말 꿈 같은 날이었다”며 “내가 샷을 정확하게 날린 게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조던 스피스가 후반 9개 홀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틈을 타서 대니 윌렛(28)이 최종 라운드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출신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스터스 우승자가 됐다. 전회 우승자 스피스는 9번 홀까지 5타 차로 선두를 달렸지만 12번 홀에서 공을 두 번이나 물에 빠뜨려 쿼드러플 보기(기준타수 +4타)를 범하며 잉글랜드 사우스요크셔 주 태생의 윌렛에게 그린 재킷과 첫 메이저 타이틀을 넘겨줬다.

대회 개막 직전 아들을 얻은 윌렛은 에러 없이 스피스보다 3타 적게 5언더파 67타로 경기를 마쳤다. 스피스는 마지막 2개 홀에서 연속 버디에 실패해 경기를 플레이오프로 끌고 가지 못했다. 윌렛은 잉글랜드 출신으로는 1996년 닉 팔도에 이어 한 해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두 번째 선수가 된다. 유럽 출신으로는 1999년 스페인 출신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이후 처음이다.

윌렛은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 기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필드에 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우승자가 나와야 하고 오늘 운 좋게 내 차례가 돌아왔다. 스피스를 추격하기는 정말 힘들었다. 따라잡나 싶으면 멀리 달아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듯했다. 그냥 내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계속 버디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6~7번 언더파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리더보드(순위표)를 보니 그는 이미 7개를 잡았다. 경기 중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을 돌아보면 정말 꿈 같은 날이었다. 내가 샷을 정확하게 날린 게 운이 좋았을 뿐이다.”

2위로 경기를 마친 스피스는 “정말 힘들었다”며 “파3인 12번 홀에서 스윙이 나빴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로선 아주 힘든 30분이었으며 바라건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순간이었다.”

톱4 중 3명의 잉글랜드 출신 선수인 동료 영국인 리 웨스트우드는 4라운드에서 윌렛과 함께 경기했다. 잠시 선두로 나서는 듯했지만 2언더파로 스피스와 함께 동률 2로 경기를 끝냈다.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던 잉글랜드 출신 폴 케이시는 1언더파로 2명의 미국 선수 J B 홈스, 더스틴 존슨과 함께 동률 5위를 기록했다.

21세의 매튜 피츠패트릭은 덴마크의 소렌 키엘센,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와 함께 이븐파를 기록했다. 세계 1위 제이슨 데이는 1오버파로 경기를 끝냈다. 마스터스를 제외한 메이저 3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맥길로이는 1오버파 289타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완성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전 US 오픈 캠피언 저스틴 로즈도 대니얼 버거와 함께 톱10에 턱걸이했다.

윌렛은 예상을 뛰어넘는 오거스타 마스터스 우승으로 무려 180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스포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유럽 투어 5회 우승자인 윌렛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해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막판 6홀 중 3번이나 버디를 낚았다.
윌렛은 스피스나 로리 맥길로이 같은 스타급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스포츠 팬에게는 그의 극적인 승리가 이변으로 여겨질 듯하다. 그러나 그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기대주이며 이번에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일약 주역으로 도약했다. 윌렛에 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5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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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를 마친 뒤 지난 대회 우승자인 조던 스미스가 올해 챔피언 대니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1. 윌렛의 출전, 따라서 이변의 드라마가 연출되지 않을 뻔했다. 그의 부인 니콜의 뱃속에 있던 첫 아이의 분만 예정일이 지난 4월 10일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대회 개막일 7일 전에 아들 자카리아 제임스를 출산함에 따라 윌렛이 오거스타 내셔널에 출전할 수 있었다.
2. 윌렛은 전혀 무명 선수가 아니다. 그는 사실상 대회 출전 당시 세계 랭킹 12위였으며 최근 몇 달 사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 우승으로 톱10 권으로 진입하면서 분명 주가가 오를 듯하다.
3. 윌렛의 메이저 우승으로 형인 피터가 트위터 스타로 떠올랐다. 교사인 피터는 윌렛이 마스터스 대회 우승에 다가가는 동안 재미있는 트윗을 잇따라 올렸다. 윌렛이 ‘인생역전’ 경기를 펼치는 동안 형의 재치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계속 즐겁게 했다.
4. 윌렛은 오거스타 대회 우승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거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의 부친 직업은 아들 윌렛과 거리가 상당히 먼 교회 목사다.
5. 그에 앞서 마스터스 타이틀을 획득한 잉글랜드인은 단 한 명뿐이었으며 그는 윌렛이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현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미국 CBS 방송 해설자인 닉 팔도는 1989년, 1990년, 1996년 3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고국의 후배 선수가 자신의 발자취를 따르는 광경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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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윌렛은 트위터에 ‘우리 꼬마가 마스터스 위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올렸다.

– 닉 하우슨, 조슈아 에반스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