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가 더 많아야 하는 이유

기회 균등의 실천만이 아니라 의사소통과 네트워킹 촉진으로 혁신 도모하고 더 높은 수익 올릴 수 있어
지난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 앞에 세워졌던 ‘겁 없는 소녀’ 상은 뉴욕 증권거래소 근처로 옮겨졌다. / 사진:AP-NEWSIS

동·서양 또는 미국·유럽을 불문하고 대기업의 여성 CEO는 너무나 찾아보기 힘들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 대기업을 경영하는 CEO 중 이름이 존인 사람이 여성보다 더 많았을 정도다. 당시 조사에서 미국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 1500에 등재된 기업의 CEO를 살펴봤더니 여성 CEO 한 명 당 존(John), 로버트(Robert), 윌리엄(Willam), 또는 제임스(James)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 CEO 4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엔 FTSE 100(영국 런던국제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에 속하는 기업의 여성 CEO는 6명이었고 FTSE 250에 등재된 기업의 여성 CEO는 12명이었다. FTSE 100에선 여성 회장이 4명에 불과했고, 임원 991명 중 여성이 185명이었으며, 이사회 1065석 중 여성이 283석을 차지했다.

영국의 공공 부문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성의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최근 필자가 제니 필리모어, 제인 글로버, 야난 장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웨스트미드랜즈 주의 대형 전문 서비스 업체와 공공 부문의 이사 중 13.1%만이 여성이었다. 기업의 55.9%는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도 없었고 2개 기업만 이사회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됐다.

웨스트미드랜즈주의 공공기업 이사회와 CEO 자리에 여성의 비율이 민간기업보다 높은 데도 이런 실정이다(평균적으로 15.6% 대 12.9%로 공공기업의 여성 비율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비율도 FTSE 100의 27.7%와 FTSE 250의 22.8%보다는 낮다. 이 수치에 반영된 불평등의 수준은 대다수 사람이 인식하는 공정성에 상반되며 기회균등 운동의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따라서 이런 사실만으로도 여성 CEO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기업 CEO 자리에 여성이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이 성별과 인종 측면에서 다양할수록 회사에 큰 이익이 된다. 그런 혜택의 대부분은 리더십만이 아니라 의사소통과 네트워킹 기술의 확대에서 비롯된다. 경영진 구성이 인종·성별적으로 다양해지면 시장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고 문제해결 기술이 한층 더 발달한다. 비판적 사고도 용이하다. 아울러 세계 전반의 시장과 고객 욕구의 변화에 좀 더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면서 혁신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현재 판매되는 소비자 상품의 80%에 관여하며 2025년이 되면 여성이 전체 개인 자산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영진 구성의 성별과 인종 다양성에서 상위 25%에 드는 기업의 수익이 업계 평균보다 35% 더 높았다. 경영진의 성별이 다양할수록 브랜드 평판, 고객·주주·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위직에 여성이 부족한 현실은 기업들이 직원 중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낭비되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인재풀은 좀 더 협조적이고 지원에 비중을 두는 ‘여성 경영 스타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그런 경영 스타일은 여성 지도자에게 흔히 볼 수 있으며 경영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

또 업계의 여성 지도자는 일대일 멘토링 또는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 멘토링과 반대로 신입이나 하급 사원이 선배나 고위 경영진의 멘토가 되는 것) 같은 혁신적인 멘토링을 확산시킬 수 있다. 이런 멘토링은 리더십으로 옮겨가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사내 인재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비판적 통찰력, 지식 교환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멘토링은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여성 CEO를 가진 조직이 많다는 것은 그 조직이 리더십 차원에서 성별 다양성을 도모하는 정책과 관행을 실천한다는 표시다. 또 리더십 인재풀을 배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이사회나 고위직에 여성 1명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태도를 가진 기업을 너무나 자주 목격한다. 리더십의 모든 단계에서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한 데도 말이다.

고위 리더십에 여성이 많으면 그 아래 단계에서도 여성이 많아진다는 증거도 있다. 여기엔 승진하려는 여성에게 자신감을 북돋우고 그런 의욕을 고취하는 긍정적인 역할 모델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다양성을 장려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며 코칭을 지원하는 더 나은 인재 개발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책은 고위직만이 아니라 조직 전반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기회를 좀 더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경제적·사회적 혜택도 매우 커진다.

– 키란 트레한

※ [필자는 영국 버밍엄대학의 리더십·기업개발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