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돌아온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

새 영화 ‘할로윈’, 돌아온 살인마 레전드와 여주인공의 끝장 대결로 궁극의 공포와 스릴 선사해
새 영화 ‘할로윈’은 1978년 원작에서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와 여주인공 로리 스트로드가 첫 조우한 후 40년 뒤 그들의 재대결을 그렸다. / 사진:UNIVERSAL PICTURES

새 영화 ‘할로윈’(국내개봉 10월 31일)은 1978년 동명 원작의 진정한 속편이다. 그동안 여러 후속편이 나왔지만 이 새 영화는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40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할로윈’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인 로리 스트로드 역을 원작에서 열연한 제이미 리 커티스가 맡았고, 역시 원작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를 연기했던 닉 캐슬이 다시 한번 그 추억의 살인마 역을 맡았다. 40년 뒤의 이야기에 마흔 살씩 더 먹은 옛 주인공들을 불러냈다는 뜻이다.

원작 ‘할로윈’은 정신병자의 연쇄 살인, 마지막 남은 여자 주인공과 살인마의 사투, 성적 방종에 대한 응징 등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슬래셔 무비(slasher movie, 피 튀기는 잔인한 공포물)’의 원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 영화는 피가 튀고 난도질하는 잔혹함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 숱한 아류작들과 달리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도 배우들의 심리 묘사와 배경 음악, 편집을 통해 극한의 공포감을 자아냈다. 여기서 창조된 등장인물 마이어스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함께 슬래셔 무비의 대표적인 살인마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새 영화의 예고편은 로리 스트로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을 시사했다. ‘할로윈 살인사건’을 다루는 스산한 분위기의 뉴스로 시작한다. 살아 있는 공포이자 전설인 마이어스가 1978년 할로윈 밤에 저지른 섬뜩한 행동은 물론,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인물 스트로드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로 돌아와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마이어스가 탈출에 성공하면서 스트로드가 살고 있는 해든필드로 향하는 모습이 이어져 본격적인 공포의 시작을 알린다.

스트로드는 자신을 고문한 마이어스를 죽이기 위해 40년을 기다렸다. 그동안 사격술을 연습하고 숲속의 집을 요새처럼 만들었다(주방 카운터 아래 비밀 벙커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스트로드가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십대 시절 마이어스와의 조우가 그녀의 미래와 가족들을 어떻게 망치고 그녀의 삶을 어떻게 뒤집어 놓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할로윈’은 오랫만에 슬래셔 무비의 진수를 보여준다. / 사진:UNIVERSAL PICTURES

새 영화 ‘할로윈’은 스트로드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섬세하게 다루지 않는다(예를 들면 술을 닥치는 대로 들이킨다). 하지만 그처럼 살인마의 유산을 직설적으로 다루는 것을 보면서도 가슴 아픈 공감이 가능하다. ‘할로윈’은 40년 묵은 원한을 앙갚음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여파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어스의 폭력이 스트로드의 딸 캐런(주디 그리어)과 손녀 앨리슨(앤디 매티차크)에게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정한 슬래셔 무비가 되려면 스트로드 가문의 여성만으론 부족하다. 영화평은 대부분 ‘할로윈’이 매우 혁신적인 영화라고 말하지만 마이어스가 주유소를 습격하는 순간 이 영화가 정통 슬래셔 무비라는 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마이어스가 흉기를 들고 일리노이주 해든필드를 헤집고 다닐 때 시신이 즐비하고 잔혹한 장면이 이어진다.

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공동 시나리오 작가 대니 맥브라이드, 제프 프래들리와 함께 1978년 원작에 집중하면서 다른 후속편들이 잊었던 교훈을 적절히 되새긴다. 새 영화는 원작을 돌이키는 감상적인 면도 없고 신파적이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옛 영화의 주요 순간들을 교묘하게 역전시키는 묘미를 연출한다.

1978년의 원작과 올해의 ‘할로윈’ 둘 다에서 우리는 주로 마이어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다른 후속편들에선 그가 어디서든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지만 그와 달리 이 영화에선 그가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며 어디에서 어떻게 스토킹하는지 정교하게 보여준다. 원작에선 카메라가 스트로드를 추격하는 마이어스를 따라가지만 새 영화에선 마이어스가 이웃집을 헤집고 다니며 저지르는 살인행각으로 카메라가 분산된다. 따라서 예전엔 마이어스가 한구석에서 사라지면 그 다음 순간이동을 한 듯 완전히 다른 곳에서 나타나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 게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가 다시 나타나기를 숨죽이며 기다려야 한다. 새 영화에서 마이어스는 신중하고 일관성 있다. 이전의 수준 낮은 속편에선 보기 힘든 면모다.

또 새 영화는 ‘스크림’ 이래 어떤 슬래셔 무비보다 더 자연스럽게 십대 청소년을 다룬다.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여고생들이 가득하고 성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다른 공포물과 차별화된다. 원작에서처럼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십대의 삶도 위험하다. 그들은 성인의 삶과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슬래셔 무비는 흔히 십대 섹스와 마약 사용을 도덕적 흑백 논리로 내세운다(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마약을 하는 십대가 주로 피해자가 된다). 그와 달리 이 영화는 스트로드와 마이어스가 40년 만에 다시 맞붙는 것만큼이나 앨리슨의 고교 생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룬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할로윈’은 올해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강렬함과 이해하기 쉬운 플롯이 사라져 아쉬움을 준다. 새 영화의 플롯은 원작보다 좀 더 일화적이며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는 느낌이 떨어진다. 해든필드의 할로윈 행사를 완전히 초토화시킨 뒤 이 영화는 휴식을 갖는 듯하다. 스트로드의 숲속 집에서 벌어질 마지막 대결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마이어스의 폭력성을 부추기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스릴을 더한다. 그러나 곧바로 스트로드와 마이어스의 한판 대결이 그런 면을 가려버린다.

그 대결은 지속적인 긴장감만이 아니라 그 한계로서도 놀라운 효과를 낸다. 살인마들의 대결을 다룬 ‘프레디 VS 제이슨’처럼 두 사람이 무술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다. 40년을 기다린 만큼 그들의 만남과 대결은 철저한 계산에 따른다. 그러나 모든 공들인 구상이 그렇듯이 그런 계획은 곧바로 쓸모 없어진다. ‘할로윈’은 마이어스가 공포의 살인마 레전드이며 지금도 그가 그 면에서 최고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영화다.

– 앤드루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