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

아마존 드라마 ‘트랜스페어런트’의 크리에이터 질 솔로웨이, 회고록에서 자신과 배우들의 성 정체성 문제부터 미투운동까지 제작에 얽힌 이야기 풀어놔
솔로웨이는 지난해 자신이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 털어놨다(왼쪽 사진). 2016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솔로웨이와 탬버. 탬버는 동료 배우에 대한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에서 퇴출당했다. / 사진:NEWSIS, YOUTUBE.COM

‘트랜스페어런트’ ‘아이 러브 딕’ 등 획기적인 TV 드라마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질 솔로웨이는 지난해 자신이 ‘제3의 성’(gender non-binary)이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제3의 성은 ‘스스로를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규정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she’ 대신 ‘they’(누군가의 성별을 언급하고 싶지 않거나 모를 때 ‘he’나 ‘she’ 대신 사용할 수 있다)로 지칭해 주기를 바란다. 솔로웨이는 뉴스위크에 “사람들이 나를 ‘she’나 ‘her’로 지칭해도 괜찮지만 ‘they’라는 대명사를 써주면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로웨이는 커밍아웃하기 전 회고록 ‘쉬 원츠 잇(She Wants It: Desire, Power, and Toppling the Patriarchy)’을 펴냈다. 좀 헷갈릴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페미니스트인 솔로웨이는 그 제목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회고록의 이야기는 ‘트랜스페어런트’의 제작 초기 단계에서 시작한다. 에미상을 받은 이 아마존 드라마는 솔로웨이의 아버지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커밍아웃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솔로웨이는 회고록에 ‘당시 실제 트랜스젠더 여성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할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썼다. ‘케빈 클라인, 존 라로케트 등 내가 어린 시절부터 TV와 영화에서 봐왔던 남자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결국 제프리 탬버가 주인공인 퇴직 교수 마우라 페퍼맨 역에 캐스팅됐다.

이 캐스팅은 트랜스젠더 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솔로웨이는 “그때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솔로웨이는 그 후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았다. “난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장한 남자 정도로 여기는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탬버는 내가 ‘트랜스페어런트’에서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부분 중 하나다. 그는 에미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탬버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본 사람도 많다.”

하지만 탬버가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는 사실은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탬버는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 솔로웨이는 촬영현장에서 그가 화나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일에 방해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미투운동이 시작됐다. 솔로웨이는 ‘그때 눈앞이 아찔했다’고 썼다. ‘혁명이 일어났다.’ 이 운동의 여파는 며칠 뒤 ‘트랜스페어런트’까지 미쳤다.

트랜스젠더 여성 2명과 ‘트랜스페어런트’의 전 스태프 한 명이 탬버를 성추행 혐의로 고발했다. 솔로웨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이 드라마에서 페퍼맨의 친구 시아를 연기한 배우 트레이스 리세트 역시 탬버의 성추행 사실을 언론에 알리려고 계획 중이었다. 솔로웨이는 리세트에게 생각을 바꿔달라고 간청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리세트는 결국 성명을 발표했다. 촬영장에서 탬버가 그녀에게 억지로 몸을 밀착시키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솔로웨이는 탬버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리세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아마존은 솔로웨이에게 탬버를 빼고 드라마를 진행할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작가들이 고심해서 대본을 썼지만 ‘심판의 날 이후 거기엔 어떤 아름다움이나 기쁨도 없었다’고 솔로웨이는 썼다. 결국 지난 5월 아마존은 다가올 시즌 5를 끝으로 이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일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고 솔로웨이는 말했다. 현재 그는 채닝 테이텀이 주연하는 아마존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탬버뿐 아니라 내가 아는 많은 남성이 이 문화혁명(미투운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솔로웨이는 말했다. “우리는 가부장제가 자신에게 어떻게 특권을 심어줬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이 심판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한편 솔로웨이는 ‘트랜스페어런트’의 대단원에서 ‘마법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약속했다(아마존이 이 드라마를 영화로 마무리할 거라는 소문이 돌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내겐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처럼 느껴진다”고 솔로웨이는 말했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