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가 없어지는 날

자율주행차가 우리의 생활뿐 아니라 도시와 교외 주거지역을 우리가 상상도 못하던 방식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인구 600만 명에 가까운 혼잡한 섬나라 싱가포르의 러시아워는 세계 거의 모든 대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체된 간선도로와 스트레스 쌓인 운전자들로 가득한 생 교통지옥이다. 앞으로 10년 사이 싱가포르 주민이 예상대로 100만 명 증가한다면 이런 딜레마를 방치할 경우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그러나 도시계획자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듯하다. 그들은 혁신적이고 전면적인 솔루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차량 소유 방식을 승차공유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이 계획의 핵심 요소는 새로 떠오르는 자율주행차량(AV) 기술이다. 인공지능의 기적을 통해 인간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와 셔틀버스다. 사람들을 집과 직장으로 이동시키는 자율주행 우버들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움직임으로 짜증나는 러시아워 교통체증을 대체한다고 상상해보라. 싱가포르는 이런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와 인프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교통정책과 규제를 개정하고 있다. 모형 빌딩, 가파른 언덕, 그리고 강우장치를 갖춘 방대한 테스트 트랙을 건설했다. 10개 업체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서비스 실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현재 차량을 소유하고 러시아워 때 도로를 이용하는 대가로 통근자에게서 연간 1만5000달러 가까이를 징수하며 차량과 도로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최근에는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없앴다. 신 주택개발지구는 지금은 모두 자율주행차를 수용하면서 차량 소유를 억제하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 좁은 도로, 특수 노면 표지, 완만한 커브, 특정한 연석 높이, 주차공간 감축 등이다.

지난 11월 자율주행 버스와 셔틀 차량이 처음 운행을 개시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곧 자율주행차들이 승객의 승하차 지점을 토대로 즉석에서 노선을 계산하며 도로를 누비게 된다. 그 뒤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야간에 돌아다니며 거리를 청소하고 소포를 배달하게 된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에너지 연구소에서 자율주행차량 연구를 이끄는 니엘스 드 보어 팀장은 “2030년까지 내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게 만들려는 목표”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20세기 초 도시의 골칫거리인 말똥 문제를 해결해주는 한 방편으로 환영 받았다. 자동차는 그런 기대에 부응했으며 우리 사회의 이동성을 크게 높여줬다. 그러나 또한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만연한 문제를 다수 안겨줬다. 도심의 쇠퇴, 교외의 무질서한 확장, 교통혼잡, 빈부격차, 육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악화, 지구기후에 이상을 초래하는 오염 등이다.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게 만들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자율주행차량 시범주행. 차량에 ‘당신이 건너가기를 기다리는 중’ 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 사진:CLOCKWISE FROM LEFT: GETTY IMAGES BANK, YONG TECK LIM-AP-NEWSISCOURTESYFDRIVE.AI

싱가포르가 지난 100년의 과오를 완화해주리라는 자율주행차에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대다수 도시가 또다시 기술에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상황에 이른 듯하다. 예컨대 교통혼잡이 심한 뉴욕시는 싱가포르처럼 혁신적인 비전에 초점을 맞춰 강력한 행정력으로 추진해 나갈 능력이 없다. 불과 몇 년 전에도 고질적인 교통정체에 시달리는 도심 진입 차량에 도로세를 부과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뉴욕시에는 자율주행차 시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지 않다. 제너럴 모터스(GM)가 내년에 그런 계획이 있었지만 시의회에서 안전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 뒤 취소했다. 일부 유럽국가와 중국은 자율주행차량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지만 미국에는 싱가포르처럼 자율주행차를 확대하거나 그것을 사용하도록 운전자를 유도하는 교통 또는 개발법을 새로 도입한 대도시가 한 곳도 없다.

도시들이 곧 정신 바짝 차리고 개발에 임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몇 년 사이 자율주행차량들이 교통을 훨씬 악화시킬 수 있다. 자율주행차 서비스가 더 편하고 싸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차량들은 앞길에서 세 번째 평행주차를 시도하는 차 또는 횡단보도에서 자신의 담력을 테스트하는 보행자를 무한한 인내심으로 기다리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주행할 것이다. 인간 운전자들이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차량들을 피해 급회전과 끼어들기를 하며 난폭운전이 증가하게 된다.

아마존이 소매유통 업계를 깔아뭉개고 페이스북과 구글이 출판·미디어를 초토화시켰듯이 자율주행차는 곧 우리가 싫든 좋든 교통에 일대 혁신을 몰고올 수 있다. 우리는 혼잡·정체·도시확장이 악화되는 모습을 팔짱 끼고 지켜보든가 아니면 센서로 무장한 방대한 초고속 스마트 도로망 등 자율주행차량 중심의 도시·교외 혁신에 투자하든가 택일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도래는 우리를 둘 중 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그것은 우리 마을과 도시에의 자율주행차량 통합 과정을 공공·민간 주체들이 어떻게 지휘하느냐(또는 하지 않느냐)에 달렸다.

무엇을 하든 빨리 움직여야 한다. 신기술과 신사업모델의 결합으로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실현되고 실용화됐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도로의 모든 특성과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차량들이 그 사이를 막힘 없이 정확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학습능력을 갖춰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인식과 제어에 더 능숙해진다.

한편 우버와 리프트 같은 택시호출 서비스의 등장으로 자율주행차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다수 사람이 개인 전용 자율주행차량을 손쉽게 장만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량 서비스의 시범 프로젝트가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같은 IT 중심적이고 혁신 포용적인 미국 도시뿐 아니라 댈라스·라스베이거스·디트로이트·피츠버그에서도 속속 등장한다. 트랜스데브·드라이브닷아이·나비야 같은 이름의 선구적인 자율주행 차량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서다. 평소 선구적인 첨단기술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던 오하이오주 컬럼버스는 자율주행 서비스 투자자금 1억4000만 달러를 조성했다. 내년 말에는 미국 내 자율주행차량 숫자가 수만 대, 그 뒤 2~3년 사이 수십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는 획기적인 자율주행차량을 선보였다. 사진은 2016년 우버 자율주행차의 시범 모델들. / 사진:GENE J. PUSKAR-AP-NEWS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 업계도 뛰어들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산하의 자율주행차 업체 웨이모는 피닉스에 자율주행 밴 600대, 그리고 다른 24개 테스트 도시에 그 이상을 배치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도로에서 백업 목적의 인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최초의 회사가 됐다. 웨이모 자율주행차량들이 100만 마일(160만㎞) 주행기록을 달성하는 데 6년이 걸렸다. 현재 1000만 마일을 주행했으며 매달 100만 마일씩 기록을 늘려간다. 각 도시에서 주행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배치할 수 있게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모델 기반의 자율주행 미니밴 8만2000대를 추가로 준비해 뒀다. 그 밖에도 하루 100만 회 운행이 가능한 재규어 I-페이스 모델 기반 자율주행 SUV 2만 대도 2년 이내에 도입된다.

포드·GM·볼보·BMW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들도 맹렬한 속도로 뒤쫓고 있다. 보스턴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옵티머스 라이드는 예정된 계약과 승인에 관한 세부정보는 공개하지 않지만 라이언친 CEO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외에도 우리가 이행 준비 중인 계약이 많다”며 “2년 뒤에는 자율주행차가 대규모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기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더 이용하기 쉽게 만들어 사업체와 고객의 거리를 더 좁혀준다. 상점과 음식점들은 자율주행차 운행 서비스를 고객에게 무료 제공할 수 있다. 월마트는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웨이모 로보카를 이용해 고객을 매장으로 이동시키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도요타는 어떤 사업체의 교통수단으로도 맞춤 설정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밴을 생산할 계획이다.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는 도요타·포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승차공유 서비스도 고객이 어디 가서 돈을 쓰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해 사업체가 고객에게 봉사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 삶을 향상시키는 자율주행차의 잠재력은 막대하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자율주행 교통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사람들이 목가적인 농촌 주택과 걷기 좋은 차 없는 도시 사이를 자유롭고 편리하게 넘나들 수 있다. 이런 비전에선 식료품과 의료 등 모든 제품·서비스가 적은 비용으로 우리 문 앞까지 배달된다. 주차장 심지어 일부 차도까지 상점이나 주택 단지 또는 지역사회 녹색공간으로 전용된다.

지난 11월 중국 더칭현에서 열린 유엔세계지리정보대회에 자율주행 셔틀 밴이 등장했다 / 사진:COURTESY OF NAVYA

10억 개의 주차공간

순수 전기차는 도시 거주자들을 오염과 온실가스로부터 구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량은 미국에서 연간 700만 건씩 발생해 2000년 이후 6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돌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상당 부분 교통정체에 갇히거나 주차공간을 찾으며 보내는 대체로 비생산적이고 썩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 연간 총 300억 시간에 이르는데 자율주행차량이 그런 시간을 되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 도시의 전체 토지 중 약 30%는 주차장이나 차고로 쓰인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주차할 필요가 없다. 승객을 내려준 뒤 곧바로 다음 승객을 태우러 이동하면 된다. 오리건대학의 지속가능성도시 프로그램의 공동 소장인 건축·환경학과 니코 라코 교수는 “미국에 10억 개 이상의 주차공간이 있다”며 “자율주행차량이 모든 운행을 맡을 경우 주차공간의 90%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거기서 생기는 빈 공간이 도시에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다. 도시를 더 깨끗하고 조용하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킨다. 2013년 어비스에 인수된 선구적인 도시차량공유 서비스 지프카의 트레이스 젠 사장은 “도시계획이 자율주행차량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개발업체도 있다. 건축업자들이 주차시설을 상업 또는 주거 공간으로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방식이 요즘 큰 인기를 모은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선 현재 520㎢가 넘는 토지가 주차공간으로 쓰인다. 공항에 신설되는 4500대 수용 능력의 차고와 1000대 수용 가능한 아트 지구 차고가 모두 변환 가능하게 제작된다. 신시내티에서도 그런 작업이 진행 중이며 다른 도시들이 그 결과를 연구한다. 도시 리서치 단체의 한 조사에선 2040년에는 자율주행차량이 뉴욕시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고, 필시 보스톤과 샌프란시스코에선 그 시기가 더 빠를 것으로 예측됐다.

잘 설계된 도심을 주행(아니 그보다는 탑승)하면 더 쾌적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도로에서 중계되는 정보를 이용해 자율주행차량이 가장 빠른 경로를 찾고 다른 차량을 피하거나 서로 조정할 수 있다. 포드 자동차의 켄 워싱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메라를 비롯한 센서가 도처에 깔려 도시 전체가 스마트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계획에 자율주행차량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네브래스카대학(링컨 캠퍼스) 건축과 대니얼 피아트코우스키 교수는 그 기술이 현대의 최대 고민으로 손꼽히는 혼잡 문제를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량이 전체 도로망을 최대한 이용해 차가 꼬리를 물고 있을 때도 빠르게 전진하게 된다.”

미국 대형마트 크로거는 식료품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했다. / 사진:ANDREW BROWN-THE KROGER CO.-AP-NEWSIS

주차장과 노변 주차장은 편의시설로

직장인이 퇴근해 교외지구의 자택으로 귀가할 때는 좁은 시가지에 맞춰 설계된 작고 민첩한 슈퍼스마트 자율주행차량에서 더 크고 빠른 승차공유 차량으로 옮겨 타게 된다. 자율주행차량은 교외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도시가 자율주행차량 덕분에 걷기 편하고 이동성 뛰어난 상업과 레저의 중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이런 도시 지역 안팎의 집값이 상승해 도시에서 더 멀리 떨어진 저렴한 주택을 찾는 통근자가 많아지게 된다.

사람들이 도시로부터 더 멀리 이주해 이동에 필요한 자동차를 구입하는 현상은 도로·주차장·상점가가 늘어나는 ‘스프롤(도시의 무질서한 확장)’ 현상을 걱정하는 도시 계획자들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더 스마트한 시나리오에선 자율주행차량의 도입으로 사람들이 도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이카에서 자율주행 승차 서비스로 전환하면 타운과 민간 개발지구 도처에 깔린 주차장과 노변주차장을 없앨 뿐 아니라 차도 건설을 줄일 수 있다. 개발업체들은 새로 생긴 공간을 이용해 스프롤의 일부를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된 도시형 미니 마을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라코 교수는 이런 오아시스를 가리켜 “반도시 중심점(semi-urban nodes)”이자 변혁의 큰 기회라고 말한다. “소규모 상점가 옆에 커다란 주차장이 딸린 볼품없는 상점가를 상상해보라. 그 주차장을 없애고 오피스 빌딩, 음식점, 아파트 등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들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런 중심점 안팎에서 도보로 이동하며 하루 일과를 수행하고 주변 그린웨이(보행자·자전거 전용도로) 네트워크에서 산책하거나 사이클링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교외 기반 자율주행차량은 개인 소유든 승차 서비스의 일부든 그에 의존하는 사람의 주택 근처에 세워둘 필요가 없다. 마을 밖 태양광 패널 아래서 충전하면서 다음 호출을 기다리면 된다.

오늘날의 교외지구와 마찬가지로 도심으로부터 불과 24~48㎞ 떨어진 중심점의 시세는 대다수의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량이 ‘통근 가능한’ 거리의 의미를 바꿔놓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위험·규제·불법행위법을 연구하는 텍사스공대 법과대학원의 트레이스 흐레스코펄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반응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시속 약 200㎞로 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한두 차선을 자율주행차량에 내주고 인간 운전자는 전용 차선에서 약 90㎞로 달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 속도라면 도시에서 160㎞ 떨어진 지역도 통근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에 더 가까운 시골 지역에 더 저렴한 중심점을 개발할 기회가 생긴다. 피아트코우스키 교수는 “과거 수시간 걸리던 거리였지만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면 기껏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한 지역에서 도시로 출근하는 ‘슈퍼 통근자’가 부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 북동부 같은 혼잡한 지역에서 콜로라도나 워싱턴주처럼 인구 밀도 낮은 지역에 재정착하려는 사람이 수천만 명에 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그림 같은 전원 지역에 정착하더라도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하면 매력적인 대도시 접근이 가능해진다. 볼보의 바르텐 베벤스탐 제품전략·사업소유권 담당 부사장은 자율주행차량이 장거리 레저·출장 여행을 더 편리하고 싸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 여행의 온갖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기보다 고속도로를 매끄럽게 질주하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3~4시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장거리용의 심야 침대차가 될 수도 있다”며 “잠에서 깨어나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량이 스프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쉽게 확대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대다수 타운의 도시계획법이 주택과 업소의 결합을 금지해 걷기 편한 중심점의 형성을 가로막지만 아무도 그런 법의 개정을 서두르지 않는 듯하다. 교외생활이 여전히 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낮은 주택 시세 말고는 매력이 없다면 대신 도시가 업무·상업·레저의 유일한 중심지로서 훨씬 더 강력한 유인을 갖게 된다. 통근자가 단순히 상점가·학교·업무단지로 더 편히 이동할 목적으로 현재의 차를 팔고 자율주행차를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걷기 좋고 밀집된 중심점으로 몰려드는 대신 자율주행차량을 믿고 더 큰 집·마당·차고를 찾아 통근 거리를 늘려 더 멀리 떨어진 준교외로 이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매력 없고 따분하고 걷기 어려운 도시 주변 스프롤이 100마일까지 계속 뻗어나갈 수 있다. 보스턴 시청에서 IT 관련 교통정책을 이끄는 크리스 카터 팀장은 “자율주행차량이 초(超)스프롤을 형성할까 큰 걱정”이라며 “뉴햄프셔주보다 더 먼 곳에서 보스턴으로 통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수적인 문제점은 더 많다. 예컨대 교외 중심점으로 이주하는 트렌드가 반드시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라코 교수는 도시나 중심점에 별로 가깝지 않은 평범한 교외지구의 주택과 상가 시세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밀집 개발이나 아름다운 주변 경관 같은 어떤 활력이나 편의시설이 없는 그런 중간 지역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 지역의 토지 수요가 감소할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로 주차장 용도가 사라진 덕분에 수많은 부지가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시점과 겹친다고 그는 설명한다.

설상가상으로 지자체들이 갑자기 일부 주요 수입원을 잃게 될지 모른다. 교통·주차 범칙금뿐 아니라 차량 등록과 유류 관련 수수료와 세금 등이다. 미국의 25대 도시에선 이런 수입이 50억 달러에 달한다. 대다수 다른 도시와 소읍에선 액수가 훨씬 더 작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수입에 의존한다.

(위부터) 자율주행차량은 미국에서 연간 700만 건씩 발생하는 충돌사고를 줄일 수 있다. 시 당국은 주차장 부지를 걷기 좋은 녹색 공간이나 자전거 도로로 전용할 수 있다. 미국 전체 토지의 30%가 주차장이나 차고로 쓰인다. / 사진:FLORIN VLADESCU-AP-NEWSIS, GETTY IMAGES BANK

자율주행차량 혁명에서 영세민 소외당할 수 있어

또 다른 딜레마도 있다. 지금으로선 앞으로 2년 뒤에는 자율주행차가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할 듯한데 곧바로 교통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 이용료는 현재 우버 이용료보다 승객 마일(passenger mile, 유료 승객 한 명이 1마일 이동할 때) 당 약 25센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가 로봇에 운전대를 맡기는 데 대한 초기의 우려를 일단 극복하면 대부분 가격·프라이버시·안정성이 마음에 들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을 더 많이 이용하고 지하철과 버스에서 승용차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교통량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일부가 마이카 운전 횟수를 줄여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하지는 않을 듯하다. 조사에 따르면 우버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으로 차량의 도로 이용이 1마일 줄어들 때마다 편의성이 커진 덕분에 증가하는 도로 이용은 3마일에 가깝다. 더 저렴한 서비스도 같은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는 또한 처음에는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과 같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는 동기화된 자율주행차가 꼬리를 물고 늘어선 상태에서 고속으로 일제히 거리를 달려 내려가는 초현실적인 미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충돌 사고는 자율주행차량 업계에 재앙이 될 수 있어 차량이 극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러시아워 중 도시에서의 승하차가 악몽이 될 것이다. 수많은 자율주행차량이 혼잡한 블럭의 연석을 따라가며 정차할 자리를 찾으려 느릿느릿 이동하고 멈추고 경쟁하게 된다. 라코 교수는 “그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며 “같은 장소에 집중되는 수만 대의 차량을 감당하도록 차선이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짜 재앙의 시나리오는 수백만 명의 마이카 운전자가 현재의 차량 대신 자율주행차를 소유할 경우라고 도시계획자들은 말한다. 처음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차량호출 서비스 용으로 배치되겠지만 테슬라와 GM은 난이도 높지 않은 고속도로 주행용의 준자율주행차를 5만~7만5000달러에 시판 중이다. 볼보·벤츠·아우디를 비롯한 다른 회사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도시계획 컨설팅 업체 클라리온 어소시에이츠의 돈 엘리엇 이사는 완전 자율주행차 가격이 수십만 달러 선에 달해 그런 차의 시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많지 않은 숫자의 개인 전용 자율주행차라도 시내의 도로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운행하며 식료품을 픽업하고, 아이들을 학교·운동시설·자택으로 태워다 주고, 심지어 주인이 퇴근 준비를 마칠 때까지 거리를 빙빙 돌며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시 당국에서 자율주행차량 혁명에 영세민을 포함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그들이 소외당할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저소득자 동네는 이용할 만한 교통수단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다수가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고 출근 또는 등교한다. 이런 동네에는 자율주행차량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승객이 적어 서비스 업체들이 소홀히 할 수 있다. 보스턴의 카터 팀장은 “교통기술의 혁명을 이룬다 해도 도시 전체가 공유하지 못하다면 실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급 자율주행차에 간이 침대가 내장돼 장거리 심야 여행 때 버스·기차 또는 비행기보다 승용차를 더 선호할 수 있다. / 사진:COURTESY OF VOLVO

자율주행차가 약 1000만 명을 실업자로

자율주행차량의 영향은 교통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주차장과 차고는 상당한 수익사업이었다. 그 소유주들은 손해보지 않으려 투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두드러진다. 승용차·트럭 또는 버스 운전을 업으로 삼는 350만여 명의 미국인 근로자 중 자율주행차량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급증할 때 많은 사람이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 밖에도 우버나 리프트에 속해 적어도 파트타임으로 운전하는 사람이 100만 명이다. 기사는 아니지만 자동차 영업사원, 보험 판매원, 트럭 휴게소 웨이터 등 차량 관련 일자리에 500만 명이 더 종사한다.

전체적으로 자율주행차가 미국 내 약 1000만 명을 실업자로 만들 수 있다.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난 뒤 일제히 들고 일어나 자율주행차의 도입을 수년간 지연시켜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지방·주·연방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

미래는 ‘소형수송(microtransit)’ 차량으로 시작될 수 있다. 승객 6~12명을 편안하게 이동시키는 밴이나 미니버스가 대중교통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지하철이나 통근 열차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승객 마일 당 운영비가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버스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효율적이다. 탑승자가 승하차를 원하는 지점에 맞춰 즉석에서 더 빠른 루트와 새 정차지점을 설정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 자율주행차에 승객을 1명 대신 2명만 태워도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물론 합승을 원치 않는 승객의 유치가 숙제로 남는다.

자율주행차가 우리 도시와 교외지구를 개선하리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려면 탑승자가 프라이버시 보호 욕구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도시계획자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이용요금 인하는 항상 도움이 된다. 기사 인건비가 줄어들면 공유 서비스 요금이 현재의 버스보다도 낮아진다. 자율주행차량 서비스가 인간관계 적합도 앱에 따라 탑승자를 짝 지워줄 수 있으면 승차공유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수다형은 이쪽 차량, 수면형과 독서형은 저쪽 차량에 태우는 식이다. 어쩌면 은행가들 부류와 미술가 부류를 나눠 태우는 방법도 있겠다.

승차공유 차량의 더 발전된 버전에선 각 승객에게 사적으로 구분된 작은 구획, 또는 미팅 용으로 의자를 마주 놓은 2인용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광고 방송을 들어줄 용의가 있는 사람은 승차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세금감면 제공 또는 나홀로 차량에 대한 ‘혼잡세’ 부과도 승차공유의 또 다른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텍사스공대의 펄 교수는 도시 안팎에서 승차공유 자율주행 차량에 전용 고속주행 차선을 제공하는 방안이 실제로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고속도로에서 다인승 차량 전용차선을 지정하는 식으로 하면 나홀로 차량 운전자가 꽉 막힌 차선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펄 교수는 “혼자 이용하는 차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다른 차량을 보면 교통수단을 바꾸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혁명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주차위 과태료 수입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런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시 정부에 큰 딜레마가 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자율주행차량 혁명에서 정말로 실질적인 변혁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도시는 궁극적으로 인간 운전자의 혼잡한 도심 도로 이용을 완전히 금지해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예측불허의 감정적인 인간을 상대해야 할 필요성에서 해방될 경우 더 빨리 이동하면서 도로에서 더 긴밀하게 뭉쳐 교통 흐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수년 그리고 수십 년 사이 자율주행차에 일어나는 변화는 상당 부분 정부 정책, 명확한 법적 책임의 설정, 도시와 교외의 성장 방식, 그리고 인간 운전자와 자율주행차량을 어떻게 떼어놓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승용차 소유에 종지부를 찍는 규제를 집행할 능력이 도시에 있을까? 운전자들이 그것을 참고 견딜까?

옵티머스의 친 CEO는 일부 유럽 도시에선 개인 차량의 도심 진입 금지를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전체주의적인 지도자들은 성공 확률이 더 높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선 운전 금지가 더 힘들 수 있다. 카터 팀장은 “미국에선 사람들에게서 차를 빼앗으려면 거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할 때는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일종의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게 될 위험이 따른다. 새로운 편의성과 이동성의 또 다른 도약을 약속하면서도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를 키우게 된다. 세계 각지의 도시와 교외지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싱가포르를 본받아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선제적인 계획과 투자 없이는 자율주행의 열반에 도달하기까지 수년 나아가 수십 년의 번민이 따를 것이며 그러고도 실패할 수 있다. 라코 교수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준비돼 있지 않을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아트코우스키 교수도 같은 의견이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일단 자율주행차량부터 도로에 풀어놓고 나서 뒤늦게 정책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는 “우리가 처음 차량을 도입한 1915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철저하게 따져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스프롤 현상이 발생했다. 정책 수정은 힘든 일이다.”

어쩌면 이번에는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러지 못하면 말똥이 최악의 교통 문제로 꼽히던 시절을 곧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

– 데이비드 H. 프리드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