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로봇과 가상현실, 그리고 사이보그화(1)] 인공지능·섹스로봇과 사랑을 나누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분장해 가상현실에서 사랑을 나누고 접촉에 따라 육감적으로 반응하는 섹스 로봇은 사람처럼 진화하고 인간적인 자아와 기계적인 자아가 융합될 수도 있다. 섹스의 미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블레이드 러너’와 ‘그녀’ 같은 영화는 인간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미래를 그려냈다. 그처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연인 같은 친밀한 관계는 공상과학물에서나 가능한 듯하다. 그러나 가상현실이 발전하고 섹스 로봇이 등장하면서 우리 대다수가 언젠가는 기계의 손을 잡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그리 터무니없는 공상만은 아닌 상황이 됐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그런 미래를 오래 전부터 예상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의 트루디 바버 교수는 1990년대 초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속의 몰입형 섹스 환경을 만들었다. 그녀는 뉴스위크에 “처음엔 콘돔이 주변에 날아다니는 섹스 공간을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콘돔을 집어 가상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발기한 남성 성기에 끼울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생각을 약간씩 달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용과 설계의 어려움 때문에 지금 우리가 아는 가상현실 세계에 사람들이 접근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0년대 초 내가 처음 가상현실을 사용했을 땐 키트 하나 구입하는 데 600달러 이상이 들었고 헤드셋도 엄청나게 컸다. 마치 머리에 작은 성당 하나를 올려 놓는 듯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헤드셋을 착용하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각적인 시간차도 아주 커 멀미 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서서히 잠재력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성인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025년이 되면 약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비디오게임과 프로미식축구(NFL)에 이어 제3의 오락 산업이 된다는 뜻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실제와 같은 친밀한 성적 체험을 가능케 하려면 시각·감각·지능적 요소를 융합해야 한다. 가상현실 헤드셋, 은밀한 부위의 동기화된 진동, 섹스 토이 같은 장비가 그런 체험을 최대한 ‘실제’와 같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가 집의 안락함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모든 성적인 판타지를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버 교수는 “이런 디지털 공간에선 성별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안적인 자아로서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 공간에선 섹스를 할 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분장하고 그 아바타가 될 수 있다. 원한다면 실제 자신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는 그 시간이 더욱 황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공지능 섹스 인형 ‘에마’. 섹스 인형의 인기는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높아졌다. / 사진:SEX DOLL PLACE

신체적인 만족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선 섹스 로봇이 점점 더 발전하고 비용도 저렴해진다. 말을 하고 말을 들어주며 접촉에 따라 육감적으로 반응하는 기능을 갖춘 섹스 로봇은 친밀한 즐거움을 주는 도구로서 갈수록 실제 사람처럼 진화한다.

그런 로봇의 대표적인 사례가 ‘에마’다. 성인용품업체 섹스 돌 플레이스가 제작한 에마는 실물과 거의 똑같은 로봇 기능을 갖췄으며 성적인 대화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도 할 수 있다. 섹스 돌 플레이스의 소유자인 존(성은 밝히지 않았다)은 뉴스위크에 에마를 최초의 인공지능 섹스 인형이라고 소개했다.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고 웹에서 정보를 찾아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에마에게 오늘의 날씨를 물으면 웹에서 그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 따라서 인형이 실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섹스 인형의 인기는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높아졌다. 섹스 돌 플레이스의 경우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존은 “현재 우리는 섹스 로봇을 4000달러 이하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 로봇의 가격은 1만 달러 이상이기 때문에 우리 제품처럼 고품질의 섹스 로봇을 저렴하게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잘 믿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전 세계에 수백 개를 판매했다.”

가상현실 성인오락 산업은 2025년이 되면 약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비디오게임과 프로미식축구(NFL)에 이어 제3의 오락 산업이 될 전망이다. / 사진:CHIARA BRAMBILLA/NEWSWEEK

독신 남성만이 섹스 로봇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존은 고객 중 다수가 기혼 남성이라고 말했다. “결혼한 부부의 성적 욕구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형과의 섹스가 그런 미진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파트너 사이의 관계에 섹스 로봇을 개입시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섹스 로봇의 사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기계와의 성행위가 보편화되는 미래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현실과 섹스 로봇이 우리의 기초적인 섹스 욕구를 충족시켜줄 경우 실제 파트너 사이의 섹스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터무니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바버 교수는 앞으로 우리가 섹스하는 방식에 관해 더욱 급진적인 발상을 제시했다. “어쩌면 섹스 로봇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인간적인 자아와 기술적인 자아가 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상당 부분 사이보그화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몸에 기술을 장착한 사람이 많다. 인공 관절, 인공 와우(귀) 등 다양한 의학적 기술이 우리 신체에 이식돼 우리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가상현실과 섹스 로봇, 사이보그화.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섹스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 보여주는 서로 다른 미래상의 상징이다. 현재로선 그런 발상이 기껏해야 틈새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저렴해지면서 앞으로 우리의 성생활과 성인오락 산업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 키아라 브람빌라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