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시장이 예술가의 성공 좌우한다

데뷔 초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한 미술가는 평생 전시회 여는 횟수 2배 많고 작품도 고가에 팔릴 확률 높아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 사진:SOUTHBANKCENTRE.CO.UK

미술가로 성공하길 원한다면 일찌감치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에 길을 터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술작품의 질은 객관적으로 수량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새뮤얼 프라이버거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전시장 등 미술가의 명성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요소를 조사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매그너스 앱[미술의 샤잼(음악 찾기 앱)이라고 불린다]의 데이터를 이용해 미술가 약 50만 명의 전시 경력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미술기관 사이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미술품 교류 조직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 조직망의 핵심이 유럽과 북미의 명성 높은 미술기관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기관의 명성은 오랜 역사와 전시 미술가의 영향력, 전시 공간의 크기와 질, 아트페어 참여도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핵심에서 먼 기관일수록 명성이 낮다. 게다가 이 조직망의 각 집단은 촘촘하게 짜인 커뮤니티 내에서 배타적으로 미술작품을 교류한다. 유수 미술기관들은 다른 유명 기관들과만 작품을 교류한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또 데뷔 후 첫 다섯 작품을 이 조직망의 상위 20% 기관에서 전시한 미술가(이른바 ‘초기 명성이 높은 미술가’)는 평생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할 확률이 높으며 미술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이 조직망의 가장자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미술가는 중간에 미술계를 떠날 확률이 높으며 그중 유명 작가 반열에 진입하는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초기 명성이 높은 미술가는 그 반대 경우보다 전시회를 여는 횟수가 2배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는 횟수가 거의 5배나 많으며 5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잦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소외된 작품과 미술가를 포용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수 미술기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미술가를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저평가된 미술가가 유수 미술기관에서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는 추첨 제도나 블라인드 선발 과정 등이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