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이 인지력도 떨어뜨린다

초미세먼지 같은 나노입자가 뇌에 영향 미치는데 고령자·남성·저학력자가 특히 취약
나이가 들수록 대기오염과 정신적 기능 감퇴 사이의 연관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AP-NEWSIS

대기오염은 우리의 폐와 심장에만 나쁜 게 아니라 우리의 지능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에 사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는 대기오염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언어와 수학 테스트에서 인지력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인지력이란 주의를 집중하고 과거의 지식을 기억해내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능력 등을 가리킨다.

또 나이가 들수록 대기오염과 정신적 기능 감퇴 사이의 연관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연구는 그런 면에서 남성과 저학력자가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피험자가 오염이 심한 지역 출신일수록, 또 나이가 많을수록 언어 테스트에서 능력 차가 더 두드러졌다. 이 현상은 초등교육만 받은남성보다 고등교육을 받은 남성에게서 더 확연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에 따른 뇌의 노화 현상이 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대기오염,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사람과 동물의 뇌를 손상한다는 증거가 나왔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이 치매를 일으키고, 청소년의 일탈 행동을 초래하며, 오염 심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의 뇌발달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팀은 2000~2002년 태어난 1만8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국의 밀레니엄 코호트연구 자료를 이용해 어린이의 지적장애와 대기오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적장애를 앓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디젤 미립자 물질(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 이 많은 지역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33%,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살 가능성이 30%,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살 가능성이 30%, 이산화황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살 가능성이 17% 컸다. 동물의 경우 도시의 대기오염에 4개월 동안 노출된 실험쥐는 뇌기능이 저하되고 주요 뇌부위에서 염증 반응을 보였다. 오염이 초래한 해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뇌조직이 변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초미세먼지의 어떤 측면(입자 크기, 입자 수와 구성 내용 등)이 뇌기능 저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나노 크기의 초미세먼지가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는 증거는 있다. 나노입자는 머리카락 직경보다 약 2000배 작아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면 혈류를 따라 몸 구석구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심지어 뇌에 후각 정보를 전달하는 후신경을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혈류 속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해주는 ‘혈액-뇌 장벽’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멕시코시티와 영국 맨체스터에 살면서 심한 대기오염에 노출됐다가 사망한 사람의 뇌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흔적을 보여줬다. 신경세포 사이에 형성된 비정상적인 단백질 조각 덩어리(플라크), 염증, 금속 성분(철·구리·니켈·백금·코발트 등)이 많은 나노입자가 그 예다. 그런 뇌에서 발견된 금속 성분의 나노입자는 모든 도시의 대기오염(석유 등 연료의 연소만이 아니라 엔진·브레이크 마모 등으로도 발생한다)에서 발견되는 입자와 비슷하다. 이런 독성 나노입자는 다중방향성 탄화수소(PAH) 같은 다른 위험 물질과 자주 연관된다. PAH는 화석연료에서 자연 발생하며 신장과 간을 손상하고 암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오염에서 발견되는 나노입자를 계속 흡입하면 뇌 신경세포의 만성 염증을 포함해 뇌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미세아교세포인 뇌의 면역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다. 오염된 공기로 호흡하면 면역세포의 반응이 계속 활성화되면서 활성산소라는 위험한 분자가 더 자주 생성된다. 이런 분자가 많아지면 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할 수 있다.

대기오염에서 발견되는 철 성분이 이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철 성분이 많은 자철석 나노입자는 뇌에 쌓이는 플라크와 직접 연관된다. 아울러 자철석 나노입자는 플라크 속에 들어 있는 비정상 단백질의 독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분석하면 흔히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뇌 면역세포의 활성화가 이런 신경퇴행성 질병의 공통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기오염과 지능 감퇴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과 치매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이전 연구 결과와 함께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동차 기술과 규제, 정책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면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의 건강 부담을 줄이는 실용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운전을 줄이고, 대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늘리면 오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자동차를 사용해야 한다면 급가속이나 급제동 없이 부드럽게 운전하고 출퇴근 시간을 피하면 배기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또 교통체증에 걸려 있는 동안 자동차의 창문을 닫고 공기를 재순환하면 오염 노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가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하다. 대다수 학교는 간선도로 가까이 위치한다. 따라서 대기오염을 크게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미세먼지 포집에 효과적인 특정 나무종을 도로변이나 학교 주위에 심는 것도 오염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실내공기 오염도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주방에서 조리할 때 반드시 통풍에 신경 써야 한다. 실내든 야외에서든 덮개 없이 노출된 불은 미세입자 오염의 중요한 출처다. 예를 들어 나무를 때는 난로는 겨울철 대기오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집 주변의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건조 상태가 좋은 목재를 땔감으로 쓰고 친환경 등급이 높은 난로를 사용해야 한다. 번잡한 도로 곁에 자연 통풍을 이용하는 집에서 살 경우 뒷쪽 방이나 윗층을 거실로 사용하면 일상적인 오염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고,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면서 몸무게를 줄이면 뇌의 회복력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뇌 손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대기오염 노출을 최대한 줄이거나 피하는 것뿐이다.

– 바바라 마허

※ [필자는 영국 랭커스터대학 환경과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