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난감이 우리 아이에게 좋을까

번드르르해 보이는 첨단기술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문제 해결과 자율 선택 강조하는 제품 찾아야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첨단기술 장난감이 아이의 뇌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단지 시간낭비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 사진:AP-NEWSIS

어린 자녀에게 줄 첨단기기 선물을 고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당혹스럽다. 호화로운 박스, 화려한 색채의 앱, 귀여운 플라스틱 로봇이 저마다 자녀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자랑한다.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그런 광고를 믿고 싶은 유혹이 크다. 우리 아이가 저 로봇을 갖고 놀면 코딩을 쉽게 배우고, 저 컴퓨터 게임이나 앱을 사용하면 읽기와 수학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부모가 첨단기술을 좋아한다면 아이를 가능하면 일찍 그런 기술에 노출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5학년이 되면 수학과 과학,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잘할 수 있는지 일반적으로 판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면 일찍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어릴 때 호기심을 자극하라는 얘기다. 그래야 나중에 전공 분야나 직업을 선택할 때 유리하다.

하지만 어린 자녀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난감을 고르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을 전부 다 훑어보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나는 뇌 발달에 가장 좋은 기술 경험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놀이터 vs. 놀이울’(어린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울타리가 세워진 좁은 구역)이라는 은유를 제안했다. 새로운 장치나 로봇·앱·게임이 속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이런 은유를 활용하면 번드르르해 보이는 겉모습을 넘어 학습과 뇌발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 장난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나는 최근 펴낸 책 ‘놀이터로서의 코딩(Coding as a Playground)’에서 독자에게 어린 시절의 놀이터를 떠올려 보라고 주문한다.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탐험하며,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가상놀이를 즐기며, 서로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무엇이든 독자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제 ‘놀이울’을 생각해보라. 이 안전하고 제한된 공간은 ‘놀이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놀이울’은 마음대로 실험해볼 수 있는 자유가 없고 자율적인 탐사도 불가능하다. 창의적인 기회가 없고 위험도 없다. 아이들이 갇혀 그냥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공간일 뿐이다. ‘놀이터’는 제약이 없고 확장이 가능하지만 ‘놀이울’은 한계가 분명히 정해진다. ‘놀이터’는 인간 발달의 중요한 측면을 증진하지만 ‘놀이울’은 오히려 그것을 방해한다.

불행하게도 발육의 측면에서 보면 어린이를 위한 요즘의 첨단기술 장난감 중 다수는 ‘놀이터’가 아니라 ‘놀이울’에 해당한다. 게다가 컴퓨터 게임은 ‘놀이울’처럼 아이들의 신체적 활동을 빼앗는다. 그뿐이 아니다. 일부 컴퓨터 게임은 학습기술을 발달시키고 모양·색상·글자·소리·숫자에 관해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적이라고 선전되지만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맞는 답인지 틀린 답인지 알아내는 과제만 제시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과 논리적 사고나 탐험, 창의성을 장려하지 않는다. 로봇도 대부분 사전에 만들어진 부분들을 아이들이 완성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코딩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이런 것은 전부 첨단기술 ‘놀이울’의 사례다. 범위가 제한되고 아이들의 건전하고 긍정적인 발전과 관련된 여러 중요한 차원을 이용하지 않는다.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스스로 탐험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왼쪽 사진). 마리나 버스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KIBO 로봇은 화면 대신 블록을 사용하고 미술을 혼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코딩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 사진:ANNIE SPRATT/UNSPLASH, CC, MARINA BERS, CC BY-ND

20여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나는 부모와 교육 전문가, 연구자들이 첨단기술 ‘놀이터’와 ‘놀이울’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긍정적인 기술 발달’이라는 이론적 기본틀을 개발했다. 이 기본틀은 첨단기술 ‘놀이터’의 사용을 통해 증진될 수 있는 여섯 가지 긍정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여섯 가지 행동은 현실세계의 ‘놀이터’에서 가장 잘 실현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로봇 플랫폼, 가상 세계, 프로그램 언어, 앱, 게임, 어린이용 스토리텔링 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첨단기술 장난감의 박스 위에 붙어 있는 라벨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린이가 기술과 교류할 때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놀이를 하게 해주는 기술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가·프로그래머·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로봇 킷, 앱, 컴퓨터 게임 등이 그 예다. 특정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학습기술 증진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사전포장된 솔루션은 피하는 게 좋다. 아울러 기술 ‘놀이터’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터프츠대학에서 내가 이끄는 데브테크 연구그룹은 특별한 형태의 첨단기술 ‘놀이터’에 초점을 맞춘다. 4~7세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래밍 환경을 말한다. 우리 연구는 아이들이 코딩 방법을 배움으로써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앞선 6가지 행동 전부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에서 조기 코딩 교육 캠페인을 벌이는 미치 레스닉 교수의 도움으로 스크래치 주니어 코딩 앱을 만들었다. 스크래치 주니어는 문제 해결, 상상, 인지적 도전, 사회적 상호작용, 운동기능 발달, 정서 탐구, 독자적인 선택을 증진하는 하나의 ‘놀이터’다. 중요한 점은 코딩 활동과 하나의 놀이로서 그 경험의 재미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모래 놀이통으로 놀거나 그네나 미끄럼틀을 타거나 그냥 뛰어다닐 수 있다. 그와 비슷하게 첨단기술 장난감을 고를 땐 아이들이 여러 가지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캐릭터를 새로 만들거나 수정하고, 자신의 목소리와 외부 음향을 녹음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도 좋다. 그러나 기술 ‘놀이울’은 특정 문제를 풀거나 옳은 숫자나 글자를 선택할 때만 평면적인 차원으로 이동하도록 해줄 뿐이다.

부모나 양육자는 아이를 놀이터에만 데려가진 않는다. 다른 곳도 데려가야 하고 다른 기술도 발달시켜야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위한 첨단기술 장난감을 구입할 때는 ‘놀이울’이 아니라 ‘놀이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마리나 우마시 버스

※ [필자는 미국 터프츠대학 컴퓨터과학 교수로 어린이 교육과 인간적 발달을 연구한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