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퍼스널 기기 사라질까

스마트 환경 구축되면서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없이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
미래에는 랩톱·스마트폰·안경·시계·손목밴드 등 어떤 퍼스널 기기도 우리 디지털 생활의 중심을 이루지 못한다. / 사진:ZHANG RUIQI-XINHUA-NEWSIS

미래의 가장 중요한 퍼스널 기기에 관한 토론(시계? 안경? 체내이식 칩? 또는 가장 극단적인 예로 신경 인터페이스?)은 항상 ‘미래의 케이블’에 관한 20년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지독하게 느린 속도의 전화선 기반의 ADSL로 고통 받으면서 우리는 밝은 미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모든 아파트와 가정에 이더넷 케이블이 깔리게 되리라… 실현되지 않았다. 케이블 모뎀이 개발되기만 하면 TV-케이블이 그 역할을 맡게 되리라…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구리선을 모두 잊고 대규모 광섬유망을 구축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실현됐다. 그래도 과거 예언자들이 괜찮은 성적을 올린 편이다. 이 모든 기술이 아직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결코 아니었다.

미래는 케이블과 전혀 무관했다. 최종 이용자 입장에선 오히려 선을 없애는 ‘코드커팅’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5G, 글로벌 위성 네트워크, 초고속 와이파이 등의 무선통신을 통해 인터넷이 뻗어나갔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컴퓨터가 듣고 볼 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심지어 우리 인간들에게 없는 감각으로 느낀 것까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질문에 응답하고 각종 도구로 그림을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상당히 많은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주변 환경(적어도 도시 지역) 전체가 스마트해져 우리의 시중을 들게 된다.

금요일 밤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바를 나선다고 하자. 그는 비틀거리며 가로등에 다가가 거기에 기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집으로”라고 웅얼거린다. 그러자 3분 뒤 택시가 나타나 그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거리 또는 바 출입문 카메라가 그를 쉽게 인식하고 가로등이 말을 이해하고 클라우드의 도시 인공지능이 그 상황에서 ‘집’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변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는 스마트 시티는 반이상향의 그림이 아니다. 반이상향과 진정한 이상향의 차이점은 기술에 있지도, 신기술 기반의 제품에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그 제품에 대한 규제와 그 초기설정에 있다. 우리 주변 공간을 보편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꿔놓을 수 있는 첨단기술은 이미 등장했다.

말과 관련된 기술뿐이 아니다. 첨단 스마트 시티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지각(센서)을 갖고 있다. 대중교통을 포함해 거리의 차량흐름, 도시 각지의 행인왕래에 대한 지각, 전력망과 개별 발전기의 전력소비에 대한 지각은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지각은 그뿐이 아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스마트 시티와 그 하위 시스템 다수는 일종의 천리안을 갖는다. 인공지능은 다가오는 상황변화를 예측해 교통정체 같은 잠재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해 도시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스마트 환경은 분명 주택에서 시작된다. TV를 켜거나 알람을 설정하려고 휴대전화나 리모컨을 들 필요가 없다. 우리 집의 스마트 스피커나 기타 시중 드는 기기들(예컨대 스마트 TV)이 우리가 어디 있든 우리 말에 귀 기울인다. 커넥티드 스마트카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디지털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데 퍼스널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장소의 또 다른 사례다.

미래에는 이들 기존의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모델들이 궁극적으로 공공구역부터 작업장까지 다른 공간으로 확산돼 간다. 그리고 이 같은 스마트 환경의 확장에 새로운 퍼스널 기기는 필요 없다. 그렇다고 퍼스널 기기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의 ‘모바일 퍼스트’ 생활환경에서도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는 죽지 않았다. 창조적 파괴와 발전의 도구 역할에서 밀려났을 뿐 우리는 오랫동안 해오던 대로 그 기기들을 계속 사용한다. 이것이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스마트 환경의 미래에서 우리는 퍼스널 기기를 이용해 사적인 통화를 하고 비밀 채팅을 할 것이다. 차이점은 우리에게 디지털 기기가 없어도 네트워크에 접속하리라는 점이다. 동시에 우리가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기기 리스트는 갈수록 늘어난다. 랩톱·스마트폰·안경·시계·손목밴드 그 밖에 아직 발명되지 않은 수많은 하드웨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우리 디지털 생활의 중심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 앤드리 세브란트

※ [필자는 러시아 최대 검색 포털 얀덱스의 제품 마케팅 책임자이며 2002년부터 러시아 인터넷 마케팅 저널의 편집장으로 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