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장 ‘핫’했던 앨범 11

아방-팝 스타 소피의 데뷔 앨범부터 프린스의 미공개 음원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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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을 사랑하는 록밴드 그레타 밴 플릿은 얼마 전 1주일 동안 앨범 8만 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한편 그동안 정치 문제에 함구했던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마침내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흑인 여성 래퍼 카디 B가 세계를 장악했다.

2018년엔 또 DJ 아비치와 래퍼 맥 밀러 등 몇몇 젊은 스타가 요절했고 2016년 세상을 떠난 슈퍼스타 프린스가 남긴 미공개 음원 일부가 앨범으로 발표됐다. 그런가 하면 폴 매카트니와 엘비스 코스텔로 같은 베테랑들이 훌륭한 신작을 선보였고 폴 사이먼은 고별 순회공연을 했다. 하지만 2018년 두각을 나타낸 음반은 아방-팝 프로듀서 소피와 인디록 슈퍼그룹 보이 지니어스 등 비교적 신인 뮤지션들에게서 나왔다. 뉴스위크가 그중 11개를 골라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다.

‘MITH’(잭재규워) | 로니 홀리

로니 홀리의 남다른 인생 스토리는 전기를 몇 권이나 채울 만큼 파란만장하다. 그는 짐 크로우 시대(흑인에 대한 멸시·인종차별·린치가 횡행하던 시대)에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나 청소년을 노예처럼 다뤘다고 알려진 남부의 한 소년원에서 복역했다. 하지만 그는 1980년대에 쓰레기장에서 주운 잡동사니로 예술품을 만드는 조각가로 이름을 떨쳤다. 60대에 들어서면서 음악을 시작해 아방가르드 연주자의 즉흥적인 그루브에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접목시킨 작품을 선보였다. ‘MITH’에서 홀리는 노예제도와 경찰의 잔인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앨범의 중심을 이루는 ‘I Woke Up in a Fucked-Up America’에서는 특히 그렇다.

‘Moon 2’(웨스턴 바이닐) | 아바 루나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혁신적인 5인조 밴드 아바 루나의 5집 앨범으로 상상 속의 두 번째 달을 주제로 했다. 이 앨범을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Moon 2’는 아바 루나가 인디록과 스페이스 펑크 사이의 갭을 좁히면서 생겨난 폴리리듬의 에너지로 요동친다.

‘Kids See Ghosts’(굿 뮤직/데프 잼) | 키즈 시 고스츠

카니예 웨스트는 얼마 전 와이오밍의 스튜디오에서 키드 쿠디와 함께 이 음반을 만들었다. ‘Kids See Ghosts’는 말썽 많은 두 랩 스타 친구가 악령을 몰아내고 스스로 다시 태어났음을 선언한 앨범이다. 유령을 연상시키는 으스스한 사운드가 웨스트의 2008년 앨범 ‘808s & Heartbreak’를 떠올린다.

‘Clean’(팻 포섬) | 사커 마미

사커 마미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내시빌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소피 앨리슨(21)이 데뷔 앨범에서 증오에 찬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그녀는 이 앨범으로 밴드캠프(스트리밍 플랫폼)를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로 도약했다. 가시 돋친 첫 번째 싱글 ‘Your Dog’의 가사 ‘난 당신의 빌어먹을 개가 되고 싶지 않아(I don’t wanna be your fucking dog)’와 그녀가 죽은 남자친구의 시체 주변을 돌며 춤추는 뮤직 비디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Daytona’(굿 뮤직/데프 잼) | 푸샤 T

‘사인펠드’(TV 시트콤) 한 에피소드(21분) 길이의 랩 앨범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녹여 넣는 푸샤 T의 이 앨범에는 코카인 밀매에 관한 노래 ‘Come Back Baby’와 드레이크를 디스한 ‘Infrared’가 들어 있다. 힙합 앨범 중 그룹 예스의 클래식 ‘Heart of the Sunrise’(1971)를 이렇게 자유롭게 샘플링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MSMSMSM/퓨처 클래식/트랜스그레시브) | 소피

스코틀랜드 출신의 프로듀서 겸 가수 소피 제온은 다른 행성에서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아방-팝 뮤직으로 잘 알려졌다. 그녀의 데뷔 앨범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는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박적인 느낌의 ‘Infatuation’과 신나는 리듬의 ‘Immaterial’ 등이 특히 눈길은 끈다. ‘Immaterial’은 빠른 리듬의 댄스곡이지만 성정체성 장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졸업 논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Little Dark Age’ (콜럼비아) | MGMT

2013년 음울한 분위기의 LP ‘MGMT’를 발표한 후 긴 공백기를 가졌던 MGMT가 새 음반을 냈다. ‘Little Dark Age’에는 온라인 데이팅에 관한 노래 ‘She Works Out Too Much’와 아이폰 중독을 묘사한 ‘TSLAMP’, 트럼프 시대의 불안감을 노래한 ‘Hand It Over’ 등 멋진 노래들이 실렸다.

‘Piano & a Microphone 1983’(NPG/워너브러더스) | 프린스

‘Piano & a Microphone 1983’은 2016년 세상을 떠난 프린스가 1983년 녹음한 비공개 음원 중 일부를 담은 앨범으로 그의 유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했다. 프린스는 이 음원의 공개를 원치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저택 금고에서 썩기는 너무 아까운 음악이다. ‘Purple Rain’의 초기 버전과 조니 미첼의 곡을 커버한 노래는 특히 그렇다. 프린스의 리허설 테이프들이 많은 톱 아티스트의 다듬고 다듬은 작품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음반이다.

‘In a Poem Unlimited’(4AD) | U.S. 걸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근시안적인 음악 팬들은 ‘적어도 펑크 뮤직은 다시 활기를 찾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8년 가장 주목 받은 저항 음악은 펑크 사운드가 아니라 U.S. 걸스의 이 격렬한 펑키 앨범이다. 메건 레미의 솔로 프로젝트인 U.S. 걸스는 인스트루멘털 밴드 코스믹 레인지와 함께 체제 저항적인 디스코 팝 뮤직을 만들어냈다.

‘There’s a Riot Going On’(마타도어) | 요 라 텡고

요 라 텡고는 34년 장수한 밴드라는 칭송을 그저 타성의 결과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 결성된 밴드 중 지금도 이렇게 훌륭한 앨범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앨범의 제목은 이 시대의 불안과 베트남전 당시 프로테스트 펑크의 정신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은 폭동보다는 아름답고 꿈 같은 스케치를 배경으로 한 느긋한 분위기의 시처럼 느껴진다.

‘The Louder I Call, The Faster It Runs’(머지) | 와이 오크

볼티모어 출신의 듀오 와이 오크의 6집 앨범 ‘The Louder I Call, The Faster It Runs’에는 마음을 사로잡는 테크니컬러 인디 팝 뮤직이 담겼다. 와이 오크는 지난 10년 동안 꿈 같은 슬로우코어부터 신시사이저 팝까지 변화를 거듭해왔다.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지칠 줄 모르는 창작욕과 젠 워스너의 깊은 목소리다. ‘The Louder I Call, The Faster It Runs’에서 그의 목소리는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을 준다.

[박스기사]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방탄소년단부터 카디 B까지 2018년 가장 인기 있었던 뮤지션 5

보이지니어스

슬픈 분위기의 젊은 싱어송라이터 3명이 슈퍼그룹(다른 그룹이나 솔로 활동으로 알려진 음악가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을 이루면 어떻게 될까? 미국 인디록의 떠오르는 스타 3인방 줄리언 베이커와 피비 브리저스, 루시 대커스가 결성한 슈퍼그룹 보이지니어스는 유난히 슬프면서도 기막히게 아름다운 3부 화음을 들려줬다. 이 그룹은 비록 6개월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발표한 EP 앨범은 널리 호평 받았고 콘서트를 열 때마다 티켓이 매진됐다. 남성이 지배하는 인디록의 세계에 이들이 몰고온 신선한 바람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BTS

한국의 7인조 보이 밴드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데뷔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4년의 비틀스처럼 함성을 지르는 팬들을 몰고 다니며 각종 음원 차트에서 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또 다른 어떤 뮤지션보다 많이 트윗된 그룹으로 꼽혔다. BTS는 올 들어 마침내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최신 앨범 ‘Love Yourself: Tear’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BTS는 또 미국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유일한 한국 그룹이 됐다.

티에라 왝

필라델피아 출신의 티에라 왝은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던 습관을 살려 초현실적 힙합 전사가 됐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데뷔 앨범 ‘Whack World’는 1분짜리 트랙 15개로 구성돼 2018년 가장 특이한 구성의 음반으로도 꼽혔다.

그레타 밴 플릿

나이는 저스틴 비버보다 어리지만 1969년도에 듣던 것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다. 데뷔 앨범 ‘Anthem of the Peaceful Army’는 미국에서 1주일 만에 8만 장이 팔렸다. 그레타 밴 플릿이 과대포장된 레드 제플린의 복사판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렬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카디 B

2017년 후반 카디 B는 싱글 ‘Bodak Yellow’로 테일러 스위프를 제치고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8년 발표한 데뷔 앨범 ‘Invasion of Privacy’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그 입지를 다졌다. 빈민가에서 자란 스트리퍼 출신으로 랩 퀸이 됐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