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녹색혁명’에 서광 비친다

유전자 조작으로 작물 광합성 효율성 높이자 생산량 40% 증가 … 식량안보 해결에 기여할 획기적인 성과

광호흡 대사 경로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이식된 담배(왼쪽)가 일반 담배(오른쪽)보다 똑같은 환경에서 훨씬 더 빨리 잘 자랐다. / 사진:CLAIRE BENJAMIN/RIPE PROJECT

인류는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식량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2050년까지 우리의 식량 생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식량안보의 주된 문제 중 하나가 작물 생산이다. 현재 우리는 수요에 맞게 충분히 작물을 재배하고 있지 않다. 그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차없이 진행되면서 가뭄과 홍수 등 작물 생산을 망칠 수 있는 기상이변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ARS)의 분자생물학자 폴 사우스 박사는 뉴스위크에 “현재 전 세계에서 매일 8억1500만 명이 굶주린다”고 말했다. “식단의 변화와 급속한 도시화(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전망이다), 또 금세기 하반기에 지구에서 살 것으로 예상되는 약 90~110억 명의 인구를 감안할 때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식량을 공급하려면 식량 생산을 70~100% 늘려야 한다.”

사우스 박사는 작물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그와 동료들은 식물 성장의 ‘결함’인 광호흡(photorespiration)의 비효율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광호흡의 문제는 루비스코 효소(광합성에 사용되는 단백질)에서 비롯된다.

식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면에서 지나치게 효율적이 됐다. 그러면서 루비스코 효소는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 결과 루비스코가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를 흡수하는 경우가 약 20%에 이른다. 이런 실수가 식물 독성 화합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 불순물은 광호흡으로 제거돼야 한다. 루비스코 효소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광합성에 사용되도록 하는데, 루비스코가 산소와 반응하면 쓸모없는 부산물이 생성되며 식물체는 광호흡을 통해 이 부산물을 다시 유용한 분자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광호흡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로 인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식물의 성장이 방해 받아 생산량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밭에서 한낮의 광합성이 진행되는 동안 에너지의 최대 50%가 광호흡에 사용된다.

사우스 박사는 일리노이대학 동료들과 함께 광호흡이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이 문제를 줄이는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 대신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들었다. 그들은 담배를 모델 작물로 사용해 원래의 광호흡 대사 경로 대신 루비스코 산화 부산물이 더 효율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인공 대사 경로를 도입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뒤 온실과 야외에서 재배했다. 그 결과 새로운 인공 대사 경로를 가진 식물체는 온실과 야외 재배 환경 둘 다에서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바이오매스(생물량) 생산이 40%나 증가했다.

사우스 박사(가운데)가 실제 밭에서 실험 재배한 새로운 인공 대사 경로를 가진 담배는 전체 바이오매스 생산이 40%나 증가했다. / 사진:CLAIRE BENJAMIN/RIPE PROJECT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초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사우스 박사는 “광호흡은 식물이 성장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사용될 소중한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광합성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인공 대사 경로는 이런 비효율적인 광호흡 과정을 거치지 않게 해주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담배 작물이 이 연구의 모델 시스템으로 사용된 것은 유전자 조작이 쉽고 한살이가 짧으며 많은 씨앗을 생산하기 때문이었다. 사우스 박사는 “이 연구로 우리가 개념 증명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젠 이 기법을 실질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작물에 테스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합성과 광호흡이 식물종 사이에서 널리 사용돼 담배 작물에서 관찰된 혜택이 다른 작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은 우선 감자 작물로 현장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부(사료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콩), 대두, 벼, 토마토 같은 작물을 위한 새로운 경로 설계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우스 박사는 규제에 따른 제한 때문에 이런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테스트가 성공하면 이런 유전자 변형 작물이 식량안보 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우스 박사는 “우리가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담배 바이오매스 40% 증가 중 일부의 효과라도 밀이나 벼 같은 주요 식량 작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향후 30년 안에 식량안보의 수요 부응에서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 리뷰에 참가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로저 비치 생물학 교수는 이번 연구도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작물 수확을 개선할 목적으로 이뤄진 수십 년 동안의 다른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런 연구를 통해 추가적인 농지를 사용하거나 산림 등의 다른 땅을 농업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피하면서도 인구에 충분한 영양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치 교수는 “발표된 논문으로 볼 때 사우스 박사팀은 생화학적 경로를 바꿔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발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그 새로운 경로는 당분을 녹말과 섬유소로 전환하고 작물이 단백질과 영영소를 만들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제공하며, 환경의 스트레스 요인을 막을 수 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가 의문에 답을 내놓은 것만큼 많은 새로운 의문도 만들어냈다며 “앞으로 수년 동안 과학자들을 바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는 광합성 효율을 높여 지속가능한 식량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추진하는 ‘광합성 효율 향상(RIPE)’ 프로젝트의 일부다. RIPE를 이끄는 스티븐 롱 일리노이대학 작물과학·식물생물학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담배 작물을 모델로 했지만 그 과정을 밀·벼·대두 등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작물 생산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온이 높아지면 광호흡으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져 기후 변화가 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특히 식량 생산 증가가 가장 필요한 열대 지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나 오스본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