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음악 만든다”

인디 록 밴드 데스 캡 포 큐티의 리드싱어 벤 기버드, 주류 음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사운드 추구해

벤 기버드는 주류 음악의 영향력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사운드를 찾았다. / 사진:YOUTUBE.COM

인디 록 밴드 데스 캡 포 큐티(이하 데스 캡)의 리드싱어 벤 기버드는 2017년 가을 샌타 모니카의 스튜디오에서 걸어 나왔을 때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거센 불길이 집들을 집어삼켰다. 2018년 캘리포니아 해변까지 번진 산불만큼 파괴적이었다. 데스 캡의 9집 앨범 ‘Thank You for Today’를 제작하던 중 시작된 이 산불은 기버드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해 8월 발표된 이 앨범은 매 순간을 충실히 살고 하루하루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은 새로운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기버드는 뉴스위크에 말했다. “특히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음반을 제작하던 중에 이 파괴적인 불길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걸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 밴드는 2015년 8집 앨범 ‘Kintsugi’를 발표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단 멤버인 기타리스트 크리스 왈라가 밴드를 떠났고 2명의 새 멤버를 맞아들였다. 또한 기버드는 주류 음악의 영향력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사운드를 찾았다. 데스 캡은 불안과 고뇌, 격렬한 감정으로 대표되는 밴드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빛을 포용하는 밴드로 진화했다. 기버드는 6집 앨범 ‘Narrow Stairs’(2008) 이후 발표한 모든 음반이 이전보다 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Narrow Stairs’에는 어둠과 자기혐오가 가득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중 일부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지만 일부는 그런 노래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됐다.”

기버드는 ‘Narrow Stairs’를 발표한 이후 팬들이 원하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노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더는 자기연민의 감정을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기버드는 말했다. “방안에 혼자 앉아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생각하면서 작곡할 땐 약간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난 완전한 어둠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약간의 빛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기버드는 또 데스 캡이 중간에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옆길로 샜다고 말했다. ‘Narrow Stairs’ 이후 7집 앨범 ‘Codes and Keys’(2011)가 나왔을 때 팬들은 그 긍정적인 분위기를 매우 낯설어 했다고 기버드는 말했다.

기버드는 주류 시장이 밴드의 사운드에 문화적 적합성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주류 시장의 음악은 전통적인 인스트루멘털에 실험적인 사운드를 결합한 본 이베어의 리더 저스틴 버논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버논은 매우 훌륭한 아티스트지만 ‘이 시대의 음악은 이런 사운드라야 한다’는 식의 판단 기준이 된 건 유감스럽다.”

데스 캡은 대중적인 흐름을 따르는 대신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들은 결성한 지 21년된 밴드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에 충실을 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 가지 사운드에 집착한다는 말이 아니다”고 기버드는 설명했다. “지난 두 앨범에서 난 ‘내가 좋아하던 밴드들이 뭐가 잘못됐을까?’라고 자문했다. ‘내가 왜 그 밴드들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됐을까?’ 난 그들 대다수가 내가 좋아하는 밴드로서의 특성을 저버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사운드는 이전에 알려졌던 것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져서 마치 다른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Thank You for Today’는 사운드부터 메시지까지 어느 면에서나 데스 캡의 음악으로 들린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신선하면서도 그들의 과거 작품에서 나타났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 기버드는 이 음반이 데스 캡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4집 앨범 ‘Transatlanticism’(2003) 이후 최고라고 여긴다. “이번 음반 작업은 ‘Transatlanticism’ 이후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기버드는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았다. 난 이 앨범이 우리 앨범 중 최고로 꼽힐만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활력을 찾은 밴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 켈리 와인 뉴스위크 기자